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올해 들어 주택 매입에 투입된 자금이 70조원을 넘어선 가운데 주식·채권 매각대금과 상속·증여 자금이 새로운 '주택 자금줄'로 떠오르고 있다. 대출 규제 강화로 금융권 차입이 어려워지면서 집을 사기 위해 자산을 처분하거나 가족의 도움을 받는 사례가 늘어난 것이다. 주택시장 자금조달 구조가 '대출 중심'에서 '자산 중심'으로 빠르게 재편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21일 국회 김종양 국민의힘 의원실이 국토교통부로부터 제출받은 자금조달계획서에 따르면 올해 1~4월 주택 취득자금은 총 70조3000억원으로 집계됐다. 이 가운데 주식·채권·가상자산 등 금융자산 처분을 통해 조달된 자금은 3조7000억원, 증여·상속 등 가족 간 이전 자금은 3조6600억원 규모로 나타났다.
과거 보조적 자금원에 머물던 자금이 주택시장 주요 유입 경로로 부상한 것이다. 특히 상속·증여 자금은 지난해 연간 규모(약 6조5000억원)의 절반을 불과 4개월 만에 넘어섰다. 단순한 증가를 넘어 자금조달 구조 자체가 변화하고 있다는 신호로 해석된다.
두 자금은 각각 전체 취득자금의 5% 안팎을 차지하지만 대출을 제외한 외부·보완 자금 중에서는 핵심 축으로 자리 잡았다. 유입 경로뿐 아니라 투자 대상도 비슷했다. 대부분의 자금이 서울과 수도권, 특히 강남권 고가주택 시장으로 집중되며 핵심 입지 중심의 자금 쏠림 현상이 강화되고 있다.
금융자산 처분 자금은 뚜렷한 증가세를 보였다. 올해 1~4월 주식·채권 매각대금 3조7254억원이 주택 매입에 활용됐으며 이 가운데 65.5%인 2조4396억원이 서울로 유입됐다. 자금은 강남구(3706억원), 송파구(3531억원), 서초구(2903억원) 등 강남3구에 집중됐다. 수도권 전체 유입 규모는 3조4552억원으로 전체의 약 93%에 달했다.
상속·증여 자금도 빠르게 늘고 있다. 2024년 3조3000억원 수준이던 관련 자금은 지난해 6조5000억원을 넘어섰다. 서울의 상속·증여 자금은 2022년 8000억원에서 지난해 약 4조4000억원으로 증가했으며 전국 대비 비중도 약 68%에 달했다. 자금이 수도권, 특히 핵심 입지로 집중되는 구조가 더욱 뚜렷해지고 있는 셈이다.
고가주택 시장으로의 유입 확대도 확인된다. 15억원 이상 주택 매입에서 주식·채권 매각대금 비중은 과거 5% 안팎에서 올해 4월 13.2%까지 상승했다. 관련 통계 집계 이후 처음으로 두 자릿수를 기록했다.
이 같은 변화는 최근 증시 상승 과정에서 확보한 차익 실현 자금이 부동산으로 이동한 결과로 풀이된다. 금융시장 수익이 다시 주택시장으로 유입되는 구조가 형성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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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속·증여 증가의 배경에는 강도 높은 대출 규제가 자리한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 등으로 차입 여력이 줄어들면서 부족한 자금을 메우기 위해 금융자산 처분이나 가족 자금 이전을 활용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는 것이다.
시장에서는 이러한 변화가 자산 불평등을 심화시킬 수 있다고 우려한다. 가족 자금이나 금융자산 차익을 활용할 수 있는 계층은 핵심 입지에 진입하는 반면 그렇지 못한 계층은 시장 접근이 제한되는 구조가 고착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주택 구매의 전제 조건이 근로소득에서 자산 규모로 이동하면서 '부의 대물림' 현상이 강화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는 주거 사다리 약화와 계층 간 격차 확대를 동시에 초래할 수 있다고 분석한다. 전문가들은 실수요자의 금융 접근성을 보완하는 한편 자금 흐름에 대한 면밀한 점검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