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달 30일 국토해양부 기자실에는 자동차 급발진 사고의 원인을 발표하는 간담회가 열렸다. 전문가들로 꾸려진 합동조사반이 급발진 사고에 대해 원인 규명을 한 건 이번이 처음이었다.
조사단은 사고발생 5초 전부터 사고 순간까지를 기록하는 EDR을 현장에서 봉인을 풀어 최초 공개하는 '성의'를 보였다. EDR은 비행기로 치면 블랙박스여서 사고 원인 규명의 키로 작용할 수 있다.
기대와 달리 결과는 다소 싱거웠다. 급발진의 원인이 차량 결함으로 볼 수 없다는 것으로 결론이 났다. 그렇다고 운전자 과실이란 명백한 증거 역시 없었다. 급발진의 원인 규명이 다시 미궁에 빠진 셈이다.
현장 검증을 지켜본 당시 사고 차량 운전자는 결과를 신뢰할 수 없다고 항변했다. 운전자는 "EDR을 보면 내가 브레이크를 작동한 기록이 없는 것으로 나왔지만 사고 직전에 우회전하는 과정에서 브레이크를 안 밟을 수가 없던 상황"이라고 주장했다.
조사단은 EDR 자체에 대한 오류 가능성을 일축했다. 물론 급발진 사고의 원인이 차량 결함 때문으로 판명된 경우는 다른 나라에서도 아직 없다. 문제는 조사단과 국토해양부 관계자들의 태도가 스스로 신뢰를 떨어뜨리고 있다는 것이다.
조사 발표가 끝난 후 이들과 나눴던 대화를 종합해 보면 이렇다. 가속페달을 밟아야 열리게 되는 스로틀밸브는 오작동을 일으킬 확률이 없다고 단정하거나 일본은 급발진 사고 민원이 거의 없는데 우리나라만 유별나다는 식의 국민성을 폄하하는 발언도 서슴지 않았다.
또 급발진 원인이 차량 결함 때문이라고 발표하면 세계적으로 대규모 리콜이 들어올 것이란 얘기도 나왔다. 사실 여부보다 제조업체와 국가의 이익을 중요시하는 태도였다.
게다가 담당 공무원은 국토해양부 고위관계자에게 당일 조사 발표 전 업무보고를 하자 그로부터 "소비자 과실로 나오는 게 좋겠지"라는 대답을 들었다는 사실을 아무렇지 않게 털어놨다.
조사단이 애초부터 의도를 갖고 결과를 만들어내진 않았더라도, 이처럼 편파적 인식을 갖고 있으면 아무리 객관적이고 과학적인 데이터를 들이대도 상대를 설득하긴 어려울 것이다. 진심이 느껴지지 않는 고백 같은 게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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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발진 차량 운전자가 기자들에게 마지막으로 외쳤던 말이 귓가를 맴돈다. "소비자 입장이 아니라 자동차회사 입장에서 교통안전공단이 조사를 하고 있어요. 저는 그걸 처음부터 지금까지 계속 느꼈기 때문에 그게 가장 불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