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액권 모델 선정 후유증 예상…김구는 남한 단독정부 반대 논란
2009년부터 발행될 10만원 및 5만원권 화폐에 김구선생과 신사임당이 최종 선정됐지만 논란도 만만치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은행은 화폐 뒷면에 사용된 보조소재를 선정한 뒤 정부승인과 금융통화위원회의 의결을 거쳐 화폐 인쇄 작업을 마친 뒤 2009년부터 화폐를 유통시킨다는 방침이다.
◆김구, 독립운동 토대 강화=백범 김구 선생은 독립운동의 대표적인 인물로 고액권 화폐 도입 논의 당시부터 가장 유력한 후보 인물로 거론됐다.
1876년 황해도 해주에서 출생한 선생은 대한민국 임시정부 주석으로 활동하면서 1949년 서거했고 1962년 건국훈장 대한민국장이 추서됐다.
한은은 “백범 활동중에서 가장 중요한 점은 대한민국의 법적 뿌리인 대한민국 임시정부와의 관련성”이라고 선정배경을 설명했다.
1919년 중국 상하이로 망명한 선생은 대한민국 임시정부에 참여, 경무국장과 내무총장, 국무령 등을 역임했고 1940년에 주석에 선출돼 분열된 독립노선을 통합하는 등 임시정부를 이끌었다.
임시정부가 혼란을 거듭하던 시기, 백범은 한인애국단을 조직하고 1932년에는 이봉창, 윤봉길 열사 등의 의거를 직접 지휘해 임시정부의 위상을 높였다.
해방 후 귀국했지만 미군정으로부터 임시정부의 법적 정통성을 인정받지 못했다.
귀국후 백범은 외세간섭 없는 통일조국 건설을 위해 신탁통치 반대운동을 주도하면서 남한 단독 정부 수립을 반대했다.
백범이 집필한 ‘백범일지’는 보물 제1245호로 지정돼 임시정부 및 독립운동사 연구의 귀중한 사료로 보관되고 있다.
◆여류 예술가, 신사임당=5만원권 도안인물로 선정된 신사임당은 우리나라 최초의 여성 화폐 인물이라는 점에서 주목된다.
유관순 열사와 치열한 경합을 벌인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유관순 열사에 비해 객관적인 업적이나 활동이 뚜렷하지 않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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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임당은 1504년 강원도 강릉에서 태어나 조선시대 중기에 여류 문인 및 서화가로 활동하다 1551년 세상을 떴다.
한은은 “여성에 대한 차별과 한계를 극복하고 시와 글씨, 그림에서 뛰어난 작품을 남겨 3절(三絶)이라고 할 수 있는 조선 중기의 대표적인 여류 예술가”라고 평가했다.
조선 중기 회화의 한국적 특성을 나타내는 초충도와 자리도, 산수도 등을 남긴 것으로 전해지며 특히 초충도는 단순한 주제와 간결한 구도, 섬세한 표현, 산뜻한 색감 면에서 높이 평가를 받고 있다.
사랑과 엄격한 교육으로 네 아들과 세 딸을 모두 훌륭하게 길러냈으며 특히 셋째 아들 이이는 조선의 대학자로 아홉 번이나 과거에 일등하여 ‘구도장원공’이라 불리기도 했다.
맏딸 매창과 넷째 아들 이우 역시 시와 그림에 뛰어난 예술가로 성장시켜 영재교육에 남다를 성과를 보여줬다는 것이 한은의 설명이다.
◆후유증 심할 듯=그러나 이들 모두 후보인물군 시절부터 사회적 논란을 불러와 화폐 인물 선정 논란은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백범에 대해서는 남한의 단독 정부 수립에 반대했다는 점이 두고두고 ‘아킬레스의 건’이 되고 있다.
추사 김정희 서체를 연구하고 있는 이영재씨가 “백범이 일제시대 항일운동에 앞장선 것은 사실이지만 대한민국 건국을 반대했던 인물을 선정하는 것은 어색하다”며 반대의견을 내기도 했고 보수단체인 ‘국민의 함성’도 “대한민국 정부 수립에 반대한 김구를 고액권 초상으로 쓸 수 없다”며 거세게 반발하기도 했다.
신사임당에 대해서도 여성단체인 ‘문화미래 이프’가 긴급성명을 통해 “신사임당은 부계혈통을 성공적으로 계승한 현모양처로서 서명운동을 통해 적극 반대할 것”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한은이 밝힌 신사임당 선정 배경 설명도 군색하다는 지적이 있다.
한은은 신사임당에 대해 “16세기 사회세력으로 등장한 사림파 집안에서 자라 어려서부터 부모에 대한 효성이 지극하고 자수와 바느질 솜씨가 뛰어났다”며 “남편인 이원수를 격려해 벼슬길로 나아가게 하고 항상 정도를 걷도록 내조하는 등 높은 덕과 인격을 쌓은 어진 아내의 소임을 다했다”고 선정이유를 밝혔다.
한은은 또 “자식들을 사랑과 엄격한 교육으로 훌륭하게 길러냈다”며 “영재교육에 남다른 성과를 보여줬다”고 자식교육의 성과를 거론했다.
은행권의 한 관계자는 “자수와 바느질 솜씨가 뛰어나고 영재교육에 성과를 보여준 것이 과연 고액권 화폐 인물 선정 배경이 될 수 있을지 의문”이라며 “오늘날로 보면 남편 출세시키고 사교육 잘 시켜 자식들을 좋은 대학에 보내 이른바 ‘사’자 들어가는 업종에 취직시킨 것을 인정해 주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