예능대세들의 등산 예능...재미에 비해 아쉬운 시청률

MBC 일요 예능 ‘최우수산’은 눈길이 가는 프로그램이다.
‘최우수산’은 ‘마니또 클럽’ 후속으로 오는 31일까지 5회 방송 예정인 파일럿 프로그램이다. 장동민 허경환 유세윤 붐 양세형이 출연하는 등산 예능 프로그램으로 지난 해 MBC 방송연예대상 최우수상 수상자와 후보자들에다가 현재 예능 대세인 허경환이 합류해서 호화로운 진용이 짜여졌다.
멤버들 하나하나 예능 개인기가 뛰어난 예능인들이다. 다른 예능에서는 주로 전체적인 지휘를 하는 메인 MC를 도와 필요한 시점에 개입해 웃음을 이끌어내는 이들인데 축구로 치면 안정적으로 시즌마다 두 자릿수 이상의 골을 기록할 수 있는 공격수 다섯 명이 한 팀을 이룬 모습이라 얼마나 웃길지 방송을 지켜보게 된다.
‘최우수산’은 산을 오르면서 게임을 하는 포맷이다. 그 승패에 따라 좀 더 고생하는 멤버들이 생긴다. 산을 오르느라 허기진데 게임 결과 음식에서도 큰 차이가 난다. 최종 결과에 따라서는 산을 하나 더 올라야 하거나, 내려올 때 케이블카로 편하게 금방 내려오는 승자를 부러워하며 지친 다리를 끌고 하염없이 내리막길을 걷거나 다 내려와서 108배를 드려야 한다.

산은 회가 거듭될수록 등산 난이도가 높은 순으로 배치됐다. 아차산(벌칙은 망우산까지)-대둔산-금강산을 거쳤는데 멤버들은 거듭할수록 등산은 조금씩 익숙해져가지만 게임에 져서 받아야 하는 벌칙은 변함없이 피하고 싶다.
‘최우수산’은 ‘1박2일’처럼 집단 여행 예능의 틀을 따른다. 이동하며 멋진 경치와 맛있는 음식 먹방을 시청자들에게 보여주고 게임으로 웃음을 만든다. 예능의 근간 중 하나가 ‘연예인 고생시키기’이고, 여행 예능의 근본 웃음벨이 게임인데 이 둘을 충실히 활용해 재미를 만든다.
특히 오직 예능인들만 모아 게임을 진행하고 그 결과에 따라 고생을 시키는 구조는 이것 만해도 예능 프로그램이 충분히 돌아갈 만큼 재밋거리를 양산한다. ‘니돈내산 독박투어’같은 프로그램이 그 예다.

‘최우수산’ 출연자들은 딜러(상대를 공격해 웃기는 역할)와 탱커(웃기는 대상이 되는 역할)에 모두 능숙하다. 굳이 구분하자면 유세윤 장동민은 딜러 역할이 좀 더 많고 허경환 붐은 탱커, 양세형은 딜러와 탱커가 반반씩이기는 한데 다들 공수 전환이 능수능란하다.
그래서 개그 상황이 수시로 만들어지고 앞에서 공격하던 멤버가 다음에는 수비를 하는 공수전환도 쉽고 빠르다. 그러다 보니 ‘최우수산’은 다른 프로그램에 비해 잔 개그가 많아 현란한 느낌이고 예능의 농도도 훨씬 짙다. 개그 상황이 쏟아지다 보니 매회 방송이 끝나면 미방송분을 따로 유튜브에 공개하는 특이한 시도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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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2회 가장 큰 웃음을 책임졌던 폐활량 게임은 푸짐한 개그라는 ‘최우수산’의 특징을 가장 잘 보여준 순간이다. 호흡으로 작은 공을 굴려 테이블 축구장에서 골을 넣는 게임인데 기본적으로 입담 좋고, 개그 상황 살리는 능력, 주워 먹는 능력 모두 뛰어난 예능인 다섯이 모이니 정신없는 웃음 잔치판이 된다.

