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4일 저녁 서울 신림동 대학가의 한 허름한 호프집에서 대학생들과 맥주잔을 기울이며 자신의 젊은 시절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는 노신사가 있었습니다.
"대학졸업 후 은행을 3년 정도 다니다 너무 답답해서 단돈 200달러를 들고 무작정 미국으로 갔어. 그때 미국가서 도로청소, 구두닦이 등 안 해 본 일이 없었지. 뭐 돈이 있어야지 말이야. 그 때 정말 힘들더라. 그 당시만해도 MBA 학위만 있으면 미국내에서 오라는 곳이 많았어. 그러나 나는 집안에 일이 있어서 바로 귀국해야 했고, 새로 만들어진 금융회사에 들어갔어. 사장부터 기사까지 모두 20명밖에 안 되는 조그만 회사였는데 지금 직원수가 1만2000명이 됐네."
바로 하나금융그룹 김승유 회장의 이야기입니다. 평소 교육문제에 꾸준한 관심을 보여왔던 그는 기회가 될때마다 젊은이들과 소통하려고 노력합니다. 이미 김 회장은 그동안 일해서 모은 돈과 기업경영자로서 받은 스톡옵션 등을 합쳐 선친의 호를 딴 장학재단을 조용히 운영하고 있습니다.
술 자리가 무르익자 김 회장은 대학생들에게 '성공하기 위해 해외 MBA 학위가 필요한 것은 아니다'며 교육 문제로 화제를 돌렸습니다. 그는 "직장에서 실무를 하며 배우는 지식이 훨씬 중요하다"며 "이를 위해서는 기초 교육이 잘 돼야 좋은 인재를 키울 수 있다"고 강조하더군요.
한 학생이 '제대로 된 기초교육이 어떤거냐'고 묻자 김 회장은 대뜸 하나금융이 설립을 추진하고 있는 '하나고등학교'에 대해 말문을 열었습니다. 그의 얼굴에는 활기와 열정이 넘쳐보였습니다.
"현재 한국사회의 문제 중 하나가 교육인 것은 여러분도 잘 알거야. 사교육 부담이 엄청나잖아. 또 좀 더 나은 교육을 받겠다고 해외로 나가잖아. 이거 문제 있는거야. 엄청난 국부유출도 되고. 그래서 이참에 국내에도 세계적 수준의 교육을 할 수 있는 고등학교를 만들려고 해. 최고 수준의 교사 뿐 아니라 과외활동이 필요하면 그 분야 최고의 강사를 학교로 모셔서 가르칠 거고, 교육 기자재도 최고수준으로 하려고 계획하고 있어."
그의 이야기는 밤 늦게까지 계속됐습니다. "회사가 1조원 넘게 순이익을 내고 있는데 이 정도의 교육투자는 사회를 위해서 해야지. 실업스포츠단 하나 꾸리는 돈이면 할 수 있거든. 우선 많은 학생들에게 장학금을 줘서 비용부담 없이 공부만 할 수 있게 할거야. 또 우리사회의 주요 구성원인 다문화가정의 자녀와 국가를 지키는 군인자녀들에게도 혜택을 주려 해. 우리 사회에는 정말 '좋은' 학교가 필요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