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SOLO' 31기 순자 집단 왕따 이후 비난 쏟아져

최근 막을 내린 연애 리얼리티 프로그램(이하 연프) ENA·SBS Plus 공동제작 ‘나는 SOLO’(이하 나솔)은 방송 5년여 만에 ‘역대 최악의 기수’라는 오명을 쓴 출연자들이 등장했다. 지난 4월1일부터 방송된 ‘나솔’ 31기는 프로그램 최초의 집단 따돌림 현상이 등장했다.
31기 여성 출연자 순자를 놓고 같은 기수의 옥순, 영숙, 정희가 앞에서 뒤에서 험담을 그치지 않은 것이다. 급기야 순자는 스트레스 때문에 급성 위경련 증세를 보였고 결국 이 기수는 남녀 출연자의 커플 성사 여부보다 기수 안 따돌림 관계의 정리가 어떻게 되는지에 더 관심이 모였다. 이들은 방송이 끝난 후 모인 라이브 방송에서도 신경전을 벌였다.
안 그래도 회차마다 화제를 모으는 ‘나솔’의 서사 중 초유로 등장한 이른바 ‘따돌림 서사’는 프로그램의 파급력을 더욱 높였다. 그렇지만 한 편에는 이렇게 반복되는 자극의 서사에 피로를 호소하는 이들도 늘었다. 언제부턴가 연프의 중심인 ‘사랑’을 제쳐두고 권력관계와 각종 자극 그리고 사람을 대하는 기본적인 예의실종에 의한 논란이 그 자리를 꿰찼기 때문이다.

이러한 기조는 다른 프로그램이라고 해서 크게 다르지 않다. MBC에브리원에서 새롭게 론칭한 ‘돌싱N모솔’ 역시 비슷하다. 마치 ‘나솔’에서 각종 자극으로 화제성을 높인 ‘돌싱(돌아온 싱글)특집’과 ‘모솔(모태솔로)특집’을 섞어놓은 듯한 프로그램에서는 빌런으로 포장된 캐릭터의 행동들이 논란이 됐다. 이들 중 몇 명은 행동이 문제가 되자 사과문을 썼다.
다른 플랫폼의 연프에서는 특정 출연자가 불륜의혹에 휩싸였다. 최근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에서는 ‘연애 리얼리티 출연자의 도덕적 검증 실패’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와 “출연자 A씨가 자녀가 있는 기혼 남성과 부적절한 관계를 맺어 상간자 손해배상 소송의 피고가 됐다”고 주장했다. 폭로자의 주장에 따르면 A씨는 이 사실을 숨기고 프로그램의 합숙촬영에 참여했으며 피해자 관계 정리 요구에도 만남을 이어갔다는 주장이 이어졌다.
이러한 큰 사건에 가려져 있지만 지금 연프는 소소한 말실수, 행동의 실수는 화제도 되지 않을 정도로 무례와 이기심, 그리고 프로그램의 취지와 별개로 자신을 알리려는 욕심이 가득 차 있다. 심심치 않게 연프 출연자끼리의 법정공방이나 신경전을 살필 수 있으며, 놀랍게도 일부 프로그램의 경우에는 이러한 갈등 양상이 콘텐츠 인기의 동력으로 작용하기도 한다.
연프는 마치 오디션 프로그램과 마찬가지로, 대한민국에서 끊임없이 콘텐츠가 생산되는 ‘보고’에 가깝다. 전 세계로 따지면 비교적 많지 않은 인구에 그 안에서도 결혼적령기 인구가 줄어드는 상황인데 각종 연프를 보면 빼어난 외모나 스펙을 가진 이들의 존재는 계속 드러난다. ‘나솔’처럼 평범한 남녀로 범위를 넓히면 이는 더욱 많다. 2020년 코로나19 팬데믹을 계기로 콘텐츠는 더욱더 남녀의 관계에 집중하게 됐으며 한 해에만 20여 개에 달하는 연프가 개발될 정도로 ‘연프공화국’에 입지에 오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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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대부분의 연프들은 자연스러운 유행의 변경과 출연자 섭외 영역의 고갈로 점점 제작을 줄여가고 있다. 하지만 단 하나 ‘돌싱’이나 ‘모솔’ 이들의 갈등을 다루는 영역에 있어서는 그 풀(Pool)이 고갈되지 않는다. ‘나솔’은 그 선두에 서 있으며, 남규홍PD가 이끄는 촌장엔터테인먼트는 ‘나는 SOLO, 사랑은 계속된다’(이하 나솔사계), ‘지지고 볶는 여행’ 등으로 세계관을 확장하고 있다.
남규홍PD는 과거 SBS ‘짝’ 시절부터 시작해 ‘나솔’을 인기 프로그램으로 정착시킨 중심으로 평가받는다. 초반 그의 ‘짝’은 연애보다는 사람들끼리의 관계맺기 실험을 선보이는 사회적 실험 프로그램에 가까웠다. 하지만 자연스럽게 남녀의 만남에 조금 더 많은 사람의 관심이 쏠렸다. 하지만 이런 유행도 시들해진 지금 ‘나솔’ 세계관은 조금 더 자극에 매달리는 중이다.
그가 이끄는 촌장엔터테인먼트는 대외적으로 프로그램의 자극성과 대내적으로 작가들에게 낮은 처우를 강요하는 논란에 휘말리는 등 비호감을 쌓아왔다. 하지만 그는 ‘솔로나라뉴스’라는 대안매체까지 계발해 기성 언론을 불신하는 태도를 보였으며, 어려움을 겪는 출연자들에게는 인내를 강조하며 사실상 방임에 가까운 상황을 만들어주고 있다. 이 같은 태도는 요즘 연프의 전반적인 얼굴이 됐다. 자극과 화제성 그로 인해 얻는 광고 효과가 프로그램의 완성도를 앞서는 분위기가 되고 만 것이다.

출연자들 역시 출연자대로 프로그램을 통해서 얻은 유명세를 수익과 연결하거나 또 다른 유명세로 연결한다. 이러한 프로그램이라면 흔히 있는 과거행적 논란이나 각종 범죄이력 등 검증부실 문제까지 덧입혀져 연프는 이제 ‘그들만의 전쟁터’가 되는 것이다. 사랑은 없고 악만 남은 연프는 결국 그것이 화제가 되기에 존립할 수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연프시대의 종말’을 고할 수 있을까. 그렇게 생각하는 이가 꽤 많을 수 있다. 하지만 지금 이 순간에도 새로운 연프는 조금만 얼굴을 바꾸고 또 등장한다. 이 관계의 발전형이라 할 수 있는 부부예능의 주가도 높기에 이러한 연프의 수명은 더욱 늘어날지 모른다. 하지만 이미 사랑을 놓치고 있는 연프에는 연프로서의 가치가 없다. 온갖 다른 표현과 미사여구로 수식한다고 하더라도 결국 알맹이가 빠진 콘텐츠는 모두에게 꿈과 기쁨을 실어줄 수 없는 껍데기가 될 따름이다.
신윤재(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