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금융감독원은 민원인 때문에 울다가 웃다가를 반복합니다. 무더웠던 어제(6일) 점심시간을 앞두고 경찰차 한 대가 요란하게 사이렌을 울리며 금감원에 도착했습니다. 흥분한 민원인이 금감원 직원을 폭행한 사건이 일어났기 때문입니다.
가해자(?)는 지난 1월 S증권사 전산장애 때문에 손해를 봤다며 S사를 상대로 44억원 배상을 요구한 중년 남성 A씨였습니다. A씨는 S사가 자신의 계좌를 고의로 해킹했다고 주장하지만 금감원의 조사 결과는 달랐습니다.
분쟁조정위원회에서 철저한 조사를 벌였지만 해킹 흔적을 찾을 수 없었고 증권사가 A씨의 계좌만을 해킹할 이유가 없다고 결론 내렸습니다.
그 후 A씨는 금감원 1층 민원센터에 매일 출근하다시피하며 직원들을 괴롭혔습니다. 이날도 입에 담지 못할 욕설과 함께 원장과 임원을 불러대며 업무를 마비시켰습니다. 결국 참다못한 금감원 직원이 항의하자 A씨는 이 직원의 뺨을 수차례 때리고 멱살을 잡아 올렸다고 합니다.
금융회사들에겐 '저승사자'로 통하는 금감원이지만 결국 경찰의 힘을 빌릴 수밖에 없었습니다. 현재 이 직원은 통원치료를 받고 있는 중입니다.
소비자보호센터에서는 이 정도까지는 아니더라도 고성이 오가는 일이 많습니다. 입에 담지 못할 욕설을 듣는 것은 일상이 돼 버릴 정도입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금감원 내부에서도 언제까지 참아야 하느냐는 불만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습니다.
보고를 받은 김종창 원장은 "선의의 민원인은 보호해야 하지만 민원실의 다른 고객이 업무를 볼 수 없을 정도의 악성 민원인에 대해서는 엄격히 대응하라"고 지시했습니다.
하지만 이처럼 팍팍한 일만 있는 건 아닙니다. 지난달 21일 금감원에는 익명의 짧은 메모가 도착했습니다. 가타부타 사연도 없이 3만원 상당의 문화상품권과 함께 "감사하다"는 말만 써 있는 쪽지였습니다.
금감원측은 작은 성의 표시지만 영문도 모르고 상품권을 받을 순 없었습니다. 내규에 어긋나는 일이기도 하지요. 결국 상품권은 감찰팀으로 넘겨졌고 금감원 홈페이지에는 "편지와 함께 문화상품권을 송부한 분을 찾는다"는 공지 아닌 공지가 떠 있습니다. 오는 22일까지 주인이 나타나지 않으면 상품권은 불우이웃에게 전달될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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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까지 당사자에게서 연락을 못 받았다는 감찰팀 관계자의 목소리에는 그래도 기분 좋은 기색이 묻어나왔습니다. 어쨌든 이번 여름 금감원은 이래저래 민원 때문에 지옥과 천국을 오간 셈이 됐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