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클릭]'남대문 출장소'와 '세종로 출장소'

[현장클릭]'남대문 출장소'와 '세종로 출장소'

임대환 기자
2008.01.14 1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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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직 인수위원회가 정부조직 개편을 비롯해 굵직한 국가 정책 방향을 연일 제시하고 있습니다.

이 가운데 설익은 논의들도 곳곳에서 새어나오면서 국민과 시장이 혼란스러워 하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중앙은행인 한국은행의 독립성을 놓고 해묵은 논쟁들이 재연되고 있습니다.

한은의 '독립운동'은 이미 수십 년도 더 된 이야기입니다만 '한은 독립' 얘기가 나올 때마다 꼭 빠지지 않는 말이 바로 '남대문 출장소'라는 단어입니다. 옛 재무부 시절부터 정부 경제부처의 지시에 따라 한은이 '거수기' 역할만 한다는 취지에서 나온 것인데, 한은 입장에서는 참으로 '치욕적인' 말이 아닐 수 없죠.

한 가지 재미있는 일은 이 '치욕적인' 단어가 한은 공식문서에 사용된 적이 있다는 것입니다. 78년부터 80년까지 한은 총재를 지낸 신병현씨가 그 주인공이었습니다. 당시에도 한은의 독립문제는 경제계에 아주 민감한 문제였습니다. 재무부의 영향력에서 벗어나려는 한은의 독립운동은 그야말로 눈물겨웠다고 합니다.

신병현 총재는 박정희 대통령에게 호소문을 올릴 결심을 합니다. 직원이 작성한 초안은 상당히 부드럽고 원만한 문장들이었다고 합니다. 그런데 이 초고를 본 신 총재는 원고에 빨간줄을 '죽~죽' 그어댔습니다.

그리고는 한은이 재무부의 '남대문 출장소'로 전락했다며 재무부의 전횡을 적나라하게 직접 적었답니다. 공식문서, 그것도 대통령에게 올리는 문서에 처음으로 '남대문 출장소'라는 단어가 사용된 것입니다.

당시 초고를 작성한 인사는 "대통령에게 보내는 호소문이라 부드러운 표현으로 주장을 에둘러 썼는데, 총재가 직접 '남대문 출장소'라는 적나라한 표현을 썼다"며 "당시 재무부와 한은은 그야말로 앙숙지간이었다"고 회고했습니다.

호소문에 대한 회신이 어땠는지는 모르지만 결국 1997년 한은법 개정으로 한은은 금융통화위원회 의장직과 통화신용정책 기능을 이관받게 됩니다.

아이러니한 것은 1950년대에는 '세종로 출장소'라는 말이 있었다는 점입니다. 우리나라의 독립과 함께 일본의 한반도 통치 전위대였던 조선총독부 재무국 출신들이 친일로 몰릴 것을 두려워해 잠적한 동안 한은의 전신이던 조선은행 직원들이 건국 정부의 재무부에 대거 입성하면서 재무부는 한은의 '세종로 출장소'라는 말이 유행했다는 것입니다. 50년도 더 된 해묵은 말이 21세기 대한민국에 왜 다시 떠돌게 된 것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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