풍선을 불어 그 바람으로 공을 굴리는 방식의 폐활량 축구에서는 풍선이 터져버리자 붐은 그 잔해를 갖고 어떻게든 해보려는 상황이 폭소를 자아냈다. 개구기를 끼고 입으로 부는 방식에서는 ‘침 튄다’, ‘입 냄새 난다’, ‘너무 불어 어지럽다’는 멘트를 서로 치고 받으면서 시청자들을 ‘현웃’터지게 만들었다. 17일 3회 임우일을 게스트로 펼친 쌀보리 게임도 비슷했다. ‘
‘최우수산’의 시청률(이하 닐슨코리아)은 1회 2.1%, 2회 1.7%를 기록했다. 멤버들의 화려함, 개그의 풍성함에 비해 낮아 보이는 수치다. 파일럿으로 막 시작한 프로그램이다 보니 아직 덜 알려져 그럴 수 있다. 한편으로는 ‘최우수산’이 메인 MC가 없는 지상파 주말 저녁 예능이라는 이례적 구성 때문에 시청자들이 익숙하지 않아서인가 하는 추정도 해보게 된다.
주말 저녁 예능은 대개 MC가 프로그램을 이끄는 방식이 주를 이룬다. 과거 ‘무한도전’ ‘1박2일’ 리얼 버라이어티 시대에는 물론이고 트렌드가 바뀌어 관찰 예능의 시대에도 주로 흐름을 정리하고 분위기를 띄우는 MC가 존재하는 프로그램들이 대부분이었다.
현재의 ‘1박2일’도 유재석 강호동 같은 MC형 예능인이 없어 주말 예능인데도 메인 MC가 없는 프로그램이라 할 수는 있다. 하지만 ‘1박2일’은 가수지만 예능인으로도 뛰어난 김종민이나 전문 희극인 문세윤이 가수 배우 출신인 이준 딘딘 유선호를 리드해서 프로그램의 흐름을 만드는데 이로 인해 예능상의 위계가 존재하고 숨은 MC로 기능한다.

하지만 고정 5명이 모두 예능인이고 비슷한 급인 ‘최우수산’은 그런 두드러진 지휘자가 없다. 축구의 미드필더같이 게임을 지휘하는 MC형 예능인이 없고 모두 웃음을 사냥하는 공격수들로만 이뤄져 있다. 그래서 재밌는 개그는 풍성한데 프로그램 전체를 관통하는 흐름은 잘 안 느껴진다.
물론 붐은 종종 다른 프로그램에서 MC 역할도 한다. ‘최우수산’에서도 정신없이 멤버들이 개그를 치고받으면 분위기를 정리하고 다음으로 넘기는 역할을 할 경우가 있기는 하다. 하지만 MC가 뚜렷이 있고 예능상의 위계가 구축돼 있는 예능들에 비하면 지휘자의 존재가 희미하다.
등산 포맷 특징상 정상 향해 오르는 흐름은 있다. 하지만 MC가 리드하고 정돈하는 잔재미들이 모여 분위기가 고양되고 정점을 찍은 후 마무리되는 기본적인 예능의 흐름이 함께 존재하면 좀 더 익숙할 텐데 그렇지는 않다. 이런 특성이 ‘최우수산’의 성공 여부에 영향을 미치고 있는 지를 정확히 확인하려면 좀 더 방송을 거쳐봐야 알 수 있을 듯하다.
‘최우수산’은 웃음의 푸짐함이 보장되는 예능이다. 메인 MC가 없는 포맷은 별 문제가 안 될 수도 있을 만큼 현란하다. 초반 낮은 시청률은 문제가 되지 않고 그 가능성을 인정받아 파일럿을 벗어나 정규 프로그램으로 안착할 수 있을지 지켜보자.
최영균(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