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계 각국이 금융위기 수습으로 분주한 가운데 미국 영국 등 선진국에서는 금융감독체계 개편 논의가 한창 진행 중이다. 행정부, 금융감독기구, 중앙은행 등 관련 기관이 어떻게 하면 금융위기를 예방하고 금융산업을 발전시키는데 도움이 될 것인가를 놓고 큰 틀에서 구상을 하고 있다.
미국의 경우 지난달 발표된 금융개혁안에서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시스템리스크 감독을 하도록 제안했다. FRB가 금융안정을 위협할 수 있는 대형 금융회사를 감독하도록 설계한 것이다.
그런데 왜 미국은 FRB일까. FRB는 중앙은행인가, 아니면 감독기구인가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FRB는 10년 전 우리나라의 은행감독원과 한국은행이 한 집안식구이던 때와 같은 조직이다. 중앙은행이면서 감독기구인 셈이다. 금융감독기구가 계속 감독을 하는 것이 효율적이기 때문에 FRB에 맡기자는 것이다.
이와 달리 영국에선 올 2월 중앙은행인 영란은행도 금융안정 기능을 수행하도록 했다. 그 대신 이사회의장을 재무부장관이 지명토록 했을 뿐 아니라 재무부, 감독기구, 중앙은행이 공동으로 금융안정위원회에 참여해 협력하도록 지배구조를 변경했다. '금융안정'이라는 새로운 과제 때문에 그동안 물가안정을 위해 중앙은행에 보장해준 독립성을 후퇴시킨 것이다. 최근에는 감독기구인 FSA의 권한을 강화하려는 정부와 영란은행의 권한을 강화하려는 야당(보수당)간 논쟁이 한창이다.
이런 선진국들의 움직임은 금융회사의 부담을 최소화해 경쟁력을 높이고 관련기관간 협력을 통해 시너지효과를 최대화하려는 철학을 바탕에 깔고 있다.
우리의 경우는 어떤가. 한은법 개정 논의가 지난 4월부터 계속되고 있지만 이렇다할 해법은 제시되지 못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어떻게 하는 것이 국익에 도움이 될 것인가를 고민한다면 그리 어려울 것도 없어 보인다.
한은법 개정안의 내용은 대체로 3가지다. 한은이 금융회사를 직접 조사하고 필요한 자료도 직접 받고 잘못된 것은 고치도록 지시할 수 있게 해주자는 것이다. 이렇게 해야만 한은이 금융시장의 정보를 많이 확보해 금융위기를 막고 금융안정을 달성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그런데 개정안에는 금융회사가 치러야할 부담이 고려돼 있지 않다는 문제가 있다. 한은은 감독기구인 금감원을 통해서 필요한 정보를 확보하면 안되는가. 현재처럼 금감원과 공동으로 검사를 하면 안되는가. 조금이라도 금융회사의 부담을 줄여주는 쪽에서 방안을 찾아보면 안되는가.
독자들의 PICK!
한은과 금감원의 권한을 따지는 폭좁은 논의보다 10년 후 20년 후 한국을 내다보는 큰 틀에서 감독체계를 설계해야 한다. IMF 위기를 겪으면서 많은 논의를 거쳐 지금의 감독체계가 갖춰졌다. 조금 나아지고 있다고는 하나 금융위기 극복에 전념해도 모자라는 상황에 한은법 개정 논의에 너무나 많은 인적자원이 소모되고 있지는 않은지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보도에 따르면 금융회사의 부담을 줄여주기 위해 한은과 금감원은 각자가 금융회사에서 보고받은 정보를 대폭 공유하고, 공동으로 검사할 때도 서로 협조를 잘 하기로 하였다 하니 여간 반가운 일이 아니다. 그런데도 한은이 직접 금융회사를 조사하고 자료도 더 내라고 할 수 있도록 한은법이 개정된다면 금융회사들이 여러 가지로 힘들어지지 않을까 걱정된다.
세계 금융시장의 형편이 그리 만만찮다는 것은 누구나 알고 있다. 지금은 금융위기 극복에 전념하고 이 과정에서 혹시 있을지 모를 금융지원 강화조치 등의 부작용을 고민할 때다. 그런 후 금융위기 재발을 막으면서도 금융회사들이 어떻게 하면 세계 유수 회사들보다 경쟁력을 갖게 해줄 것인가라는 큰 틀에서 깊이 있고 폭넓은 논의가 있었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