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수 대형사 독식 '수주 양극화'… "중견사는 참여조차 어려워"
PF·대출 규제도 영향… 업계, 무리한 경쟁 재무리스크 우려도
서울 핵심 재건축 수주전이 일부 초대형 건설사 중심으로 재편되고 있다. 정비사업 시장규모는 수십조 원으로 커졌지만 브랜드 경쟁을 넘어 막대한 자금동원력까지 요구되면서 시공사 입찰에 참여할 수 있는 업체가 매우 제한적인 상황이다. 건설경기 침체와 PF(프로젝트파이낸싱) 규제 강화, 대출규제 여파까지 겹치며 업계 양극화가 심화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25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최근 서울 강남·한강변 핵심 재건축사업장의 시공사 경쟁구도는 삼성물산, 현대건설, GS건설 이른바 '빅3' 중심으로 굳어지는 분위기다. 이밖에 대우건설, 포스코이앤씨, DL이앤씨, 롯데건설 등이 일부 사업장에서 경쟁구도를 형성하지만 그 외 대형사나 중견사는 수주전 참전 자체가 쉽지 않은 모습이다.

소수 대형사 중심의 수주구도 재편의 배경에는 '자금력'이 자리한다. 최근 정비사업 수주전에서는 이른바 브랜드파워와 함께 자금조달 능력이 핵심 경쟁력으로 떠올랐다. 강남권 주요 사업지는 입찰보증금만 수백억 원에서 1000억원 이상이 요구되기 때문이다.
최근 시공사 선정에 나선 여의도 시범아파트 역시 현금 500억원 규모의 입찰보증금을 제시했고 압구정3구역은 무려 2000억원의 입찰보증금 조건을 내걸었다.
업계에서는 높은 현금부담이 참여업체를 제한하는 진입장벽으로 작용한다는 평가다. 정비업계 관계자는 "입찰보증금 규모 자체가 일반 건설사들이 접근하기 어려운 수준"이라며 "결국 브랜드와 재무여력이 모두 되는 초대형 건설사 중심 경쟁이 이뤄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아울러 정부의 대출규제가 강화되면서 시공사의 금융지원 능력이 더욱 중요해졌다. 실제 조합원 이주비 대출규제가 강화된 이후 시공사가 직접 사업비를 조달하거나 추가 금융지원을 제시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최근 수주전에서는 사업비 책임조달, 이주비 LTV(주택담보인정비율) 확대, 환급금 조기지급 경쟁까지 이어지는 분위기다.
일부 사업장에서는 CD(양도성예금증서)금리 이하 수준의 '마이너스 금리' 조건까지 등장했다. 단순 브랜드 경쟁만으로는 조합 표심을 잡기 어려워지면서 금융조건 경쟁이 과열되는 모습이다. 업계에서는 브랜드 우위가 약한 업체일수록 더 공격적인 금융지원 조건을 내세울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설명한다. 한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브랜드 경쟁에서 밀린다고 판단되면 금융조건으로 승부를 볼 수밖에 없다"며 "정비사업 수주전 자체가 자금력 경쟁으로 흐르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문제는 이런 자금력 경쟁이 재무 리스크를 키울 수 있다는 점이다. 최근 원자재 가격상승과 공사비 부담, 지방 미분양 증가, PF 시장위축 등이 이어지면서 건설업 전반의 자금부담이 커졌다. 중견 건설사는 물론 일부 대형사까지 현금 유동성과 우발채무 관리부담이 높아진 상황이다.
독자들의 PICK!
무엇보다 정비사업 입찰보증금은 수주실패시 장기간 묶이는 자금이라는 점에서 부담이 크다. 수주여부가 불확실한 상황에서 수백억 원이 넘는 현금을 수개월 이상 묶어둬야 하기 때문이다. 한 건설사 관계자는 "입찰보증금 부담과 수주 가능성을 거듭 저울질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면서 "입찰에 들어갔다가 아무 소득 없이 자금만 묶일 수 있는 만큼 참여결정이 쉽지 않다"고 토로했다. 건설업계에서는 정비사업 시장규모가 커질수록 오히려 경쟁에 참여할 수 있는 업체는 줄어드는 역설적 상황이 심화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