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뉴타운사업이 남긴 것

[르포]뉴타운사업이 남긴 것

정진우 기자
2008.07.13 14:53

아현뉴타운 '아현3구역'… 개발기대로 오른 땅값 고분양가로 이어져

- 주민 40% 이상 떠나 "동네 슬럼화"

- 강북선 3.3㎡당 3000만원 첫 등장

↑ 서울 마포구 아현3동 '아현3구역' 일대. 이곳은 지난 5월 '관리처분계획인가'를 받았다.
↑ 서울 마포구 아현3동 '아현3구역' 일대. 이곳은 지난 5월 '관리처분계획인가'를 받았다.

"집을 작년에 팔았으면 1억 정도는 더 벌었을 거예요. 더 오를 것이란 욕심에 기다리다가 집값만 떨어졌어요"

서울 마포구 아현3동 단독주택(전용면적 73㎡)에서 35년째 살고 있는 김영순(68세, 가명)씨의 말이다. 김씨는 지난 4월 이 집을 5억5000만원에 팔고 은평구 불광동의 연립주택(전용면적 68㎡)을 3억원에 샀다. 오는 8월 김씨는 지난 35년의 세월을 뒤로하고 아현동을 떠난다. 아현뉴타운 개발 사업으로 집이 헐리기 때문이다.

지난 11일 오후 아현3동에서 만난 김씨는 "지난해 봄만 해도 집값이 6억원을 훨씬 넘었다"며 "집값이 더 오를 것 같아 팔지 않고 기다렸는데 집값은 점점 떨어졌고 할 수 없이 지난 4월에 팔았다"고 말했다.

김씨가 살고 있는 아현3동은 아현뉴타운 중에서도 사업 속도가 가장 빠른 아현3구역에 속해 있다. 현재 이 구역 주민들의 40% 정도가 동네를 떠났다. 남은 주민들도 오는 8월 말까지 대부분 이사를 가게 된다.

동네 곳곳에는 이 곳을 떠난 주민들이 내다 버린 각종 가정 쓰레기들이 쌓여 있었다. 주인이 없는 집은 붉은색으로 '공가(空家)'라는 단어가 적혀 있었다. 올해 가을쯤부터 철거가 시작될 이 동네는 빈집이 늘면서 빠르게 슬럼화되고 있다.

↑ 동네를 떠난 주민들이 내놓은 가정 쓰레기들이 곳곳에  쌓여있다. 현재 이 동네 40% 이상의 주민들이 떠났다.
↑ 동네를 떠난 주민들이 내놓은 가정 쓰레기들이 곳곳에 쌓여있다. 현재 이 동네 40% 이상의 주민들이 떠났다.

◇노후주택 밀집지 '아현동'=아현(阿峴)은 엄마 등에 업힌 아기 모습을 닮은 고개에서 유래된 지명이다. 이름처럼 이 지역은 둥근 고개였다.

비탈진 곳에 집들이 들어서 있었고 쭉쭉 뻗은 골목들은 하나같이 경사가 심했다. 이 지역은 서울 도심과 여의도 등과 가깝지만 노후 주택이 밀집돼 있어 그동안 주거지로 인기를 끌지 못했다.

3.3㎡당 1000만~1500만원 하던 이 일대 땅값은 지난 2003년 2차 뉴타운지구로 지정되면서 급등했다. 지난해 3000만~3500만원선까지 올랐다가 지금은 2500만~3000만원선으로 하락했다.

아현3동 J부동산 관계자는 "요즘에도 이 동네 부동산을 찾는 사람들이 많다"며 "지난해보다 가격은 좀 떨어졌지만, 인근 아파트 시세를 기준으로 은행 이자보다 높은 수익을 얻을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올해 말 동·호수 추첨이 진행될 예정인데, 그때 다시 한번 가격이 상승할 것이라는 이야기가 솔솔 나오고 있다"고 덧붙였다.

↑ 빈집에는 붉은 색 글씨로 선명하게 '공가'로 적혀있다. 빈집들이 늘면서 동네가 슬럼화되고 있다.
↑ 빈집에는 붉은 색 글씨로 선명하게 '공가'로 적혀있다. 빈집들이 늘면서 동네가 슬럼화되고 있다.

◇"강남도 아닌데…" 고분양가 논란=아현뉴타운 중 사업 속도가 가장 빠른 아현3구역은 지난해 8월 사업시행인가를 받고 지난5월에 관리처분인가를 받았다. 조합원 물량을 제외한 일반 물량의 경우 내년 1~3월에 분양된다.

아현3구역은 3063가구(임대 524가구 포함)의 대단지로, 대우건설과 삼성물산 컨소시엄이 시공을 맡았다. 내년 상반기 착공, 오는 2011년 입주 예정이다.

이곳에 분양되는 아파트 중 294㎡형은 강북 뉴타운에서 처음으로 3.3㎡당 분양가가 3000만원이 넘을 것으로 보인다. 지난 3일 이 지역에 공급되는 294㎡형 6가구 중 일반 분양 물량 3가구의 분양가가 각각 26억7000만원으로 책정됐다. 또 142~254㎡형은 2300만~2900만원선에 결정됐다.

이는 강남 재건축 아파트의 분양가와 큰 차이가 없는 수준이다. 뉴타운 사업으로 폭등한 땅값이 다시 아파트 고분양가로 이어진 셈이다.

아현3동 주민 이모씨(45세)는 "지난 몇 년간 뉴타운 바람으로 이 지역 땅값이 2~3배 이상은 뛴 것 같다"며 "땅값이 오르니 분양가도 자연스럽게 올라 강남도 아닌데 3.3㎡당 3000만원이 넘는 아파트가 분양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저작권자 © ‘돈이 보이는 리얼타임 뉴스’ 머니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관련 기사

정진우 기자

안녕하세요. 머니투데이 정진우 기자입니다.

공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