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팔고 원화매수 움직임, 원/엔 환율 15개월래 최저
달러가치가 계속 오르고 있는데도 원/달러 환율이 오히려 내리고 있다. 달러강세 현상이 심해지면 환율이 급등했던 과거와는 다른 모습이다.
지난해 거래 마지막날엔 시장 예상을 깨고 '깜짝' 하락해 1164.5원까지 떨어졌다. 새해 첫 거래일인 4일엔 그것보다 10원 가까이 내려 지난해 연저점에 근접한 수준인 1154.8원에 마감했다.
한달새 5% 가까이 오른 달러에 엔화와 유로화 같은 주요통화도 맥을 추지 못하는데 원화가 강세를 보이는 이유는 기본적으로 우리나라 경제에 대한 판단이 개선된 데서 찾을 수 있다. 글로벌 금융위기를 겪으며 외화유동성에 대해 면역을 키웠고 상대적으로 견고한 회복을 하고 있어서다.
유럽지역처럼 신용위기가 불거지지 않았고 재정적자도 국내총생산(GDP)의 1%대 수준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들 중에선 최저 그룹에 속한다. 미국이 출구전략에 불을 댕긴다고 해도 우리나라와 미국간 무역을 감안하면 국내 경제에도 오히려 호재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여기다 기술적 요인이 겹쳤다. 엔화의 급락이다. 한달 전만 해도 86엔대로 떨어졌던 엔/달러 환율은 최근 달러강세 영향에 93엔까지 치솟았다. 최근 달러강세 분위기가 그대로 반영된데다 일본 중앙은행이 양적완화 기조를 분명히 밝히면서 엔/달러 환율 상승에 속도가 붙었다.
엔화 가치가 떨어지면서 엔화를 손절매도하고 원화를 사들이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자연히 원/엔 환율도 급락했다. 이날은 2008년 10월 16일(1242.39원) 이후 1년 3개월만에 1250원 밑으로 떨어졌다. 이같은 엔화매도와 원화매수 흐름은 당분간 이어질 걸로 보인다.
정미영 삼성선물 리서치팀장은 "달러가 타통화 대비 강세를 보이는 상황에서 달러대비 원화만 강세를 띠고 있다"며 "올해 주목해야 할 부분 중 하나가 달러를 제외한 기타통화(크로스)에 대한 원화 강세"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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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로화에서도 마찬가지다. 원/유로 환율은 2008년 11월 이후 최저 수준을 기록했다. 원화의 나홀로 강세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있다. 자칫 국내경제의 한축을 담당하고 있는 수출업체의 회복세에 찬물을 끼얹을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말까지 잠잠했던 외환당국의 속도조절이 다시 재개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