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은행들의 구호뿐인 '친 서민' 이제 그만!

[기자수첩]은행들의 구호뿐인 '친 서민' 이제 그만!

정진우 기자
2010.08.24 13:18

"은행들은 정말 억울합니다. 돈(당기순이익)을 못 벌면 (언론에서) 경영을 못했다고 때리고, 돈을 많이 벌면 서민의 피를 빨아먹었다고 때린 데를 또 때립니다."

한 시중은행 고위 관계자가 최근 기자에게 털어놓은 말이다. 상당히 격앙된 표정으로 "맞은 곳을 또 맞으면 얼마나 아픈지 아냐"며 "도대체 어떻게 하란 말이냐?"고 되물었다.

사실 이 고위 관계자가 기자에게 한 말은 처음 듣는 말이 아니다. 은행원들을 만나면 늘 듣는 얘기다. 은행이 '동네 북'이 됐다는 자조 섞인 말도 많이 들었다.

요즘엔 그들의 목소리에 불만이 더욱 가득 찼다. '서민금융지원'이라는 거대 담론(?) 앞에서다. 이미 여러 방면에서 친 서민 상품과 서비스를 선보이고 있는데 또 친 서민을 하라고 해서 난감하다는 것.

은행들은 좋든 싫든 앞 다퉈 서민지원 자금을 내놓고, 수수료 면제 카드를 꺼내들었다. 게다가 대출 금리를 낮추는 등 서민들의 은행권 진입장벽을 허물고 있다. 은행들의 수수료 수입과 대출이자 수입이 은행원들의 급여로 고스란히 들어가는 현실에서 민감할 수밖에 없다.

고객들은 물론 은행들의 이런 행동을 반기고 있다. 은행에 적대적인 감정을 갖고 있던 사람들도 은행을 칭찬하기 시작했다. 그렇지만 은행들의 이 같은 모습이 1회성 이벤트로 끝날 것이란 지적이 많다. 은행들이 그동안 보여준 모습 탓이다.

은행들은 경제상황이 좋을 땐 고객들에게 돈을 맘대로 빌려가라고 금고문을 열었다. 그러다 분위기가 조금만 바뀌면 안면몰수 했다. 때로는 너무 잔인할 정도로 냉정했다. 이번에도 다르지 않을 것으로 보는 시각이 많다. 정부가 억누르니 하긴 하는데 상황이 조금만 바뀌면 다시 예전처럼 변할 것으로 보고 있는 것이다.

은행들이 진정으로 고객들에게 사랑받기 위해선 진심을 보여야 한다. 구호에 그친 친서민은 되레 은행들을 욕보일 수 있다. 말로만 "고객과 함께"를 부르짖지 말고 행동으로 보여줘야 한다.

은행들은 '햇빛이 쨍쨍할 때 우산을 빌려주고 비가 올 때 뺏는 게 은행'이란 말을 무척 싫어한다. 진실이기 때문이다. 진실은 늘 아픈 법이다. 은행들이 이런 아픔을 딛고서 이번 기회에 '비 오면 어디서든 함께 우산 쓰고 비를 이겨내는 게 은행'이란 말을 들으면 얼마나 좋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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