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주간리뷰]'法' 밖으로 내몰린 '옥탑방' 세입자들

#경기 파주시 교하읍에 거주하는 정모씨(57)는 2011년 살고 있는 단독주택을 4층짜리 다가구주택으로 바꾸면서 옥탑방을 추가로 지었다. 물론 '불법'이란 걸 알고 있었지만 주변 대부분 그렇게 하다보니 큰 죄책감이 없었다. 오히려 옥탑방이 다른 방보다 크고 독립돼 있어 인기가 높았다.
동네사람들 중엔 불법건축물임이 들통이 나 이행강제금이 수백만원 나왔다며 하소연하기도 했지만 정씨는 아직 바꿀 생각이 없다. 월세 받는 재미가 쏠쏠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올해부터 옥탑방을 양성화해준다고 해서 알아보니 돈이 많이 들어 고민 중이다.
국토교통부가 올 1월17일부터 1년간 '특정건축물 정리에 관한 특별조치법' 시행에 따라 건축법을 위반한 중소규모의 주거용 건축물이 양성화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에 따른 논란이 적지 않을 것이란 지적이다.
이 법안의 취지는 법으로 보호받지 못하는 '서민보호'가 주된 내용이지만 불법적인 행위를 사후에 승인한다는 점을 두고 '도덕적해이' 논란이 일고 있다. 게다가 건물소유자들이 서민인지 여부와 총선을 앞두고 선심성 정책이 아니냐는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다가구주택 등에 '옥탑방'과 같은 불법건축이 기승을 부리면서 싼값에 임대차계약을 한 저소득 세입자들이 위험에 노출돼 있다는 지적이다. 주민등록 이전은 고사하고 확정일자도 받을 수 없어 자칫 보증금을 떼일 수 있음은 물론, 월세 소득공제 등 법으로 정한 최소한의 혜택도 받지 못하기 때문이다.
문제는 이들 불법건축에 따른 세입자들의 피해다. 불법건축물로 적발되면 이행강제금 부과 등의 조치를 당하기 때문에 집주인들은 세입자에게 전입신고나 확정일자를 받지 못하도록 강제한다. 더구나 이 경우 해당 건물은 화재보험도 들 수 없다.
확정일자를 받지 못하기 때문에 집이 경매로 넘어갈 경우 보증금을 떼이는 일도 다반사다. 은행에서 전세자금대출도 받지 못하기 때문에 대부분 월세로 계약할 수밖에 없는데도 월세소득공제를 신청할 수 없다.
관악구 신림로 인근 옥탑방에 거주하는 강모씨는 "요즘 전셋값이 치솟는 상황에서 비교적 싼 값에 깔끔하면서 넓은 집은 옥탑방이 최고"라며 "오죽하면 불법인 줄 알면서도 세들어살겠냐"고 하소연했다.
이영진 고든리얼티파트너스 대표는 "건물주들이 임대수익을 늘리기 위한 방법으로 '방 쪼개기'로 불리는 가구분할도 심각한 문제"라며 "도심지 주차난, 주거환경 악화, 화재보험 미가입에 따른 화재 발생시 세입자를 비롯한 각종 피해가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독자들의 PICK!
◇'서민' 위한다지만 결국 '집주인' 혜택=더 큰 문제는 서민을 위한다는 명분으로 집주인에게만 혜택을 준다는 점이다. 불법건축물 양성화 조치는 이전에도 수차례 이뤄졌다. 그때마다 취지는 '서민보호'였다.
이에 대해 한 세무전문가는 "위법건축물의 양성화가 반복해서 이뤄지면 오히려 기대심리가 조장돼 위법건축물이 늘어날 우려가 있다"며 "가뜩이나 국민들 사이엔 '법을 지키면 손해'라는 생각이 팽배한데 불과 1년 전의 불법행위를 눈감아주는 꼴'"이라고 꼬집었다.
게다가 대부분 위법건축물이 건축주의 개인욕심에 의한 고의적 불법시공의 결과일 뿐 세입자의 편의를 도모하거나 어쩔 수 없는 현장여건으로 인한 부득이한 경우는 거의 없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장용석 장대장부동산연구소 대표는 "당장은 불법건축물이더라도 몇 년 지나면 합법건축물이 되는 현실에서 배짱을 부리는 건축주가 늘고 있다"며 "선거 때만 되면 이런 선심성 정책이 나온다"고 개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