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에는 회족, 위그르족 등 이슬람교를 믿는 10개 민족이 있는데, 아이가 태어나면 손님들을 초청해 '한생례'라는 작명식을 갖습니다. 위대한 종교 지도자처럼 성장하기를 함께 기원하자는 취지라고 합니다.
베트남의 빠텐족은 어느 정도 클 때 까지 이름을 주지 않다가 조상에게 보이는 의식을 거행한 후에야 정식 이름을 짓는다고 합니다.
이름에 공을 들이는 건 어느 민족이나 공통적인데, 국내 금융기관들에도 흥미로운 게 많습니다. 일제시대 대표적인 민족계 은행이었던 한성과 동일은행이 합쳐진 조흥은행은 '조선을 흥하게 한다'는 뜻을 넣었다고 합니다. 신한은행은 설움받던 재일교포 주주들의 뜻에 따라 '새로운(新) 한국(韓)을 만들자'는 염원을 담았습니다.
우여곡절이 많았던 것은 우리은행입니다. 하나은행의 전신인 한국투자금융이 은행전환을 앞두고 '우리은행'을 쓰려 했는데, 감독당국이 승인하지 않아 차순위인 '하나은행'을 택했다고 합니다. 이후 한빛은행 등의 구조조정 과정에서 우리금융지주가 출범하자 한번 죽었던 '우리은행'이 재등장 했지요.
출범 후에도 여러 시비를 겪어야 했습니다. 다른 은행들이 업무에 혼선을 빚는다며 이름을 바꿔달라고 소송을 제기했고,'워리은행'이라고 비꼬아 부르기도 합니다. 얼마 전 만난 한 은행임원은 최근의 상황을 빗대 '유리은행'이라 부르더군요.
"시어머니가 많은 탓에 별 허물이 없어도 여기저기서 툭하면 깨지지 않습니까. 정부 마음에 안들면 경영진도 외풍에 부서질 수 있으니 그만큼 약한 조직이 없지요. 아마 CEO가 교체되면 타격이 상당할겁니다."
그는 웃어넘겼지만 이에 담긴 뜻을 생각하면 뼈아픈 얘기입니다. 특히 취임 1년에 불과한 우리금융 내 CEO들이 능력과 무관하게 공기업 기관장 교체 바람에 휩싸여 흔들리고 있다는 것은 큰 문제입니다. 사람을 인프라로 하는 금융기관 입장에선 꼭지점 격인 CEO의 불투명한 거취가 하부조직에 미치는 영향이 클 수 밖에 없습니다.
경쟁은행들이 '우리'를 '워리'라 폄하했던 것은 그만큼 우리은행의 입지가 높아진 덕이라 해석되지만, '유리은행'에는 현재 은행이 처한 상황에 동정심이 묻어난 듯 해 안타깝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