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부동산시장이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었다. 좀처럼 열이 식지 않는 부동산 시장에 정부가 '극약 처방'을 내놓으면서다. 상황이 달라졌다. 그동안 주택 공급부족에 따른 대세 상승론, 규제무용론을 외쳤던 전문가 중 이를 예상한 이는 아무도 없었다. 그저 상상을 웃도는 규제 강도에 '설마' 했던 일이 현실이 됐다는 시장 반응이 잇따랐다.
이재명 정부는 6·27 대출 규제와 9·7공급 대책에 이어 출범 넉 달 만에 세 번째 부동산 대책을 내놨다. 특히 이번 10·15 대책은 여느 대책과 의미가 다르다는 평가다. 수년간 시장 '피크아웃'(하락 전환)을 주장하다가 최근 잇단 대책에 상승론자로 돌아섰던 채상욱 커넥티드그라운드 대표는 10·15 대책 이후 다시 하락론으로 돌아섰다. 그는 이번 대책에 대해 "특이점이 왔다"고 진단했다.
10·15 대책은 규제지역인 강남 3구·용산구를 포함한 서울 25개 자치구 전역과 수도권 주요 지역 12곳 등을 조정대상지역·투기과열지구·토지거래허가구역 등 '삼중 규제지역'으로 묶고, 금융규제까지 강화하는 초강력 대책이다. 서울 전체가 토허구역으로 광범위하게 지정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부동산 규제 백화점이라고 불렸던 문재인 정부의 방식이 미세조정, 핀셋규제이었다면 현 정부의 규제는 일종의 무차별 '광역기'인 셈이다.
규제의 강도만큼 시장을 놀라게 했던 부분은 정부의 의지다. 대책 곳곳에서 '무엇이든 하겠다'는 신호가 읽힌다. 과거 대통령이 경기도지사 시절 계곡에서 불법 영업을 하던 음식점을 철거했던 '불도저'식 행정 운영이 겹쳐 보인다. 당시 거셌던 상인들의 항의를 딛고 계곡을 '정상화'했던 경험은 일종의 성공 방정식으로 정책 기조로 반영될 수 있다.
시장 반응도 이전과 다르다. 우선 규제 지역 '옆 동네'로 번지는 풍선효과가 감소하는 대신 서울·수도권 핵심지 내 빌라·오피스텔로 수요가 옮겨갈 조짐이 보인다. 부동산 커뮤니티에서는 규제 지역 밖 아파트보다 서울 비(非)아파트가 낫다는 의견들이 나온다. 그동안 서울 아파트 쏠림현상으로 외면당했던 비(非)아파트 시장이 풍선효과로 살아나는 부수적인 효과가 생겨난 것이다.
최근의 시장 과열은 부족한 주택공급, 넘치는 유동성, 비아파트 기피 심리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모든 수요가 서울 아파트에 집중된 탓에 생긴 결과다. 정부 정책은 유동성은 주식시장으로, 비아파트 기피는 비규제 효과로, 공급부족은 9·7대책과 연내 후속 대책으로 풀어낼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최후의 규제인 '세제 카드'는 여전히 주머니 안에 남았다.
세 번의 대책으로 정부가 보여준 신호는 하나다. 무엇이든 하겠다는 것이다. 전 정부들과 달리 부동산 시장 안정화를 넘어선 하락까지도 용인할 태세다. 채 대표는 이런 정부의 기조를 두고 "부동산 시장과의 전쟁"을 선포한 것이라고 표현했다. 정책이 옳으냐 그르냐를 따지기 전에 10·15 대책으로 정부의 부동산 문법은 바뀌었다. 특이점이 지났다. 새로운 국면에 적응하고, 충격에 대비해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