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클릭]"충원해 주세요, 잘 생긴 남자로"

[현장클릭]"충원해 주세요, 잘 생긴 남자로"

반준환 기자
2008.03.27 08:27
구글 선호 매체 등록 구글에서 머니투데이 추가하기

"이번에는 꼭 충원을 해주세요. 지점에서 신입행원을 받은 지 오래됐거든요. 안그래도 인원이 부족한데 특히 남자행원이 없어서 불만이에요."

"유니폼이 마음에 안들어요. 다른 지점 여직원들이 입고 있는 것에 비해 질감도 떨어지고 색깔도 예쁘지 않고요…."

우리은행에 '소원수리' 열풍이 불고 있다고 합니다. 소원수리는 군대에서 쓰는 음어인데, 행원들이 희망하는 것을 취합해 고충을 들어주고 개선하자는 취지의 캠페인이어서 이 용어가 붙어다닙니다. 일종의 사기진작 이벤트지요. 기업에서도 사내 게시판 등을 통해 요구사항을 들어주는 경우가 있는데, 보통은 '생색내기식'으로 잠시 시행되다 끝나는 경우가 많습니다.

우리은행의 경우 조금은 남달라 보입니다. 최고경영자(CEO)가 매일같이 진척사항을 확인하는 데다 요식행위로 그칠 경우 임원들도 징계를 각오하라고 엄포를 놓은 사안이기 때문입니다.

우리은행에는 총 14명의 부행장이 있는데, 박해춘 행장은 이들 임원이 모인 자리에서 "발로 뛰면서 행원들이 무엇을 원하는지, 어떤 점을 개선해야 할지 직접 고민해보라"고 당부했다고 합니다.

이 '덕분'에 부행장들은 인사·경영지원부문에서 마련한 계획안에 따라 매일 각 지역 영업점을 돌았습니다. 지점방문도 비교적 업무부담이 적은 아침, 혹은 업무가 끝난 저녁 맥주자리에 행원들을 초대하는 형식으로 이뤄졌는데, 이는 직원들이 마음편히 대화할 수 있도록 배려한 것이지요.

현재까지 취합된 소원은 무려 1100가지에 달한다고 합니다. 내용도 오래된 업무용 컴퓨터를 바꿔달라는 것부터 급여인상, 여직원용 휴식공간 확충, 신상품 제안, 인력충원 등 무척 다양합니다.

"가능하면 모든 요구사항을 들어주려고 노력하고 있는데, 간혹 엉뚱한 것들이 있어 곤혹스럽습니다. 여행원들이 충원조건으로 잘생긴 남자 신입행원을 꼽는데, 이건 어떻게 해결해야 할지…."

행사를 기획한 임원은 웃어넘겼지만 한편으론 우리은행에 부는 변화를 느낄 수 있었습니다. 부행장에게 이처럼 사소한 것까지 요구할 정도라면 그만큼 조직 분위기가 활성화되고 있다는 증거겠지요. 싹트는 신뢰감은 이후 은행 발전의 시금석이 될 것입니다.

<저작권자 © ‘돈이 보이는 리얼타임 뉴스’ 머니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관련 기사

반준환 기자

2022 코넥스협회 감사패 수상

공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