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담합과 자율조정의 이중 잣대

[기고]담합과 자율조정의 이중 잣대

이복남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
2009.11.19 09:29

해마다 국감시기가 되면 국내 공공공사의 담합이나 비리가 단골 메뉴로 등장한다. 국회에서 거론되는 담합은 사실적 확인보다 대부분 정황에 의존한다.

문제는 한번 나온 말은 언론 등을 통해 일반국민들에게 그대로 전달돼 보통의 국민들은 '공공공사=담합'으로 인식하게 된다. 건설공사의 담합은 입찰 참여자간 사전 결탁이나 공모를 통해 특정기업의 이익이나 편의를 챙길 때 생긴다.

만약 이익이나 편의가 아닌 입찰자의 손실을 줄이기 위해 사전 공모를 했더라도 범죄 행위가 될까. 이 경우에도 범죄 행위가 성립된다면 담합 환경을 조성했거나 방임한 발주기관에 대해서는 어떤 처벌이 있을까.

해외건설시장에서 국내업체간 과당 경쟁으로 인한 피해를 줄이기 위해 정부 당국자가 나서는 경우가 많다. 이때 당국자는 업체들에게 국익과 개별기업의 손실을 줄이기 위해 내세우는 게 자율조정이다.

상대국 발주기관에서 보면 당연히 국가가 나서서 담합 환경을 정부가 조성한다고 주장할 수 있다. 국내에서는 박수를 받는다. 담합과 자율조정 사이 간격이 왜 이처럼 서로 다르게 평가받을까.

가격 담합은 소비자에게 분명 불이익을 줄 수 있는 범죄 행위다. 그러나 공공공사에 담합이 성립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한 국가제도나 발주기관에 대한 책임은 지금까지 거론한 적이 없다. 공공공사에서 담합이 성립될 수 있는 환경은 가격이 낙찰자를 좌우할 때다.

이에 비해 해외 건설공사의 경우 가격에 앞서 기술력과 품질, 그리고 실적과 공기단축 등이 주요 변수로 작용하기 때문에 입찰자들이 사전에 담합할 수 있는 환경 조성이 어렵다.

범죄 행위나 범죄 환경 조성을 방지하기 위해 '착한 사마리아인 법' 도입을 제안해 본다. 프랑스·독일 등 선진국에는 비록 건설공사를 대상으로 한 것은 아니지만 타인이 위험에서 빠져 나올 수 있도록 도움을 강제하는 법이 있다고 한다.

건설업체들이 이익 극대화나 손실을 줄이기 위해 담합 유혹을 항상 받도록 만들어진 제도에 문제가 있다. 마치 100㎞ 이상 달릴 수 있는 국도를 건설해 놓고 80㎞ 이상 속도를 범죄로 보는 것과 마찬가지다.

가격만으로 담합할 수 없도록 하는 데는 발주자 역량과 책임이 절대적이다. 국내에는 발주자 역량이나 책임에 대한 것은 언제나 논외로 하고 있다. 현재와 같은 제도하에는 가격담합 유혹이 지속적으로 유발 될 수밖에 없는 구조다. 도덕군자만 있는 사회가 아니기 때문이다.

어느 국가나 사회도 완벽한 제도는 있을 수 없다. 건설공사의 담합 근절은 강한 처벌과 함께 제도 운영자의 역량과 책임성이 좌우한다. 담합 유혹을 뿌리치기 위해서는 담합으로 인한 손실이 이익보다 크다고 확실하게 인식 할 때 힘을 받는다.

아울러 국내 공공공사의 원가가 적정한지에 대한 검토도 필요하다. 국민의 눈높이는 국민소득 수준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 5000불 눈높이로 산정된 가격을 2만불의 눈높이로 평가하는 것은 큰 모순을 안고 있다.

세계 90여개 나라와 비교에서 국내 공사원가 수준이 국민소득 순위보다 한참 아래로 나타나기 때문이다. 이익보다 손실을 줄이기 위한 담합 유혹 환경을 처벌에 앞서 개선해야 하는 게 순서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저작권자 © ‘돈이 보이는 리얼타임 뉴스’ 머니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관련 기사

공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