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T리포트-정치공항 잔혹사]①

정부가 공항을 짓기 위해 500억원을 주고 산 땅이 고작 연간 5000만원만 받는 임대용 농지로 전락했다. 한때 국제공항을 꿈꿨던 김제공항 부지 얘기다.
김제공항은 김대중 정부 시절 단순 지역 성장개발 논리로 추진했다가 백지화된 대표적 국책사업 실패 사례다. 지역 주민의 삶의 질이나 재분배에 대한 충분한 검토 없이 정치적 판단으로 강행한 '정치공항'의 결말이라는 점에서 앞으로 지어질 가덕도 등 전국 10개 신공항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30일 머니투데이가 입수한 국유부동산 대부 입찰 자료에 따르면 국토교통부 산하 서울지방항공청이 소유한 전라북도 김제시 공덕면 공덕리 일대 김제공항 부지(127필지, 48만3106㎡)의 올해 임대 가격은 5197만원으로 파악됐다. 이 부지의 구체적 가치가 확인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정부는 지난 1999~2005년 이 땅 매입에 500억원의 혈세를 투입했다. 이 정도 수준의 임대 수익이라면 이자를 빼고 원금 회수에만 970년이 걸리는 셈이다.
김제 공덕면과 백산면에 거주하는 주민만 1년생 작물에 한 해 농사를 지을 수 있기 때문에 임대 수익은 입찰가보다 더 적을 수 있다. 국토부가 2008년 김제공항 건설 사업 포기를 공식화한 이후부터 현재까지 20년 동안 사실상 방치되고 있는 것.
김제공항은 김대중 전 대통령이 1998년 전북을 방문해 "내년 예산에 전주권 신공항 기본설계 용역비 8억원을 편성하겠다"며 "공사 기간을 최대한 줄여 완공을 앞당기겠다"고 약속한 것이 시초다.
전북도는 김제시와 사전 협의 없이 공항부지를 선정했고 이 과정에서 정확한 수요예측이나 충분한 타당성 검토는 없을 수밖에 없었다. 실제 감사원이 2005년 발표한 김제공항 감사 결과에는 "항공수요(국토부 실시설계 324만명, 감사원 136만명)와 경제적 타당성이 부풀려졌다"는 내용이 담겼다.
무엇보다 여론을 제대로 수렴하지 않고 정치적 판단으로 공항 건설이 결정된 탓에 김제를 지역구로 둔 최규성 당시 국회의원과 시민단체들의 반발이 컸다. 통상 지역에 막대한 예산이 투입되는 SOC(사회간접자본) 사업이 진행되면 환영하는 것과의 정반대의 상황이 벌어졌다.
김제공항 부지는 계륵이 됐다. 김제시는 소유주인 서울항공청이 농림수산식품부로 무상 이전하길 원하지만 500억원의 혈세를 날렸다는 비판은 국토부가 감내해야 하는 만큼 협상에 난항이 예상된다.
최근 찾은 김제공항 부지 일대는 불에 태운 각종 쓰레기 흔적과 함께 말라 죽어 버린 잡초가 토지 매매 팻말을 흉물스럽게 감싸고 있었다. 공항은 일단 유치하면 정부가 건설하고 국토부 산하기관인 한국공항공사가 운영하기 때문에 정치인과 지방 정부는 책임질 일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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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항공 참사와 탄핵 정국 속에서도 이명박 정부가 "경제성이 없다"고 판단을 내린 TK신공항(대구경북통합신공항) 특별법 개정안이 지난달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다른 지방들도 지역 민심 눈치에 저마다 특별법을 촉구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이윤철 한국항공대 경영학과 교수는 "지방자치단체나 주민은 공항이 생기면 지방 경제가 발전할 것이라는 기대감이 있다"며 "철저하게 교통을 연계하고 통합하지 않으면 지역 경제 발전을 견인하지 못하고 애물단지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