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회사서 '안전교육' 받고 2명 살려낸 한동림·배성환씨

지난 4월 초 서울 인사동의 한 전주비빔밥 식당에서 갑자기 "쿵" 소리가 났다. 소리가 난 곳에는 머리가 희끗희끗한 70대 초중반의 할아버지가 쓰러져 있었다.
할아버지는 눈을 크게 뜬 채 숨을 쉬지 못했지만 사람들은 "어떡해~"라며 보고만 있을 뿐 누구도 응급처치에 나서지 않았다. 심장마비로 쓰러진 사람은 5분 이내에 CPR(심폐소생술) 등 응급처치를 하지 않으면 뇌사상태에 빠지거나 사망에 이른다. 119구급차가 연락을 받고 도착하려면 빨라도 7~8분 후이기 때문에 누군가 응급처치를 해줘야 하는 상황이었다.
이때 식당 한쪽 방에서 메뉴를 고르다 말고 신발도 신지 않은 채 달려나온 이들이 있었다. GS건설 안전혁신학교 강사인 한동림 대리와 파르나스타워증축공사 현장 안전관리자 배성한 대리였다.
배 대리는 우선 식당 주인에게 119에 신고할 것을 요청한 후 할아버지의 고개를 돌려 기도를 확보해줬다. 한 대리는 CPR를 했다. 할아버지는 CPR 20~30회에 의식이 잠깐 돌아왔지만 다시 의식을 잃었다.
이후 한 대리는 할아버지가 완전히 의식이 돌아와서 대화를 할 수 있을 때까지 CPR를 계속했다. 구급대원은 할아버지가 쓰러진 지 8분쯤 됐을 때 도착했다.
서울 삼성동 파르나스타워증축공사 현장에서 만난 배 대리는 "우리가 달려갔을 때 할아버지는 숨을 쉬지 않고 있었다"면서 "구급대원이 오기 전에 CPR를 하지 않았다면 불행한 일이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건설현장에는 배 대리처럼 응급처치를 할 수 있는 안전관리자가 1명 이상 배치된다. 800억원 미만 규모의 현장에는 1명, 공사규모가 700억원 늘어날 때마다 1명씩 더 배치된다. 안전관리자들은 정기적으로 안전혁신학교 등에서 3박4일 동안 안전교육을 받아야 한다.
하지만 실제로 현장이나 일상생활에서 응급처치를 해야 하는 상황이 발생하는 경우는 드물다. 배 대리는 "매년 교육을 받고 마네킹을 놓고 연습도 해보지만 실제로 CPR 등을 한 건 이번이 처음"이라고 말했다.
배 대리의 경우 응급처치 경험이 더 있다. 경기 안양현장에 있을 때다. 현장 앞에서 택시가 갑자기 멈춰서더니 유치원생 남자아이를 안은 부모가 내렸는데, 아이가 사탕을 먹다 목에 걸려 숨을 못쉬고 새파랗게 질려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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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통 아이들은 등을 두드려주거나 배 부분을 압박해서 토해내도록 하는데 그 아이는 소용이 없었어요. 그래서 손가락을 넣어서 간신히 빼냈죠. 이 방법은 전문가들만 하는 응급처치인데 상황이 급해서 시도해봤어요. 다행히 성공했지만 손가락이 잘릴 뻔 했죠."
아이들도 힘이 세기 때문에 일반인이 아이들 입에 손을 함부로 넣으면 위험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조언이다. 배 대리는 "응급처치는 누구나 배워야 한다"며 "5분 내에 눌러주기만 해도 생명을 구할 수 있는데 119만 기다리다간 소중한 가족을 잃을 수 있다"고 말했다. 배 대리는 기회가 된다면 CPR 전문자격증을 따고 싶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