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시중은행권 합의, 불건전업종 대출제한…주요은행 규정마련 착수
사회적 풍속에 비춰 불건전하다고 판단되는 특정 업종에 대한 대출 제한 규정이 시중은행별로 신설된다. 이에따라 유흥주점이나 안마시술소 등은 앞으로 시중은행에서 돈을 빌릴 수 없게 된다.
10일 금융당국과 금융권에 따르면 시중은행들은 최근 불건전업종에 여신을 제한하는 규정을 만들기로 의견을 모으고 은행별 규정 개정 작업을 진행 중이다. 표면적으로는 금융당국의 명시적 규정이 아닌 은행별 자율 규제지만 지난 1998년 폐지된 여신금지업종 제도가 13년 만에 사실상 부활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여신금지업종 제도란 은행 대출이 생산적인 부문에 이뤄질 수 있도록 특정 업종에 대출을 하지 못하도록 제한했던 조치다. 부동산업·불건전오락기구 제조업·콘도미니엄업·대형 식당·도박장 운영업·증기탕·안마시술소업 등이 대상에 포함됐다.
현재 씨티은행과 SC제일은행 등 외국계 은행만 일부 업종에 대해 대출 규제를 하고 있을 뿐 나머지 시중은행엔 별도의 대출 제한 규정이 없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최근 열린 기업 여신 관행 개선 세미나에서 불건전업종에 대한 여신을 제한하자는 데 의견이 모아졌다"며 "특히 모든 은행이 특정 업종 여신제한 조치를 명문화한다는데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신한은행의 경우 '취급억제업종'을 신설해 엄격히 관리키로 했다. 유흥주점업·대부업체·도박장 운영업·증기탕업·안마시술소 등을 여신 취급억제업종으로 정해 대출을 막겠다는 계획이다. 다만 불건전성 여부를 판단하기가 애매할 수 있어 본부 승인을 따로 받으면 대출이 실행될 수 있도록 하는 예외도 두기로 했다.
하나은행은 내규 상 억제해야할 여신으로 지목돼 있는 향락업, 미풍양속을 해치는 숙박업, 투기도박업 등을 더욱 세부적으로 나눠 기준을 마련한다.
우리은행은 사행성 산업과 다단계 피라미드 등을 여신 금지 업종으로 규제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국민은행도 은행의 평판 등을 고려해 구체적인 여신 제한 업종을 선별하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은행별로 여신금지업종을 선별하고 있지만 큰 차이는 없을 것"이라며 "다만 리스크 관리위원회 등 은행 내부의 절차를 거치면 여신이 가능할 수 있도록 하는 예외도 둘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