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년 해외 석학 인터뷰]② 다니엘 핑크

지난 2007년 겨울, 한 금융회사 최고경영자(CEO)가 식사 자리에서 침이 마르게 칭찬한 책이 있었다. 도대체 무슨 내용인가 궁금해 바로 다음 날 당장 책을 사서 읽었다. 그 CEO의 찬사는 과장이 아니었다. 그 책 내용에 푹 빠져 이후론 그 저자의 책이 나오는 족족 빠지지 않고 읽었다. 그 책은 '새로운 미래가 온다', 저자는 다니엘 핑크다.
핑크는 국내에 변화의 추세를 분석하는 미래학자로 알려져 있지만 경제나 정치 같은 거대담론보다는 우리가 발 딛고 살아가는 사회 환경의 변화를 전망하고 그 변화에 각 개인과 조직이 잘 적응해 살아갈 수 있는 방법을 제시하는데 초점을 맞춘다.
'드라이브'에서는 하이테크의 시대를 넘어 현재 실현되고 있는 감성과 공감의 하이컨셉·하이터치(High Concept, High Touch)의 시대에 사람들에게 동기를 부여할 수 있는 효과적인 방법을 소개했다. 만화로 구성된 '위풍당당 직장 생활 백서'에서는 출근하기 싫어하는 직장인들을 위한 즐겁게 회사 생활을 하기 위한 비법을 전수했다.
'프리 에이전트의 시대가 오고 있다'에서는 조직에 소속되지 않고 혼자 일하는 사람들이 현대 사회의 새로운 노동 현상이라는 점을 설명하면서 프리 에이전트로 성공하기 위한 비결을 제시했다. 프리 에이전트는 프리랜서뿐만 아니라 임시직과 소규모 자영업자를 포괄하는 개념이다.
핑크가 2013년 새해 첫날 '판매는 인간적인 일이다(To Sell Is Human)'라는 책으로 독자들에게 돌아왔다. 책 제목에서 알 수 있듯 세일즈(영업)에 대한 책이지만 내용은 그리 단순하지 않다.
핑크와 인터뷰를 통해 새 책에 대한 이야기와 더불어 취업 문제로 고민하는 젊은이부터 마지못해 일하는 직장인들, 더 나아가 기업과 국가에 이르기까지 새해를 성공적으로 설계하기 위한 조언을 들었다. 확신하건대 2013년 새해 벽두에 새로운 길을 보여주는 내용일 것이다.
◆"누구나 영업을 해야 하는 시대, 인간·개방·정직이 비결"
-왜 지금 세일즈인가.
=세일즈(영업)는 현대 사회에서 매우 중요한 일이 됐다. 미국에서는 근로자 9명당 1명이 영업직에 종사하고 있다. 여기서 말하는 영업직이란 다른 사람들에게 무엇인가를 구매하도록 설득하는 일이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9명의 근로자 가운데 나머지 8명도 역시 엄밀한 의미에서는 영업에 관여하고 있다는 점이다. 직접 물건이나 서비스를 팔지 않는 사람들도 많은 시간을 다른 사람들을 설득하고 이해시키고 영향력을 미치는데 쓰고 있다. 영업직원이 아닌 대부분의 사람들에게도 세일즈는 성공의 핵심 열쇠가 됐다. 나는 '새로운 미래가 온다'에서 이제는 단순한 하이테크, 즉 기술로는 부족하고 감성과 공감이 중요해진다고 했는데 영업은 이러한 추세에도 잘 맞는다. 왜냐하면 영업은 기본적으로 인간적인 역량에 의존하기 때문에 아웃소싱하거나 자동화하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영업을 위한 최고의 비결을 무엇인가.
=가장 중요한 점은 이것이다. 좋든 싫든 이제는 모든 사람들이 영업을 해야 한다는 점이다. 하지만 과거에 했던 방식의 영업이 아니다. 물건이든 서비스든, 자신의 아이디어든, 기획안이든 다른 사람들에게 잘 팔기 위해서는 더욱 인간적이고 개방적이 되어야 하며 세일즈하는 방식에 대해 더욱 정직해져야 한다.
독자들의 PICK!
-책에서 기업가정신, 유연성, 교육 및 의료(Ed-Med)를 앞으로 고용시장의 3대 핵심 추이로 예측했다.
