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금융 민영화, 합리적 경쟁구도 계기되야

우리금융 민영화, 합리적 경쟁구도 계기되야

김익태 기자
2010.07.19 10:08

[2010 금융강국 코리아]<4부 1-1>바라직한 은행산업 경쟁구도

국내 은행들은 외환위기 이후 구조조정을 거치며 규모 확대 경쟁에 주력했다. 경쟁에 뒤쳐지면 다른 은행의 먹잇감이 될 수 있다는 위기감이 작용한 탓이다. 전 세계적으로도 그게 대세였다. 이합집산을 통해 국제 경쟁력과 영업경쟁력을 키워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았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로 이런 추세에 균열이 생겼다. 전 세계 초대형 은행들이 위기의 주범으로 몰렸다. 국제적으로 이런 은행들에 대한 감독 규제도 논의되고 있다.

국내에서는우리금융지주 민영화를 계기로 합리적 은행산업 경쟁구도를 모색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은행 간 경쟁을 적정 수준으로 유지하며 국제 경쟁력을 높일 수 있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는 얘기다. 초대형은행(메가뱅크) 논란 역시 마찬가지다. 논점이 우리나라 금융환경에 적합한 은행산업의 바람직한 경쟁구도의 틀을 만드는 차원에서 이뤄져야 한다고 의미다.

◇은행산업 경쟁구도 변화= 외환위기 이전 국내 은행의 경쟁구도는 시중은행과 후발은행 간 이원적 구조를 형성했다. 1982년 금융회사의 경쟁을 촉진시키기 위해 정부는 신한은행 신설을 허가했고, 다음 해에는 한미은행이 탄생했다. 이어 1989년에는 동화, 동남, 대동은행이 생겼다. 1990년대에는 상업, 한일 조흥, 제일, 외환, 서울신탁 등 기존 시중은행이 6강을 형성했고, 후발 은행이 1중 4약을 형성했다.

외환위기가 발생했던 1997년에는 경쟁구조에 다소 변화가 있었다. 상업, 한일, 조흥, 외환 등 기존 시중은행 4개에 국민 주택, 신한은행이 7강을 형성했고, 제일 서울은행은 2중으로 밀렸다. 7강 2중 7약의 구도였다.

외환위기 이후 은행 경쟁구도에 지각변동이 있었다. 금융시장 불안을 신속히 해소하고 금융시스템 안정을 도모해야 했던 정부는 강도 높은 은행 구조조정을 시작했다. 1998년 경영정상화 가능성이 희박했던 동화, 동남, 대동, 충청, 경기 등 5개 은행이 시장에서 퇴출됐다. 이들의 자산과 부채는 각각 주택, 신한, 국민, 하나, 한미은행으로 계약 이전됐다.

다른 은행들의 구조조정은 자율적인 합병 방식으로 이뤄졌다. 상업과 한일, 하나와 보람, 국민과 장기신용은행이 각각 합병해 한빛, 하나, 국민은행으로 새롭게 출범했다. 조흥은행은 1999년 강원과 충북은행을 순차적으로 흡수 합병했다.

독자생존이 불가능하다고 판단됐던 한빛, 평화, 광주은행은 2001년 경남은행과 함께 우리금융지주회사의 자회사로 편입됐다. 제주은행은 신한금융지주회사의 자회사로 들어갔다. 다각적인 노력에도 매각작업이 지지부진했던 서울은행은 2002년 하나은행에 흡수 합병됐다. 당국으로부터 조건부 경영정상화 계획을 승인받았던 조흥은행도 2003년 9월 신한금융지주 자회사로 편입됐다.

국민과 주택은행의 합병은 기존 은행과 달랐다. 부실은행 정리 목적으로 이뤄진 짝짓기가 아니었다. 대형화를 통한 우량 선도은행으로 도약하기 위해 우량은행간 이뤄진 합병이었다. 당시 규모를 키워 시장점유율을 높이고 규모의 경제로 경쟁력을 끌어올리기 위해 적극적으로 합병을 도모했던 게 세계적 추세였다.

국민과 주택은행은 2000년 12월 본격적인 합병 작업에 착수, 2001년 11월 합병은행 이름을 국민은행으로 하는 새로운 신설법인으로 출발했다. 국내에도 자산규모가 200조 원대에 이르는 대형은행이 탄생했다.

◇외환위기, 경쟁구도 변화= 2001년 이후 국민은행이 국내 최대 은행으로 부상하며 1강을 형성했다. 소규모 은행을 합병한 우리, 신한, 하나, 외환 등 4개 시중은행과 기업, 농협 등 2개 특수은행이 6중을 형성했다. 제일, 한미은행은 2약에 머물렀다. 외환위기 발발 당시 '7강 2중 7약'의 경쟁구도가 강력한 구조조정을 통해 '1강, 6중, 2약'으로 재편된 셈이다. 이 과정에서 부실은행을 구조조정하기 위해 총 86조8000억 원의 공적자금이 투입됐다.

