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구촌이 들썩이는 BTS의 영향력을 보며 나는 자연스레 샤이니를 떠올렸다. 2000년대 후반 샤이니를 처음 보았을 때 나는 지금 BTS 자리에 저들이 서 있을 줄 알았다. 왜냐하면 샤이니는 아이돌 음악을 진지하게 대하지 않은 사람들에게 그 음악을 진지하게 대하게끔 만든 거의 최초의 케이팝 보이그룹이었기 때문이다. 그들은 자신들의 장르에 비평의 필요성을 역설한 존재였고, 아이돌 음악의 음악성을 조목조목 입증한 드문 아이콘이었다. 특히 ‘누난 너무 예뻐’로 시작해 ‘줄리엣’, ‘링 딩 동’, ‘루시퍼’, ‘셜록’이라는 4연타를 뒤로 하고 2부작으로 선보인 3집은 이후 한국 대중음악 역사에서 언제든 명반으로 다뤄질 세월의 자격마저 확보했다. 이들을 수식해 온 ‘글로벌 케이팝 리더’라는 소속사의 홍보 문구는 절대 과장이 아니었다. 실력과 영향력, 선구적인 면모 모두에서 그들은 그럴 자격이 있었고 지금도 있다.
처음 샤이니가 등장했을 때 ‘컨템퍼러리 밴드’라는 표현을 썼다. 동시대를 뜻하는 ‘Contemporary’에 보이밴드의 ‘밴드’를 더한 합성어였을 텐데 SM은 “음악, 춤, 패션 등에서 현시대에 맞는 트렌드를 제시하고 이끌어 나가는 팀”이라는 말로 저 합성어를 설명했다. 그리고 이 설명은 샤이니라는 팀 자체에 대한 정의가 되었다. 실제 저들은 2008년 데뷔 때부터 2020년대에 이르기까지 음악과 춤, 패션에서 단 한 번도 선후배, 동료 케이팝 그룹들에 뒤진 적이 없었는데, 이번 여섯 번째 미니앨범에서 치자면 산뜻한 후렴구를 가진 타이틀곡 ‘Atmos(애트모스)’의 글리치한 인트로나 근래 케이팝 곡들에 감초로 쓰이는 UK 개러지를 장착한 ‘Possibility(파서빌리티)’ 정도를 들 수 있겠다. 샤이니는 데뷔 20주년을 바라보고 있는 지금도 ‘컨템퍼러리 밴드’로서 유효하다.

중고등학생이었던 멤버들이 어느덧 30대 중반에 이르렀건만 이들의 쾌청한 이미지와 음악은 딱히 변한 게 없다. 실사와 애니메이션을 오가며 불꽃놀이로 절정에 이르는 ‘Atmos’의 뮤직비디오를 보고 있자면 이들이 정말 열여덟 해를 활동한 그룹이 맞는지 의아할 정도다. 그 감각, 그 에너지, 그 가창력과 안무는 2026년보다 10년은 젊어 보인다. 그런 샤이니는 분명 2017년 그날 이전과 이후로 나뉠 것이다. 한 사람의 부재가 남은 이들의 예술적 동력이 되어야 하는 건 슬픈 역설이지만, 계속 함께하는 네 사람은 종현과 같이 이룬 영광이 아깝지 않도록 훌륭한 음악을 계속 들려주고 있다. 비록 예전의 빈도엔 못 미칠지언정, 데뷔 10주년을 앞두고 떠난 종현의 10주기를 앞둔 지금까지 샤이니는 정규 앨범과 EP를 똑같이 세 장씩 내며 어떻게든 그룹의 공백을 최소화하려 앞만 보며 달려왔다. 모든 성공의 기본은 근면이라는 걸 이들은 행동으로 증명했다.

늘 기대 이상을 들려준 그룹답게 이번 미니앨범도 귀를 즐겁게 한다. 시간이 비켜간 듯한 네 보컬리스트의 기교와 어울림(화음)은 환상적이고, SM이 전통적으로 잘해온 EDM·알앤비 스타일을 비롯해 신스의 청량감과 베이스의 탄력에 둘러싸인 세련된 무드는 이들이 그 힘들다는 케이팝 시장에서 강산이 두 번 변할 동안 활동한 보이그룹이 맞나 싶을 정도로 현재적이다. 불안하거나 뒤처진 느낌은 전혀 없다. 멤버들의 솔로 작품 외 샤이니의 ‘Satellite(새트라이트)’에도 노랫말을 준 박태원(‘Anti Believer’)과 케이팝형 크리에이터들인 파비안 토르손, 마리아 마커스가 각각 참여한 마지막 두 발라드 트랙(‘소나기 (Still Raining)’과 ‘Thousand Miles Away(사우선드 마일즈 어웨이)’)을 담은 이번 EP에서 샤이니는 앞으로도 10년은 더 이 페이스를 유지해 나가리란 확신을 팬들에게 갖게 하고 있다. 모름지기 예술가는 작품으로 신뢰를 주어야 팬들이 설득되는 법. 샤이니는 2008년부터 그걸 해왔다. 그것도 아주 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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샤이니는 스마트폰이 갓 등장했을 때 등장했다. 한 소절만 들어도 ‘아, 이건 샤이니 노래!’임을 알게 해 준 종현의 단단한 보이스 톤을 앞세운 2000~2010년대의 이들은 케이팝 아이돌 음악의 청사진이었고, 당시 미래형이었던 그 비전은 현재에도 실시간으로 흐르고 있다. 퀄리티가 기울지 않은 채 이토록 한 자리에서 오래 버틴 아이돌 보이그룹은 케이팝계, 나아가 세계 팝계에서도 전무했던 걸로 안다. 그것만으로도 샤이니는 역사를 썼다.
김성대(대중음악 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