=미국은 물론 한국에서도 소규모 기업가가 계속 늘어나게 될 것이다. 이 같은 소규모 기업가들이 고용시장과 기업 관행을 새로 만들어갈 것이다. 유연성이란 근로자들이 이제 한 가지 기능으로 분화된 일을 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기술과 역량을 다양한 영역으로 확장시켜야 한다는 의미다. 마지막으로 구체적인 산업으로는 교육과 의료 분야의 일자리가 앞으로 놀라울 정도로 늘어날 것이다. 흥미로운 점은 교육과 의료 모두 직접적으로 사람들을 움직이는(변화시키는) 일이라는 점이다.
◆"기업 내에 핵심사업 파괴 조직을 만들라"

-앞으로 경쟁력 있는 국가가 되기 위해 중요한 요소는 무엇인가.
=내가 이 질문에 대답할 수 있는 가장 적합한 사람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감히 대답을 시도해보자. 앞으로 궁극적으로 번성하는 국가는 다양한 활동을 할 수 있는 국가일 것이다. 이를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다양성을 수용해야 한다. 이 말은 다른 국가의 사람들을 받아들이고 대우하는데 있어서 투명한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는 의미다. 둘째, 앞으로 정부의 최우선 과제는 기반을 강화하는 것, 특히 세계 수준급의 교육 시스템과 우수한 사회기반시설, 효율적으로 작동하는 자본시장을 갖추는 것이 될 것이다. 셋째, 번성하는 국가는 도덕적인 이유뿐만이 아니라 경제적인 성장을 위해서라도 사회에서 가장 혜택 받지 못한 계층의 사람들이 낙오되지 않도록 돌봐야 할 것이다.
-한 때 위대한 기업으로 칭송 받았던 노키아나 소니 같은 기업이 갑작스럽게 내리막길을 걸으며 추락하고 한 번도 들어보지 못했던 페이스북 같은 기업이 새롭게 등장하며 기업간 경쟁구도가 한 치 앞도 예측하기 어렵게 급변하고 있다. 이러한 변화의 시대에 기업의 성공 전략은 무엇인가.
=기업들은 클레이튼 크리스텐슨 하버드대학 경영학 교수의 조언을 따라 스스로 파괴하도록 노력해야 한다. 기업이 변화에 뒤쳐지지 않고 경쟁력을 유지하려면 기업 내에 자사의 핵심 사업을 파괴하고 몰락시키는 것이 유일한 목적인 사업 부서를 만들어 운영해야 한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다른 기업이 당신 기업의 핵심 사업을 파괴할 것이다.
-전세계 많은 국가들이 청년 실업으로 고민하고 있다. 직장을 구하지 못해 어려움을 겪고 있는 젊은이들은 어떻게 활로를 찾아야 하나.
=청년 실업을 해결하는데 손쉬운 방법은 없다. 일단 개인적으로는 어려운 상황에서 최선을 다한 뒤 그 상황을 개선시킬 수 있는 방법을 찾는 것이 핵심이라고 생각한다. 지금 힘들다고 생각하는 젊은이에겐 이 말을 해주고 싶다. "힘든 시절은 지나가지만 힘든 사람은 계속된다.(Tough times do not last, but tough people do.)"
-어디에도 속하지 않고 혼자 일하는 프리 에이전트가 일자리를 찾지 못하는 젊은이들에게 대안이 될 수 있을까.
=모든 사람들이 프리 에이전트가 되라고 추천하지는 않는다. 다만 프리 에이전트가 되기로 결심했다면 3가지를 강조하고 싶다. 극단적일 정도로 엄청나게 열심히 일해야 하고 자신의 고객과 소비자들에게 초점을 맞춰 일해야 하며 합리적인 수준의 리스크는 기꺼이 감수해야 한다는 것이다.
◆"공무원이 안정적 직업이라는 생각은 착각일 수 있다"

-한국에서는 기업가정신을 갖고 창업해 성공하기가 어렵다는 생각이 강하다. 이 때문에 젊은이들이 안정적인 공무원과 대기업 일자리를 선호하고 있다.
