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협 회장 금탑산업훈장 '쉬쉬' 왜?

농협 회장 금탑산업훈장 '쉬쉬' 왜?

신수영 기자
2011.10.28 05:52

"명단에 있다", "받진 않았다" 부처간 해명도 횡설수설…수훈 사실 은폐 의혹

최원병 농협중앙회장이 금탑산업훈장 수훈자로 결정된 사실을 확인하기도 쉽지 않았다. 훈장 수훈자를 추천하는 농림수산식품부와 수훈자를 사실상 결정해 국무회의에 올리는 행정안전부 사이를 몇 차례 오가며 숨바꼭질을 한 끝에 겨우 확인할 수 있었다. 두 주무부처는 "받지 않았다" "명단에 있다"며 말이 엇갈렸다.

문제의 행사장을 돌이켜보면 황당한 사건이 벌어진 셈이다. 지난 9월6일 열린 농협 창립 50주년 기념행사인 '전국 농업인 한마음 전진대회'는 전국 각지에서 4만 여명의 농업인이 참여한 큰 잔치로 이명박 대통령이 직접 참석해 축사를 하고 유공자들을 치하했다.

최원병 농협중앙회장이 지난 9월2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회 농수산위원회의 농협 국정감사에 출석해 대답하고 있다.  홍봉진기자 honggga@
최원병 농협중앙회장이 지난 9월2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회 농수산위원회의 농협 국정감사에 출석해 대답하고 있다. 홍봉진기자 honggga@

농협은 당시 보도자료를 배포하면서 "이날 행사에서는 묵묵히 농촌현장에서 국민의 안전한 먹거리 생산에 최선을 다하는 농업인과 협동조합 발전 유공자, 그리고 지난 3월 농협법 개정을 통한 농협 사업구조 개편 유공자 등 17명에 대한 정부 포상이 이뤄졌다"고 밝혔다.

◇MB가 직접 수여, 숨은 1명=그런데 농협 내부에서 "사실은 수훈자가 18명이고 숨은 1명은 최원병 회장"이라는 얘기가 돌았다. 소문은 올 연말로 다가온 차기 농협회장선거를 앞두고 일파만파로 번졌다.

두 부처와 농협을 오가며 사실을 확인한 결과 실제로 농협기념식에서 수훈자로 결정된 사람들은 농협협동조합 발전 유공자 15명, 농협법 개정을 통한 농협 사업구조 개편 유공자 12명 등 총 27명이었다.

 

여기에는 사업구조 개편 유공자로 금탑산업훈장을 받기로 결정된 최원병 회장도 포함돼 있었다. 이들 가운데 국무총리 표창을 받은 9명에게는 따로 전달됐다.

 

행사 당일 수훈해야 하는 사람은 모두 18명이었지만 농협은 17명이 포상을 받았다고 자료를 배포한 것이다. 기자가 최 회장의 수훈 사실을 알고 문의하자 농협은 그때서야 "행사를 주최한 농협 회장이 상을 받는 것은 예의가 아니라고 판단해 당일 수훈하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농협 관계자는 "주인이 상을 받는 게 한국적 정서에 맞지 않다고 본인이 고사한 것일 뿐"이라며 "국무회의에서 통과돼 훈·포상 대상자 명단에 다 등재됐는데 일부러 숨길 이유가 없다"고 밝혔다.

◇있었다가 없어진 별도 수여 계획=농협 관계자는 "이 대통령이 농협 대의원들을 청와대로 초청해 이 자리에서 훈장을 수여하려 했다는 소문도 있는데 사실이 아니다"라고 했다가 "별도 자리에서 받기로 했다가 취소했다"고 털어놓기도 했다. 대의원은 농협중앙회장 선거에서 투표권자다.

◇"결정은 됐지만 받지는 않았다?"…엇갈리는 두 부처=최 회장의 훈장 수훈에 관여한 두 부처는 서로 다른 설명으로 의아하게 만들었다. 금탑산업훈장 등 산업훈장은 해당 부처가 대상자를 추천하면 행정안전부가 규모(수훈자 수)와 등급 등을 조율해 수훈자를 결정한다.

수훈자는 보통 수훈이 이뤄지는 행사 60일 전에 추천을 받아 협의하는데 1등급만은 사전에 협의하는 경우가 많다. 최 회장이 1등급인 금탑산업훈장을 받기 전에 사전 협의가 이뤄졌음을 짐작할 수 있다.

훈장 추천 부서인 농림수산식품부는 이번에 사업구조 개편 유공자 명단에 훈장 수훈자 6명을 포함해 산업포장, 대통령표창 등 12명을 후보에 올렸다.

그런데 최 회장의 수훈 여부에 대해 농식품부 실무자는 "최 회장을 제외한 11명만 수훈했다"고 말했다. 역으로 '최 회장은 수훈하지 않았다'는 해석이 가능한 답변을 내놓은 것이다.

반면 행안부 관계자는 "최 회장도 명단에 포함돼 있다"고 설명했다. 재차 확인하자 이 관계자는 "(명단에는) 12명이 맞다"며 "우리는 규모만 협의하니 농식품부나 농협에서 확인하라"고 말했다.

행안부는 수훈자 명단 공개도 할 수 없다고 밝혔다. 훈장 등 정부포상 추천 대상자는 공개검증을 위해 해당 부처 홈페이지에 명단이 올라오는데도 직접 알려줄 수 없다는 것이다.

결국 농식품부에서 "최 회장이 받기로 돼 있지만 아직 받지는 않았다"는 해명을 내놨다. 수훈자로 결정은 됐지만 실제로 훈장을 받기 전이니 "받지 않았다"는 답변이 거짓은 아니다. 하지만 "앞으로 받게 돼 있다"는 점을 뒤늦게 밝혀 최 회장의 수훈 사실을 숨기려 했다는 의혹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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