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 당당한 부자; 소셜홀릭]<2-상>백정선 TVN어드바이저스 대표, "나눔은 영혼을 맑게 씻는 행위"
소아마비를 앓는 장애우가 한 명 있었다. 그는 일반 학교를 다니고 있었지만 평범한 아이들과 쉽게 어울리지 못했다. 남과 다른 외모 때문에 놀림을 당할까봐 위축된 탓이었다.
당시 중학생이던 백정선 대표는 그 친구가 남 같지 않았다. 자신의 아버지 역시 6.25 참전 용사로 전쟁 중에 다리를 다치는 바람에 불편한 다리를 갖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는 친구에게 서슴없이 다가갔다. 처음에는 낯을 가리던 그 친구도 점차 마음의 문을 열기 시작했다. 시간이 흐르고 난 뒤엔 함께 목욕탕도 갈 만큼 절친한 친구가 됐다.
한 번은 친구가 '불편한 다리 때문에 평생 산에 올라가는 것이 불가능할 것'이라고 스치듯 말하는 것을 들었다.

백 대표는 친구의 넋두리가 단순한 푸념처럼 들리지 않았다. 평생 불가능할 것이라고 말하는 그 친구에게 '희망'을 안겨주고 싶었다.
평소 친했던 친구들 10명을 불러 모아 소아마비를 앓고 있는 친구를 위해 함께 부축해가면서 한라산을 등반하자는 계획을 세웠다. 비록 혼자서는 불편한 친구를 부축해 한라산 정상까지 올라가는 것이 불가능하겠지만, 여럿이 힘을 합치면 가능할 것이란 생각 때문이었다.
다행히 친구들은 그와 뜻을 같이했다. 그리곤 친구들과 함께 번갈아 부축하고 때로는 업어가면서 소아마비를 앓는 친구를 부축해 한라산 등반길에 올랐다. 혼자서도 힘든 등산을, 소아마비 친구를 부축하면서 하려니 땀이 비 오듯 쏟아졌다. 힘들었지만 '십시일반' 친구들과 도와간 끝에 결국 정상에 다다랐다.
살아생전 불가능하리라 생각했던 한라산 정상 등반을 이룬 그 친구는 기쁨의 눈물을 흘렸다. 친구가 행복해하는 모습을 보면서 백 대표는 뿌듯한 마음을 느꼈다. 그리곤 남을 돕는 것이 얼마나 행복한 것인가를 절절히 깨달았다.
◆곤궁한 어린 시절 받은 도움이 나눔의 밑천=때를 벗기며 마음의 때도 함께 벗긴다
백 대표는 이미 '도움'의 손길을 받아봤다. 도움이 필요할 때 도와주는 그 손길이 얼마나 따뜻한 것이란 걸 몸소 체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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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리가 불편한 아버지가 활발한 사회생활을 하기 어렵다 보니 그는 매우 가난한 어린 시절을 견뎌야 했다. 자신의 방은 물론이고 책상도 한 번 가져본 적 없을 정도로 궁핍했다. 때론 끼니도 제대로 해결하지 못해 굶을 때도 있었다.
하지만 그런 그에게 필요한 책도 사주고, 학용품도 사준 사람이 있었다. 바로 교회 선생님이었다. 그는 따뜻한 도움의 손길을 경험하면서 남을 돕는다는 것이 얼마나 귀중한 행위인가를 깨달았다.
나눔은 또 다른 나눔의 씨앗을 낳았다. 백 대표는 이제 반대로 자신처럼 가난한 결식아동을 돕는 일을 하고 있다. 5~6년 전부터 '부스러기 사랑 나눔회' 이사를 맡아 정기적으로 나눔 활동을 돕고 있다.
그는 '부스러기 사랑나눔회' 20주년 때 아이들에게 받은 편지 하나를 자랑했다. 그의 이름 앞 글자를 따서 쓴 편지였다.
'백정선 이사님의 진정한 따스함,정성스런 이웃사랑 본받아,선한 이웃 부스러기 동행을 감사합니다.'
이렇듯 아이들의 맑은 표정을 보고 가끔 편지를 받는 것이 삶의 크나큰 기쁨이자 보람이라고 털어놓는다. 또한 경제적으로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밝게 자라는 모습을 보면 뿌듯하다고 고백한다.
그는 국내뿐만 아니라 아프리카의 가난한 아이들의 수양부모가 되어 주는 '월드비전'에도 봉사하고 있다. 국내 결식아동뿐만 아니라 아프리카 결식아동까지 꾸준히 돕고 있다.
◆"사랑을 받아봐야 사랑을 나눌 수 있다"
그는 청소년을 돕는 일에도 관심을 많이 갖고 있다. '유스캐빈'이란 단체에서 청소년을 상담해주는 일도 하고 있다. 소위 말하는 '탈선 청소년'들이 그 대상이다. 그는 20년째 청소년 캠프 활동을 해오고 왔고, 50회 가량 캠프 봉사활동을 다녀왔다.
"문제가 있어 찾아온 청소년들과 상담을 해보면 정서적으로 정말 궁핍하다는 생각을 합니다. 이들은 제대로 사랑을 받지 못하고 자랐기 때문에 사랑이 무엇인지를 모르는 경우가 많습니다. 저는 상담하기에 앞서 무조건 안아주고, 무슨 이야기든 다 들어줍니다. 이들에게는 '자신이 사랑받을 수 있는 존귀한 존재'라는 것을 깨닫게 만들어주는 것이 그 무엇보다도 중요합니다."
이곳 150명의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1년에 2번 정도 3박4일간 캠프를 가기도 한다. 50명의 자원 교사와 함께 학생 3명당 1명씩 인솔해서 떠난다.
함께 다양한 게임을 즐기면서 공동체 의식을 느끼게 하고, 밤에는 포크댄스를 열어 자연스러운 남녀의 건전한 스킨십이 얼마나 아름다울 수 있는지 느끼게 해준다. 이곳에 참석한 남자 청소년들은 '여성을 그동안 단순히 성적인 존재로만 봤는데 자신들과 대등한 존재로 존중할 수 있게 됐다'고 털어놓을 만큼 인격적으로 성숙해진다.
또한 독도법 등 게임을 통해 자신이 뭔가를 할 수 있다는 성취감과 자신감을 고취시켜주고 있다. 이러한 재미를 느끼면서 캠프를 다녀온 뒤 대부분 이전보다 적극적이면서 사고방식도 긍정적으로 변한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장애우 봉사단체에 대해서도 꾸준히 관심을 기울여오고 있다. 가끔 장애우 목욕봉사에도 나서고 있다.
그는 "참선이 따로 없다. 목욕봉사 행위가 참선 행위"라고 주장할 정도로 목욕을 시키는 행위는 힘들지만, 영혼을 맑게 해주는 경험을 해준다고 말한다.
특히 장애우들에게 목욕을 다 시켜주고 난 후 새 옷으로 갈아입힐 때 해맑게 웃는 그들의 모습을 보면 '오히려 자신의 찌든 삶의 때가 벗겨지는 느낌'이라고 털어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