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산이 높다하되 하늘 아래 뫼이로다. 오르고 또 오르면 못 오를 리 없건마는…."
안평대군, 김구, 한석봉과 함께 조선 전기 4대 서예가로 꼽히는 양사언의 시조 한 구절입니다. 최근 이 시조를 자주 인용하는 행장이 있습니다. 지난 3분기 태산LCD가 키코(KIKO) 손실로 법정관리에 들어가면서 적자를 낸 하나은행의 김정태 행장입니다.
하나은행이 8년 만에 분기 적자를 기록한 것은 키코 손실에 대비해 2500억원을 대손충당금으로 쌓은 게 가장 큰 영향을 미쳤습니다. 잠재적인 손실 가능성에 선제적으로 대응한 것인데, 정작 이를 두고 부도설, 고객이탈설 등 각종 루머에 시달리게 됐습니다.
김 행장도 종종 사석에서 이와 관련한 질문을 받았다고 합니다. 그때마다 '태산'이 등장하는 이 시조를 읊었다고 합니다.
'태산'이 아무리 높다 해도 결국 하늘 아래 있는 산인데 오르고자 한다면 누구나 오를 수 있다는 내용의 이 시조는 현재 김 행장의 심정과도 맞아떨어지는 듯 싶습니다.
그의 자신감에는 최근 안정세를 보이는 환율도 큰 몫을 합니다. 2주 전 1480원까지 치솟은 원/달러 환율은 1200원대로 내려갔습니다. 태산LCD의 키코 거래 평가손은 환율에 따라 달라져 하나은행은 환율 추이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습니다. 하나은행이 보는 '데드라인'은 1300원대 초반으로, 추가 환차손이 '제로'가 되는 지점입니다.
원/달러 환율이 하락할 여지는 더 있습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금리를 제로수준으로 낮추고 양적완화정책을 표방하면서 달러 환율이 더 하락할 가능성이 커졌습니다. 국내 외환수급상 환율이 더 떨어질 수 있고, 정부가 환율 안정 기조를 굳히기 위해 막판 시장에 개입할 수 있다는 관측도 있습니다.
태산LCD 손실이 실질적으로 반영되는 내년 4월 이후 환율이 더 내려가면 기존 손실처리한 충당금은 다시 환입될 수 있습니다. 김 행장이 올 4분기 흑자를 전망하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김 행장의 말대로 '태산'이 하늘 아래 있는 1개 기업에 불과한지 아닌지는 오는 30일 오후 3시 환율 종가로 1차 판정을 받지 않을까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