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클릭]목적지가 다른 선장과 배

[현장클릭]목적지가 다른 선장과 배

배성민 기자
2010.03.21 14: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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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순환 부회장의 재심청구에 당혹해 하는 동부화재

회사와 대표이사는 같은 곳을 향하게 됩니다. 대표이사가 목적지를 제시하면 회사 임직원들은 그곳에 닿기 위해 뜁니다. 뛰다가 속도가 느려지면 독려하기도 하고 넘어지면 교체 선수를 내거나 부상 치료도 맡게 됩니다. 그렇게 얻은 결과는 회사에 돌아오고 대표의 공으로도 평가받습니다. 자연스레 회사의 오류는 대표의 잘못으로 인식됩니다.

동부화재(141,300원 ▼3,600 -2.48%)와 김순환 부회장(대표이사)은 지난 1월말까지 이런 관계였습니다. 하지만 최근에는 상황이 달라졌다는 시각이 많습니다. 계기는 회사와 김 부회장에 대한 금융감독원의 징계가 있고부터였습니다.

지난 1월 금감원은 실손보험 판매와 관련해 손보사들을 징계하면서 동부화재에 상대적으로 무거운 징계를 내렸습니다. 실손보험은 소비자가 2개 이상의 상품에 가입하더라도 보험금은 이중으로 지급하지 않습니다. 자연히 필요 이상으로 중복 가입하면 보험료만 더 내게 되는 건데 동부화재 등이 가입자에게 충분히 이를 고지하지 않았다는 거죠. 심지어 특약상품을 끼워 판 사실도 적발됐다고 합니다.

금감원은 애초 동부화재(회사)에 대해 기관경고, 김 부회장(CEO)에게는 주의적 경고 조치 안건을 상정했다가 회의를 거치며 회사 징계수위는 낮추고 CEO 징계는 높였습니다. 문책경고 조치를 받은 김 부회장은 향후 3년간 금융회사 임원이 될 수 없게 됐습니다. 임기가 오는 6월에 끝나는데다 올해 63세인 점을 감안하면 사실상 보험사 CEO는 더 이상 맡기가 어려워진 거죠.

김 부회장과 회사는 결국 최근 금감원에 징계와 관련한 재심의를 요구했습니다. 김 부회장은 징계 수위가 낮아지기를 기대하는 것으로 알려지지만 회사 쪽은 개인적인 소명 기회를 갖는 차원이라며 다소 거리를 두고 있습니다.

금감원이 이의신청을 받아들여 당초 결정을 번복한 사례가 거의 없는 데다 회사 쪽에 불이익이 돌아오지 않을까 우려하기도 합니다.

김 부회장은 재심이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소송 등도 고려할 수 있다는 입장으로 알려지고 있습니다. 이 경우 회사 대표자가 아닌 개인 신분이 될 수 있습니다. 징계에 문제를 제기해도 처분의 효력을 정지시킬 수 없어 6월 이후에는 자연스레 회사를 떠나야 하기 때문이죠.

금융당국에서는 김 부회장이 잘못을 전면 부정하기보다는 징계 수위를 낮춰주기를 바라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습니다. 당초 회사에 대한 징계 수위를 낮춰 사업에 어려움은 없도록 하겠다는 당국의 의도마저 부정하는 것 아니냐는 의심을 갖게 되는 거죠.

김 부회장은 재직기간 6년여 동안 동부화재의 성장에 혁혁한 공을 세운 유능한 경영자임은 분명합니다. 취임 전후 450억원 정도이던 이익은 지난해에는 3000억원대에 달할 것으로 예상되고 주가도 4300원 수준이던 것이 최근에는 3만 ~ 4만원에 이릅니다.

하지만 이 같은 비약의 그늘에 실손보험 같은 보험상품 가입 피해자들이 있었던 것도 사실입니다.

회사는 완전판매 결의를 하고 실손보험 중복을 점검하는 시스템을 내놓는 등 상처 지우기에 나서는 상황에서 계속 같은 문제가 거론되는 것에 대해 부담을 느끼는 눈치가 역력합니다.

지난 1972년 보험사에 처음 입사한 후로 38년째 보험맨이었던 그로서는 불명예퇴진을 받아들이기 어려웠을 수 있습니다. 회사가 일일이 통제하기 어려운 일부 설계사들의 문제라고도 주장합니다. 하지만 CEO의 책임 회피로도 비칠 수 있는 만큼 김 부회장의 고민은 깊어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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