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서역이냐, 삼성역이냐."
수도권 KTX(고속철도) 시·종착역을 두고 서울시의 삼성역 변경 요구에 뒤늦게 역사(驛舍) 입지 논쟁이 벌어지고 있다. 삼성과 수서 중 수도권 KTX역사 입지로 어디가 적정하냐는 논란은 이미 2009년 사업실시계획과 2011년 국토해양부 장관 주재로 열린 토론회에서 결론을 내렸다. 하지만 서울시의 변경 요구로 이같은 논란이 재연되고 있다.
서울시가 삼성역으로 변경 요구를 하게 된 명분은 수서역보다 이용객들의 접근성이 상대적으로 뛰어나다는 점 때문이다. 강남권 유동 인구가 집중돼 있는데다, 입지적으로도 이용하기 편리한 위치에 놓인 게 사실이다.
삼성역은 서울지하철 노선 가운데 가장 많은 승객이 이용하는 2호선으로 강남 테헤란로의 중심지에 위치해 있다. 인근에는 코엑스, 백화점, 무역센터 등 쇼핑, 비즈니스 인프라가 잘 갖춰져 있어 유동인구가 많다. 삼성역의 승하차 인원은 하루 평균 6만8320명인데 반해 수서역은 7분의1 수준인 1만734명에 불과하다.
앞으로 개발에 따른 발전가능성도 높다는 평가다. 한국전력 본사의 이전으로 이 부지가 새로운 상업지역으로 부상할 것으로 예상되고 수도권 광역급행철도(GTX)의 동탄-일산 노선의 정차역으로도 개발될 예정이어서 교통요충지가 된다.
최근 이재훈 한국교통연구원 철도연구실장은 KTX 수서역을 접근성이 우수한 삼성역까지 연장하는 것이 효율적이라고 제안했다. 이같은 근거로 서울시는 이용객 입장에서 수도권 KTX 시·종착역을 삼성역으로 변경할 것을 요구하고 있는 것이다.

이같은 장점에도 수도권 KTX 시·종착역의 역할을 할 수 있는 역사 공간 부지가 없다는 게 결정적 단점이다. 김광재 한국철도시설공단 이사장은 "삼성역사를 짓고자 한다면 한전 부지가 입지적으로는 가능하지만 땅값만 1조원이나 된다"면서 "3조5000억원 들어가는 사업에 역사 하나를 지으려고 1조원 땅을 사들인다는 게 맞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시·종착역 역할을 하기 위해선 인근에 주박(열차가 계류하는 곳)기지 건설이 필수적인데 활용할 수 있는 부지가 없다는 것도 단점으로 꼽힌다. 수서를 주박기지로 이용한다고 해도 이중적인 예산낭비가 될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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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수서역이 삼성역에 비해 근접성이나 편의성 측면에선 떨어지긴 하지만 발전가능성은 높다는 의견도 있다. 분당선과 환승이 가능하고 주변에 동남유통단지인 가든파이브가 들어서 있다.
법조단지와 가락동시장 이전에 따른 개발 등이 예정돼 있고 위례신도시 조성 등으로 유동인구가 크게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무엇보다 사업주체 입장에선 KTX 역사와 주박기지로 활용될 수 있는 공간이 있다는 점에서 수서역을 선호할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수도권 KTX 시·종착역은 당초 수서와 삼성 두 곳이 물망에 올랐지만 서울시와 강남구청이 삼성역의 혼잡 가중을 이유로 반대했다. 결국 2009년 12월 사업실시계획 수립 당시 수서역으로 확정됐다. 철도공단은 주박기지 등을 건설하기 위해 서울시에 그린벨트(개발제한구역) 해제를 신청했으나 도시계획위원회 심의에서 3차례 보류된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