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부가 '세계유산법 시행령 개정안'을 추진 중인 가운데 세운지구 주민들은 법제처를 향해 시행령 폐기 또는 전면 재검토를 강력히 요구하고 나섰다.
세운지구상생개발협의회는 18일 법제처장 앞으로 진정서를 제출하고 "세계유산영향평가를 앞세운 과도한 규제가 수십 년간 추진해 온 정비사업을 무너뜨릴 수 있다"며 "개정안을 즉각 중단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번 갈등의 핵심은 국가유산청이 입법예고한 시행령 개정안에 포함된 '세계유산지구 밖 영향평가' 조항이다. 기존에는 세계유산 경계와 완충구역 중심으로 관리가 이뤄졌다면 개정안은 그 외 지역까지 영향평가를 확대할 수 있는 근거를 담고 있다. 문제는 규제 범위와 기준이 명확하지 않다는 점이다.
협의회는 이같은 명확하지 않는 규정에 대해 '깜깜이 규제'라고 비판했다. 진정서에서 "어디까지가 규제 대상인지조차 명확하지 않은 상태에서 국가유산청장이 재량으로 규제 범위를 확대할 수 있도록 했다"며 "토지이용규제정보서비스(LURIS)로도 확인할 수 없는 불확실한 규제는 헌법상 재산권을 침해할 소지가 크다"고 주장했다.
특히 재개발 사업의 특성상 장기간에 걸쳐 막대한 자금이 투입되는 만큼 불확실성 자체가 사업을 좌초시킬 수 있다는 우려가 크다. 세운지구는 이미 구역별로 정비계획 수립과 인허가 절차가 진행 중인 상태로 일부 구역은 사업이 일정 부분 진척된 상황이다.
주민들이 가장 강하게 반발하는 지점은 '소급 적용 가능성'이다. 개정안이 시행될 경우 이미 추진 중인 사업에도 새 규제가 적용될 수 있다는 해석이 나오면서다. 이에 대해 협의회는 "국가가 국민의 신뢰를 짓밟고 헌법이 보장한 사유재산권을 유린하는 짓"이라며 "시행 이전 사업에는 적용하지 않는다는 경과조치를 반드시 명시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세계유산영향평가 사전검토 의무화'도 또 다른 쟁점으로 꼽았다. 개정안은 구체적인 평가 기준이 마련되지 않은 상태에서도 사업 시행 전에 사전검토를 받도록 규정하고 있다. 주민들은 이를 사실상 사업 지연 장치로 보고 있다. 진정서에서는 "객관적인 기준도 없이 사전검토를 강제하면 사업 기간이 무기한 늘어날 수 있다"며 "추가 비용 부담으로 사업 자체가 좌초될 가능성이 높다"고 주장했다. 이어 "해당 조항은 독소 조항으로 삭제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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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과의 소통 부족도 문제점으로 지적했다. 국가유산청은 해당 시행령과 관련해 여러 차례 입법예고를 수정했지만 주민들은 여전히 현장의 의견이 충분히 반영되지 않았다고 보고 있다. 협의회는 "수차례 입법예고를 번복한 것은 정책 완성도가 떨어진다는 방증"이라며 "탁상행정을 중단하고 현장 목소리를 반영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번 사안은 단순한 규제 논쟁을 넘어 도시정비사업 전반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는 점에서 파장이 적지 않을 전망이다. 세운지구는 서울 도심 재생의 상징적인 사업지로 이곳에서 규제 갈등이 현실화될 경우 다른 재개발 지역으로 확산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주민들은 정부가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을 경우 강경 대응에 나서겠다는 입장이다. 협의회는 "개정안이 강행될 경우 대규모 집단행동은 물론 사업 지연에 따른 손해에 대해 민형사상 책임을 묻겠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