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조조정 달인 "건설사 워크아웃 해법은…"

구조조정 달인 "건설사 워크아웃 해법은…"

오상헌 기자
2012.07.02 05:50

[피플]구조조정 달인, 나종선 우리銀 기업개선부장..."채권자 조정 새제도 고민해야"

"우리나라의 워크아웃 제도는 정말 소중한 자산입니다. 하지만 세월이 바뀌고 환경이 달라진 만큼 기업 구조조정 제도도 어느 정도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 아닐까 싶습니다".

은행업계에서 기업 구조조정 업무의 최고 전문가로 통하는 나종선 우리은행 기업개선부 부장(50.사진). 나 부장은 1997년 IMF 외환위기 이후 시작된 국내 기업 구조조정 역사의 산증인이다. 외환위기 때부터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에 이르기까지 그의 손을 거쳐 간 기업만 수십여 개다.

우리은행의 전신인 한일은행에서 은행원 생활을 시작한 그가 구조조정 업무에 발을 들인 건 1998년 5월. 1999년 5월부터 1년 반 동안은 정부가 만든 '기업구조조정위원회'에 파견돼 일했다. 주채권은행이 진행하는 64개 주채무계열(그룹) 재무구조 개선 작업을 점검하고 경영정상화 과정을 점검하는 게 그가 맡은 일이었다. 워크아웃 제도와 절차의 틀과 근간도 그 때 만들어졌다.

우리은행 기업개선부로 복귀한 2005년 이후엔 대우건설 매각(2005년)과 팬택 워크아웃(2006년 12월), 경영정상화 업무에 관여했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유동성 위기에 처한 수많은 건설사와 조선사 워크아웃 업무도 맡았다. 2010~2011년 현대건설과 하이닉스의 성공적인 새 주인 찾아주기 과정에도 발을 담갔다. 나 부장은 "워크아웃 제도가 없었다면 우리 기업들이 지금처럼 성장하고 경제가 살아나지 못 했을 것"이라고 했다.

나 부장은 그러나 "기업 구조조정 제도에도 이제는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했다. IMF 외환위기와 글로벌 금융위기를 거치면서 여러 환경이 변한만큼 제도도 이에 따라 바뀌어야 한다는 것이다. 나 부장은 특히 2008년 금융위기 이후 건설업 경기침체로 인한 건설사의 줄도산 과정을 지켜보면서 이런 생각을 확고하게 굳혔다고 한다.

최근 건설업계에선 채권은행들에 대한 원성이 쏟아진다. 은행들이 기업 회생엔 뒷전인 채 서로 다툼을 벌이다 법정관리(기업회생절차)로 향하는 건설사들이 줄을 잇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풍림산업과 우림건설이 최근 이런 이유로 법정관리에 들어간 케이스다. 금융당국이 최근 워크아웃 건설사의 경영정상화계획 이행약정(MOU) 개선 태스크포스팀(TFT)를 운영키로 한 배경이다.

나 부장은 건설사 법정관리행의 '은행 책임론'에 대해 일견 동의했다. "공공의 이익을 위해 일한다는 은행들의 '동업자 정신'과 '소명의식'이 예전보다 줄어든 게 사실"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건설사 구조조정이 여의치 않은 데 대해선 보다 내밀한 분석이 필요하다고도 했다.

나 부장은 "건설사 유동성 위기의 원인은 프로젝트파이낸싱(PF)인데 PF는 시행사, 협약채권자, 비협약채권자 등 훨씬 다양한 채권자들이 얽혀 있어 근본적으로 의견을 조율하기 쉽지 않은 구조"라며 "IMF 직후 제조업 구조조정이 '질서 있는 워크아웃'이었다면 건설업은 '무질서한 워크아웃'의 형태를 띨 수밖에 없었다"고 했다.

이런 이유에서 그는 "현재의 워크아웃 제도를 기본으로 하되 환경 변화에 걸맞은 제도 개선을 모색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예컨대, 채권자들의 이해관계를 비교적 손쉽게 조율할 수 있는 '법정관리'와 효율적인 경영 정상화가 가능한 '워크아웃'의 장점을 결합한 새 구조조정 제도를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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