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T뷰] 인격과 법인격, 그리고 국격

[MT뷰] 인격과 법인격, 그리고 국격

이수창 삼성생명 사장
2010.06.22 14:25

사람에게 인격(人格)이 있듯이 기업에는 법인격(法人格)이, 나라에는 국격(國格)이 있다. 요즘 국가 전체적으로 국격을 높이자는 논의가 한창이다. 때마침 오는 11월 서울에서 G20 정상회의가 개최되면서 국격 향상이 화두가 되고 있다.

동방예의지국인 우리나라는 예(禮)를 상대방과의 커뮤니케이션에서 최고의 가치로 삼아 왔다. 타인과의 관계는 물론 부부, 부자, 친구사이에도 갖춰야 할 예의를 강조할 정도다. 그래서 인격을 존중하는 문화는 세계 어느 나라보다 발전돼 왔다.

하지만 법인격은 어떤가? 인격을 법인격으로 바꿔 말하면 기업도 격(格)이 있으며 존중을 받아야 하는 것이다. 하지만 아쉽게도 기업에 대한 사회 구성원들의 인식은 아직도 부정적인 경우가 많다. 밖에서는 존중받는데 정작 국내에서는 제대로 평가 받지 못하는 게 현실이다.

최근 상장을 준비하기 위해 해외 기업설명회(IR)을 다녀왔다. 싱가포르 홍콩 영국 프랑스 미국 등, 선진국들을 돌아볼 수 있는 기회였다. 대부분의 투자자들이 삼성생명이 삼성전자의 지분을 7.02% 가량 소유하고 있는 사실을 알고 있었지만 이를 모르는 투자자들에게 이런 사실을 설명하자 대우가 달라졌다.

아이슬랜드 화산 폭발로 유럽 몇몇 공항이 폐쇄돼 IR 일정 진행이 쉽지 않았고, 남유럽 위기로 글로벌 공모 시장 전체가 위축되지 않겠느냐는 우려도 있었다. 하지만 여러 걱정을 모두 불식시키고도 남았다.

공모가격에 상관없이 물량을 배정받겠다는 해외 기관투자가들도 상당수였다. 삼성생명의 CEO로서 너무나 자랑스러웠다. 국격을 높이는 데는 국가의 노력만으로는 부족하다. 개인은 물론 기업들의 노력이 합쳐져야 국격이 높아지게 된다.

세계 피겨스케이팅을 제패한 김연아 선수, 여성 산악인으로 히말라야 14좌를 최초로 정복한 오은선 대장, 미국 골프계를 제패한 박세리 최경주 양용은 선수. 이들이 모두 해외에서 한국의 국격을 높이는데 일조했다.

'어디서 왔다'고 자신과 대한민국을 아무리 소개해도 모르는 이들에 답답해하며 지구본을 들고 다니는 소년이 있다. 하지만 소년의 나라는 '월드컵 4강', 원전 수주, G20 정상회의 개최 등으로 인해 이제 나라를 소개하기 위한 긴 수식어가 필요 없는 대한민국으로 성장했다. 낙담해 있던 소년도 그 나라 국민임을 자랑스러워하는 청년이 됐고 "I'm from Korea"라고 당당히 외친다. 국가브랜드위원회의 광고다.

월드컵이 한창 진행 중이다. 2002년 열정적이면서 질서 있는 거리 응원과 월드컵 4강 이후 우리나라를 보는 눈이 달라졌다는 의견들이 많다. 월드컵의 한골과 1승만큼 큰 역사를 일궈내는 중소기업과 대기업들이 많다.

삼성전자를 위시한 기업들 역시 해외에서 코리아(korea)의 위상을 드높이고 있다. 휴대폰 TV 반도체 등 세계 시장을 제패하고 있는 제품들이 지금 이 시간에도 한국의 이미지를 높이고 있다.

기업들은 이처럼 해외에서 국격을 높이는데 이바지하고 있는데 정작 국내에서는 대접을 제대로 받지 못하고 있는 게 현실이다. 악성 민원을 제기해 기업 등으로부터 부당한 이득과 반대급부를 취하려는 일부 소비자(블랙슈머)들의 주장이 여과 없이 확산되고 있는 등 아직도 우리사회에는 반(反)기업 정서가 팽배해 있는 게 사실이다.

물론 반기업 정서의 표면에는 부분적으로 기업의 책임도 있는 게 사실이다. 하지만 IMF 이후 기업들은 투명성을 기치로 체질을 개선해왔다. 성실하게 세금을 납부하고 부지런히 일자를 만들어 고용을 창출하는 등 경제주체로서 책임을 다하는 기업들에게 이제부터는 애정을 갖자.

국격 제고는 법인격을 확립하는 데서부터 찾아야 한다는 게 나의 생각이다. 안에서 존중 받아야 밖에서 더욱 존중받고 이런 부문들이 합쳐져서 우리나라의 국격도 자연스럽게 올라가지 않을까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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