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공공기관의 역할과 책임

[기고]공공기관의 역할과 책임

이복남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
2009.06.09 12:26

한국의 원자력발전소 건설과 운영기술은 세계적 수준에 올라와 있음이 증명되고 있다. 현재 아랍에미리트(UAE) 아부다비에서 진행 중인 원전건설 기술자격 심의에서 3개 그룹 안에 당당하게 들 정도로 인정받고 있다.

하지만 건설과 운영 기술은 세계적 수준인데 비해 발주자로서의 사업관리 역량과 책임은 오히려 후퇴하는 듯한 분위기다. 문제는 공공기관의 역량과 책임이 기술 수준을 못 따라 올 경우 그 피해는 엉뚱하게도 국민과 민간사업자에게로 전가되는데 있다.

대표적인 것이 녹색에너지로 세계적인 주목을 받고 있고 국내 전력공급에서 상당한 비중을 차지하게 될 원자력발전소다. 최근 예상하지 못했던 문제점이 들어나고 있다.

기술적 문제라기보다 관리의 문제다. 신울진원자력 1·2호기 건설계획이 지난 4월에 전원개발계획에 의해 확정됐다. 오는 2106년까지 완공돼야 국내 전력수급에 차질이 없다는 전제로 준공 시기는 확정켰지만 착공 시기는 공기업인 발주자 책임에 맡겼다.

발주자는 4월과 5월 두 번에 걸친 입찰공고와 자격심의에서 입찰조건에 맞지 않는다는 이유로 사업자 선정을 하지 않았다. 3개 업체 이상이 경쟁에 참여해야 하는데 2개 업체 만으론 입찰이 성립하지 않는다는 게 발주자가 내세우는 이유다. 여기에는 3가지 심각한 문제점과 후유증이 예상된다.

첫째, 원자력발전소 건설은 최고이자 최첨단 기술을 요구하는데 비해 발주기관은 기술력보다 경쟁구도를 중시, 스스로 기술의 눈높이를 떨어뜨리고 있다. 둘째, 다자간 경쟁 유도는 기술보다 가격으로 사업자를 선정하겠다는 구도다. 기술보다 가격이 중심이면 왜 입찰참여를 제한해야 하는지에 대한 이유를 설명해야 한다. 셋째, 저가 경쟁을 발생하게 될 품질과 기술의 완성도 저하로 인한 안전문제는 무엇으로 보장할 수 있는 지가 없다.

이같은 문제점으로 인해 발생하게 될 후유증도 염려스럽다. 무엇보다 국내 기업의 경쟁 수준과 구도를 이해하지 못한 발주자 역량이라면 아부다비 원전입찰에서도 발주자가 중심이 된 원전건설 경쟁에서 승산 확률이 떨어진다는 점이다. 두 번째 후유증은 발주자의 의도가 가격 인하에 있기 때문에 산업체들은 적정 가격 이하로 입찰할 게 분명하다. 이때 낙찰업체이 입는 손실은 기업만의 손실이 아니라 국민의 안전을 위협할 가능성이 크다.

사업체 선정 지연과 전혀 별개로 준공일은 늦출 수 없다. 국가전력 수급계획에 따라 준공이 늦춰질 경우 그만큼 시장 경제에 악영향을 주기 때문이다. 착공시기가 늦어지는 만큼 공사기간은 짧아지게 된다.

공사기간 단축은 공사원가를 올리는데 비해, 보상은 전혀 이뤄지지 않는 구조로 사업자가 고스란히 안아야 하는 부담이다. 반대로 발주기관에 의해 준공일이 늦어질 경우 이자 및 물가상승비 등 간접비용 증가는 사용자들이 부담해야 하는 문제점으로 남는다.

공급과 수요시장에서 공급자 귀책에 대한 벌칙은 다양하게 부과되는 데 반면, 수요자인 공공발주기관의 책임에 의한 손실은 사업체와 국민들이 부담해야 하는 문제점이 있다.

국민들의 눈높이에 맞춰 공공발주기관의 역량을 제고시켜 한국건설산업의 선진화를 달성하는 목표는 정해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첨단기술과 절대 안전이 확보돼야 하는 원전 건설과정에서 현재 발생하고 있는 사태는 국민과 산업에 결코 플러스 요인은 아닌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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