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중개업소 개점휴업, 외지인들 수년전 매입후 버티기

"좋은 땅 없냐는 문의전화만 하루에 4~5통씩 오긴 하는데…."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 유치를 위해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조사평가단이 지난 17일부터 19일까지 사흘간 현지실사를 진행했다. 한껏 들뜬 동계올림픽 유치에 대한 기대감과는 달리 메인스타디움을 끼고 있는 평창 알펜시아리조트의 인근 부동산 중개업소 분위기는 차분하다 못해 냉랭한 기운마저 감돌았다.
◇평창은 '축제'…부동산은 '잠잠'
지난 18일 평창군은 그야말로 축제 분위기였다. 횡계IC를 빠져나오자 동계올림픽 유치를 염원하는 걸개막이 곳곳에 걸려 있었다. 도로마다 주민들이 동계올림픽 유치를 염원하며 만들었다는 2018개의 눈사람들도 외부인의 발길을 반겼다.

대관령면 횡계리로 진입하는 길 곳곳엔 '땅·별장지·펜션지 매매'란 큼직한 간판을 내건 부동산 중개업소들이 즐비했다. 하지만 이들 업소마다 문이 굳게 잠긴 채 인기척마저 들리지 않았다. 인근 중개업소들도 상황은 같았다.
간판에 적힌 휴대전화 번호로 통화를 해봤다. "며칠 전 폭설이 오는 바람에 손님이 찾아와도 땅을 보러갈 수 없는 상황이에요. 구제역도 있고 해서 대부분 쉬고 있어요."
강원도 사투리 특유의 순박함이 묻어나 여유로운 뉘앙스를 풍겼지만 실상은 개점휴업에 가까웠다. 한 중개업소 관계자는 "지난 두 차례 동계올림픽 유치에 나섰을 때 땅값이 오를 대로 올라 적절한 물건을 찾기 어렵다"며 "문의는 하루에 4~5통씩 오는 데 가격이 안맞아 거래로 이어지진 않고 있다"고 전했다. 이런 상황이 벌써 1년 넘게 지속되고 있다고 한다.
인근 D공인중개업소 관계자 역시 "현지 주민들이 갖고 있는 토지가 거의 없을 정도로 수년전에 외지인들이 대부분 사들인 상태"라며 "이번에도 동계올림픽 유치를 앞두고 기대감이 커지자 그동안 못 팔고 있던 원주민들이 매물로 내놓고 있는 정도"라고 말했다.
거래되더라도 가격은 예전과 별반 다르지 않다는 설명이다. 그는 "한 달전 전원주택을 지을 목적으로 횡계리 인근 토지 661㎡를 3.3㎡당 30만원에 매입했는데 수년전 가격과 비슷한 수준"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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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년전 '지분 쪼개기' 성행…개최지 발표까지 버티기
횡계IC 인근 도로를 끼고 있는 땅값은 3.3㎡당 200~300만원 선. 역시 수년전 동계올림픽 유치전에 나섰을 때 크게 뛴 가격이 그대로다. 평창 일대 부동산가격은 동계올림픽 개최지 선정을 선반영해 놓았기 때문이란 게 지역 중개업소들의 설명이다.
최근 거래된 부동산의 경우 동계올림픽 수혜지역과 무관하게 전원주택을 짓고 살려는 실수요자들이 대부분이라고 현지 중개업소 관계자들은 전했다. 도로를 내고 용도변경을 하려면 적어도 3.3㎡당 30~50만원 안팎에 매입해야 펜션 등을 지어 수익을 낼 수 있지만 이 정도 가격으로 살 만한 입지가 좋은 토지들은 씨가 마른 상태다.
평창 동계올림픽 유치를 노려 수혜지역을 골라 토지를 대거 매입한 뒤 지분을 잘게 나누는 소위 '지분 쪼개기' 사례는 4~5년 전에 성행했다. 지금은 단속이 강화돼 지분 쪼개기를 할 수 없다.
알펜시아 인근의 Y공인 중개업소 관계자는 "4년전 기획부동산을 통해 임야를 (3.3㎡당) 66만원에 매입한 뒤 50여곳으로 지분을 나눴다"며 "수혜받을만한 토지들을 이런 식으로 외지인들이 대부분 사들였다"고 설명했다.
올림픽타운 예정지인 횡계리 상지대관령고와 도암중 인근도 대부분 외지인의 손에 넘겨졌다. 이 관계자는 "올림픽개최지로 확정돼 특구로 지정되면 편의시설과 문화공간이 만들어지기 때문에 땅값이 적어도 2~3배는 오를 것이란 기대감을 갖고 버티고 있다"고 귀띔했다.
일부 주민들은 토지보상가격을 놓고 줄다리기도 한다. 이 관계자는 "도로를 내려고 (3.3㎡당) 70만원에 제시했는데 원주민이 150만원을 요구하면서 협상이 중단된 곳도 있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