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시장·군수님이 무서워"

은행 "시장·군수님이 무서워"

권화순 기자
2009.06.22 07: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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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산 조기 집행 탓, 대출요구 급증… 금리도 역마진 수준

"시장이 직접 은행에 와서 수백억원을 빌려달라고 하네요. 지점의 대출 재원을 넘는 규모여서 결국 거절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A은행의 B시 소재 지점장은 최근 곤혹스러운 일을 겪었다. 지방자치단체장이 3시간여 동안 은행에 버티고 앉아 대출을 요청해서다. 그는 올해 상반기에 예산을 조기 집행한 탓에 하반기에 쓸 재원이 바닥이 났다는 이유를 들었다.

지점장은 "거래기업이나 개인고객에게 빌려줄 돈을 지자체에 내주면 은행은 영업을 전혀 할 수가 없다"면서 "재원이 바닥난 지자체가 금융생태계를 흔들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런 현상은 비단 B시에 국한되지 않는다. 중앙정부의 방침에 따라 지자체가 예산의 60%가량을 조기 집행한 터라 재정이 악화됐다. '급한 불'을 끄기 위해 지자체가 은행에 손을 벌리면서 곳곳에서 갈등이 빚어지고 있다.

특히 시·도금고를 맡은 은행들이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금고 유치전이 치열해지면서 은행들이 대출마진을 '제로'에 가깝게 계약한 탓이다. 대출규모도 수백억원에 달해 영업에 차질을 빚고 있다는 얘기다.

C은행 관계자는 "시중금리는 연 4~5%인데 지자체엔 역마진 수준으로 빌려주고 있어 은행이 '헛장사'를 하는 꼴"이라면서 "정부사업이라서 3~5년거치 장기대출이 많아 당장 자금회수도 쉽지 않다"고 토로했다.

'설상가상'으로 지자체의 예금은 급속도로 빠져나가고 있다. 당초 은행들이 '과열'이라고 할 만큼 금고 유치에 발 벗고 나선 건 안정적으로 예금을 확보할 수 있는 장점 탓이었다.

D은행 관계자는 "자금성격에 따라 1개월 단위 정기예금과 수시입출금식 예금 등으로 유치했는데 예년에 비해 예금이 눈에 띄게 빠져나가고 있다"면서 "올해만 벌어지는 일시적인 현상이라고 믿고 싶다"고 말했다.

예금이자를 두고도 갈등이 빚어진다. 지자체는 경기침체로 세수가 줄어들자 이자수입을 늘리기 위해 고금리를 요구하고 있다. 반면 은행은 기준금리 인하에 맞춰 금고 예금금리도 낮춰야 한다고 주장한다.

은행권 관계자는 "지난해 금고를 유치할 때만 해도 예금금리가 높았는데 지금은 2%포인트 이상 떨어져 금리 조정을 요청했다"면서 "지자체에선 왜 약속을 안 지키느냐고 항의해와 설득하는데 애를 먹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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