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전가의 보도'된 서민금융 대책

[기자수첩]'전가의 보도'된 서민금융 대책

오상헌 기자
2012.02.27 06:11

"제2금융권 가계대출을 규제하면 신용이 낮은 금융회사로 대출 수요가 넘어갈 수 있다. 최대한 정책금융을 통해 흡수하겠다."

금융당국이 26일 2금융권 가계대출 보완대책을 발표하면서 밝힌 말이다. 2금융 대출 옥죄기로 인한 '풍선효과'를 서민금융지원 제도로 최소화하겠다는 얘기다. 당국이 밝힌 대로 상호금융회사나 보험회사에서 가계 빚을 지던 서민들은 당장 대출받기가 쉽지 않게 됐다.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지난 해 말 가계대출 잔액 858조1000억 원 중 상호금융(175조원)과 보험(74조5000억원) 대출은 249조5000억원이다. 우리나라 가계대출 고객 3명 중 1명이 상호금융이나 보험사 대출을 이용하고 있다는 뜻이다.

단순 계산이긴 하지만 이번 규제는 약 1조7000억원의 상호금융과 보험 가계대출 여력을 줄이는 효과가 있다. 상호금융 예대율 규제와 고위험 대출 대손충당금 적립기준 강화, 비조합원 대출한도 및 조합원 간주범위 축소, 보험사 충당금 강화 등을 두루 고려했을 때 그렇다. 상호금융 차주 소득확인 의무화나 보험사 가계대출 영업 규제 등 '정성적 효과'를 포함하면 더 많은 대출이 줄 수 있다.

문제는 이런 대출 수요를 무리 없이 흡수할 만한 완충 지대가 충분하냐는 점이다. 금융당국은 이번에도 별다른 대책 없이 '전가의 보도'만 들고 나왔다. 미소금융과 햇살론, 새희망홀씨 등 이른바 '3대 서민금융' 제도 강화가 당국의 대답이다.

하지만 업계에선 실제로 정책금융 수혜를 받는 서민들보다는 고금리 대출이나 불법 사채로 내몰리는 이들이 더 많을 것으로 내다봤다. 정부 서민금융 대책의 상당 부분이 새로울 것 없는 데다 지원 대상이나 규모가 충분치 않다는 점에서다.

금융당국은 지난 해 6.29 가계부채 종합대책 발표 당시에도 은행 가계대출 수요 흡수 대안으로 3대 서민금융을 제시한 바 있다. 하지만 대안의 역할엔 한계가 있었다. '2금융권'이 불룩해질 것이란 우려는 현실이 됐다. 이번 대책의 타깃은 2금융권이다. 은행에 이어 2금융 대출마저 막히면 발을 동동 구를 서민들이 상당할 텐데 금융당국의 고민은 너무 안이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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