2000년대 중후반까지 국민은행의 1강 구도가 계속됐다. 조흥을 합병한 신한과, 우리, 농협이 그 뒤를 뒤따랐고, 하나, 기업은 다소 뒤쳐지는 양상을 보였다. 외환과 한국씨티, SC제일은행은 뒤쳐졌다. '1강 5중 3약' 구도가 형성됐다.

2006년 말 당시 국민은행이 차지하는 시장점유율은 약 19%, 신한 등 5중을 이뤘던 은행들은 약 16%~9%의 시장 비중을 차지했다. 외환 등 3약은 7%~5% 가량의 시장점유율을 기록했다. 지난해부터 카드 등 수익 다변화에 성공한 신한지주가 KB지주를 추월하기 시작했다.

합병으로 덩치는 커졌지만, 이게 곧 수익성 개선을 의미하진 않았다. 오히려 은행 간 경쟁은 가속화되며 수익성이 떨어졌다. 최대 은행인 국민은행의 시장선도 기능이 미흡했던 탓이 크다.

감독당국 관계자는 "1개 대형은행 체제인 경우 대형은행의 가격 선도 기능으로 인해 은행 간 경쟁이 다소 제한적인 게 일반적"이라며 "그런데 국내의 경우 국민은행이 제 역할을 못하자 대형은행 간 선도은행 지위 확보를 위한 시장점유율 확대 전략 추진으로 경쟁이 더욱 심화됐다"고 지적했다.

시중은행의 한 임원은 "은행 간 차별성이 떨어지는 자산규모 확대전략과 이자 중심의 수익구조도 조그만 영토에서 땅따먹기 전쟁을 하고 있는 요인"이라며 "해외 진출과 신상품 개발 노력도 미흡했고, 외국계 금융회사 진입이 확대된 것도 경쟁심화 요인으로 꼽을 수 있다"고 말했다.

◇바람직한 경쟁구도는= 대형화의 촉진으로 우리나라 일반은행 평균 자산규모는 2000년 30조4000억 원에서 2009년 말 현재 86조6000억 원으로 3배 정도 증가했다. 일반은행 평균자산 국내총생산(GDP) 대비 비중도 2000년 5%에서 8.1%로 늘었다.

하지만 우리나라 경제규모에 비해 은행 규모는 작은 형편이다. 2009년 발간된 'The Banker'지에 따르면 세계 1000대 은행의 순위에서 우리금융이 총자산 기준 81위, 국민은행 87위, 신한은행이 89위를 기록했다. 아시아권에서도 우리금융은 17위에 머물렀다. GDP 대비 상위 3개 은행의 자산규모 비중도 24.9%로 미국 15.1% 높지만, 영국(130.6%) 프랑스(100.8%) 스페인(91.2%) 독일(83.5%) 일본(41.3%)에 비해 매우 낮았다.

이는 은행들이 주로 국내영업에만 치중해 해외 자산이 별 볼일 없는 이유가 가장 크다. 수출위주의 실물경제와 사뭇 대조되는 모습이다. 이는 곧 해외 진출한 국내 기업의 금융지원과 선진 거대 은행들과의 경쟁을 위해 초대형 은행이 필요하다는 논리적 근거가 되고 있다.

하지만 대형화가 능사가 아니라는 지적도 나온다. 대형화는 곧 자산·부채·영업행태가 복잡해지는 것을 의미한다. 정보의 불투명성이 높아지는 만큼 시장규율도 약화될 수 있고, 이는 곧 도덕적 해이로 이어질 수 있다. 결국 금융시스템 리스크가 증대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중소기업 대출이 위축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은행의 대형화 억제 움직임도 눈여겨봐야 한다. 미국은 은행 인수·합병(M&A)에 대한 심사 기준을 강화하는 것을 골자로 하는'볼커룰(Volcker Rule)' 법제화를 진행 중이다. 논란이 일고 있지만, 국제적으로도 시장점유율 상한 규제 등 중요 금융회사에 대한 규제를 부과하려 하고 있다. 우리나라 대형은행들도 규제 대상이 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이병윤 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여러 장단점이 혼재하기 때문에 은행 대형화가 좋다 나쁘다 일방적으로 말하는데 한계가 있다"며 "대형화에 따르는 장단점의 크기를 면밀히 비교 검토한 뒤 대형화 여부를 결정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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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익태 편집담당 상무

안녕하세요. 편집국 김익태 편집담당 상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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