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도 공산품?"…PL법 적용 추진 '논란'

"아파트도 공산품?"…PL법 적용 추진 '논란'

송학주 기자
2012.09.22 06:15

수요자 "대환영" vs 건설사 "안될 말"…보험업계 "특수?"

↑제조물책임법(PL법) 관련 주요 국가들의 쟁점 비교.ⓒ박동진 연세대 교수 제공
↑제조물책임법(PL법) 관련 주요 국가들의 쟁점 비교.ⓒ박동진 연세대 교수 제공

 법무부가 PL법(제조물책임법) 대상에 아파트를 포함하는 방안을 추진하면서 논란이 다시 일고 있다.

 "아파트를 일반 상품처럼 공산품으로 정의할 수 있냐"는 논리 대결이 치열한 데다 소비자와 건설업계 등 이해당사자들은 물론 법조계나 학계에서도 관련 의견이 엇갈려서다. 이에 따라 내년 개정안 마련과 국회 입법과정에서 상당한 논란이 예상된다.

 ◇수요자들 "대환영"…시공사 고의·과실 입증 책임없어져

 PL법에 아파트가 포함될 경우 수요자들은 시공물 결함으로 인한 재산상·신체적 피해를 입으면 손쉽게 제조업체인 시공사로부터 피해보상을 받게 된다.

 지금까지 아파트 입주자들이 시공 결함으로 인한 피해보상을 받으려면 시공업체의 고의나 과실까지 스스로 입증해야 했지만 법개정이 이뤄지면 결함으로 인한 피해사실만 입증하면 된다.

 한국소비자보호원 관계자는 "아파트 특성상 입주자들이 일일이 결함 여부를 증명하기 어렵다"며 "아파트도 제조물에 포함해 PL법을 적용받도록 하는 게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PL법을 직접적으로 근거한 판결이 많지 않아 (아파트가) 포함되더라도 실효성이 없을 것이란 지적에 대해 "PL법이 실제 수요자 구제를 위한 기능과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하고 있음을 반증하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건설사 "아파트는 공산품 아니다"

 일단 건설업계는 법무부가 아파트 결함 보수에 대해 입주민의 권익을 대폭 강화하는 방향으로 '집합건물 소유·관리에 관한 법률'을 개정한 데다 이번 PL법 대상에까지 포함하는 방안을 추진하는 데 대해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그러면서도 아파트가 다른 공산품과 달리 공장에서 일괄적으로 생산해내는 제품이 아니라 수많은 공정이 복합적으로 작용되는 만큼 PL법 적용 대상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대형건설사 한 관계자는 "제조물과 달리 아파트의 경우 설계와 시공 과정이 분리돼 있는 등 피해에 대한 책임을 명확히 규정짓기 어렵다"며 "소비자 보호는 주택법, 건설산업기본법, 집합건축법 등 현행 아파트 하자보수 관련 법령에도 충분함에도 PL법까지 적용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고 지적했다.

 한 중견건설사 임원은 "외국의 경우 일반 제조업체에서조차 PL법 적용에 따른 도산 사례가 많다"며 "소송이 증가하고 이에 따른 피해보상 부담을 줄이기 위해 PL보험에 가입하면 결국 아파트 원가 상승으로 이어져 피해는 소비자에게 돌아갈 수 있다"고 덧붙였다.

 ◇보험업계, "PL보험 특수 누리나?"

 아파트가 PL법 적용대상에 포함될 경우 가장 수혜를 입을 것으로 예상되는 분야는 보험업계다. 건설사들이 피해를 줄이기 위해 PL보험(생산물배상책임보험)에 가입할 수밖에 없어서다.

 PL보험은 제조업체가 만든 물품으로 인해 사고나 손해가 발생할 경우 소비자에게 보험금을 지급하는 상품이다. 결국 PL법 개정안이 통과될 경우 관련 보험시장은 대폭 커질 것으로 보인다.

 한 보험업체 관계자는 "PL보험 가입을 통해 건설기업은 만약의 상황이 발생하더라도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으며 소비자도 생산자가 만든 제품을 안심하고 사용할 수 있어 윈윈 효과가 있다"고 말했다.

 ◇"외국에선 찾아보기 어려워"

 전문가들 사이에선 의견이 다소 엇갈리지만 대체로 아파트가 PL법에서 규정하는 동산이 아닌 부동산인 점을 들어 반대하고 있다. 미국 등 선진국에서 아파트를 PL법 대상에서 제외한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라는 것이다.

 두성규 한국건설산업연구원 건설경제연구실장은 "아파트는 다양한 평면과 옵션이 있어 가공된 공산품으로 판단하기엔 어려움이 있고 감리제도 등의 다양한 감시체계가 있어 여타 제조물과 다르다"며 "아파트 부실시공을 막고 소비자를 구제해주기 위한 대책이라면 현행 법·제도만 잘 정비해도 충분하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최근 미국에선 규격화된 조립식이나 이동식건물의 경우 토지와 건물이 분리될 수 있다는 점에서 예외적으로 PL법을 적용한 사례도 있지만 이는 아파트는 구별되는 사안"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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