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계열사, 퇴직연금 맞교환 품앗이 여전

대기업 계열사, 퇴직연금 맞교환 품앗이 여전

배성민 기자, 박성희
2010.04.15 07:03

삼성생명.화재 상호 맞교환..양사, 계열사 물량 등 기반 수위권

대기업 계열사들이 그룹 내 금융 계열사들에게 회사 퇴직연금을 몰아주는 퇴직연금 품앗이가 계속 확산되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가 대기업의 부당내부거래조사를 공언했는데도 금융 계열사들끼리 상호 맞교환 형식으로 퇴직연금을 들어주는 일까지 나타났다.

14일 보험업계와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삼성화재(444,500원 ▲3,000 +0.68%)는 지난달 말 삼성생명의 퇴직연금 120억원을 인수했다. 또 자사의 퇴직연금 116억원은 삼성생명 쪽에 가입했다.

지난달 초부터 공정거래위원회가 광고, 건설, 물류, 시스템통합 분야 등에서 계열사들의 물량 몰아주기 등 부당지원행위에 대한 조사를 광범위하게 펼치고 있는 상황에서 해당 작업을 계속 진행한 것이다.

퇴직연금 시장의 거인인 삼성생명은 자사가 유치해놓은 계열사 퇴직연금을 다른 금융계열사에게 운용을 맡기는 일을 허용하기도 했다. 삼성화재가 지난해 말 삼성생명에 맡겼던 화재 쪽 퇴직연금 500억원의 운용사를삼성증권(96,200원 ▲2,800 +3%)으로 옮겼다.

지난달 12월30 ~ 31일은 삼성화재와 삼성생명의 계열사 퇴직연금 유치가 가장 두드러졌던 날. 삼성생명은 이날 삼성광주전자, 삼성모바일디스플레이, 삼성엔지니어링,삼성전기(462,000원 ▲6,000 +1.32%),삼성전자(193,100원 ▲6,900 +3.71%)등에서 적게는 수십억원에서 많게는 수천억원까지 퇴직연금을 인수했다.

삼성화재도 제일모직, 리빙프라자, 삼성중공업 등에서 60억 ~ 180억원까지 퇴직연금을 인수했다.

이 같은 계열사들의 품앗이는 삼성생명과 삼성화재의 퇴직연금 시장 내 위상을 굳건히 하는데 큰 역할을 했다. 지난해 말 기준으로 퇴직연금사업을 영위하는 53개 금융회사들의 적립금액 14조248억원 중 삼성생명과 삼성화재의 시장 점유율이 25%를 넘는다. 은행 빅3 등 2 ~ 4위를 합쳐야 겨우 이들의 규모를 넘어선다.

규모는 다르지만 금융 계열사가 다양한 타 대기업에서도 이 같은 현상은 일반적이다. 지난해 3월말동부화재(163,000원 ▲1,000 +0.62%)는 동부생명에 144억원의 퇴직연금을 가입했다.

한화그룹의대한생명(4,510원 ▲40 +0.89%)도 제일화재(현재 한화손해보험)의 퇴직연금을 인수했던 적이 있다. SK그룹 주요 계열사도 과거 보험사를 가지고 있을 때는 SK텔레콤, SK 등의 퇴직금 관련 보험을 몰아줬었다.

이같은 그룹 내 몰아주기는 계열사 지원이나 은행처럼 고객사와 여수신으로 얽혀있지 않은 타 금융사의 퇴직연금 시장 진입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한 금융사 관계자는 "최근 벌어졌던 증권과 보험 등의 퇴직연금 고정금리 제공이나 금리 인상 경쟁의 원인에는 높은 진입장벽이 자리한다"며 "월등히 좋은 조건이 아니면 명함도 내밀기 어렵다"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한편 대기업들의 해당 금융사들에서는 퇴직연금 그룹 내 가입이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나타냈다. 한 기업에서는 "그룹 내 금융계열사는 퇴직연금 사업자 가운데 가장 오래된 경험과 노하우를 갖고 있다”며 “직원들의 동의 절차도 거쳤고 연금 운용사의 역량 등을 검증한 결과기 때문에 계열사 물량 떠안기로만 이해하는 것은 곤란하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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