=어떤 일을 하느냐는 각 사람의 선택에 달렸다. 다만 한 가지 말하고 싶은 것은 미국에서는 공무원이 더 이상 과거처럼 안정적인 직업이 아니라는 점이다. 인구가 고령화하고 정부 부채가 늘어 예산이 축소되고 있는 다른 국가도 마찬가지다. 앞으로 어떤 직업을 선택할지 결정할 때 머리 속에 그려지는 과거의 모습이 아니라 진짜 미래를 생각하고 대비하려 하는지 확실히 해야 한다.
-'위풍당당 직장 생활 백서'에 등장하는 회계팀 신입사원 에릭은 지금 하고 있는 일이 원래 자기가 하고 싶었던 일이 아니라며 직장을 그만두고 싶어 한다. 하지만 당신은 에릭에게 직장을 그만 두고 원하는 일을 시작하라고 조언하지 않았다. 왜인가.
=지금 자신이 스스로에게 바른 질문을 던지고 있는지 확실히 해야 한다. 만약 당신이 자신에게 "내가 지금 모든 것을 바꿀 수 있을까"라고 자문한다면 대답은 거의 언제나 "노(No)"다. 당신은 그럴 수 없으며 이건 질문 자체가 잘못됐다. 당신이 물어야 하는 질문은 "상황이 좀더 나아질 수 있도록 내가 할 수 있는 범위에서 작은 일 한 가지를 바꿀 수 있을까"이다. 이 질문에 대한 대답은 거의 언제나 "예스(Yes)"이다. 그리고 커다란 변화는 이러한 작은 시도들이 축적되면서 나타난다.
-애플의 공동 창업자 스티브 잡스는 성공하려면 자신이 정말 원하는 일을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당신의 생각은 어떤가.
=다시 말하지만 작게 시작해라. 일단 당신이 지금 가장 하고 싶어 하는 일과 비슷한 무엇인가를 시도해보고 그 과정에서 무엇인가를 배우고 한걸음씩 나아가라.
-당신은 '위풍당당 직장 생활 백서'에서 성공적인 직장 생활의 비결 가운데 첫째로 계획을 세우지 말라고 했다. 계획이 오히려 삶을 옭아매는 족쇄가 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는데 당신은 어떤가. 계획을 세우지 않나.
=나는 일과 관련해 장기적인 계획을 세우지 않는다. 나는 다만 다음에 할 만한 큰 프로젝트를 모색한다. 내가 정말 흥미를 느낄 수 있고 다른 사람들에게도 도움이 될 것 같고 최소한 조금은 돈벌이가 될 만한 프로젝트를 발견하려고 노력한다.
-당신의 2013년도 새해 결심은 무엇인가.
=더 열심히 일하고 더 똑똑하게 일하자.
-당신은 글을 쓰고 강의하는 것이 일이다. 자유로운 만큼 시간을 어떻게 관리하는지 궁금하다.
=나는 책이나 칼럼은 아침에 쓰려고 노력한다. 아침은 하루 중 나에게 최고의 시간이다. 그리고 시간을 낭비하지 않으려 노력한다. 예를 들어 나는 한 달에 TV를 보는 시간이 2시간도 안 된다.
-책을 쓰기 위한 아이디어는 어디에서 얻나.
=많이 읽고 많은 사람과 대화한다. 어디를 가든 노트를 가지고 다니면서 아이디어가 떠오를 때마다 적는다. 그리고 엄청난 자료들을 종이와 디지털로 축적하고 있다.
◆다니엘 핑크
다니엘 핑크는 '새로운 미래가 온다' '드라이브' 등 세계적인 베스트셀러의 저자로 경제잡지 '패스트컴퍼니'와 '하버드 비즈니스 리뷰' '뉴욕타임스' 등에 기고하면서 책을 쓰는 프리 에이전트로 활동하고 있다.
지난 1995년부터 1997년까지 앨 고어 부통령의 수석 연설 작성자로 일한 것을 마지막으로 직장생활을 그만두고 저술과 강연에 집중하고 있다. 그 이전에도 클린턴 행정부 당시 로버트 라이시 노동부 장관의 보좌관을 비롯해 정계와 정부에서 주로 일했다. 노스웨스턴 대학과 예일대 법학대학원을 졸업했다.
핑크는 지난 2011년에 미국의 경영 사이트인 '싱커스50(Thinkers 50)'이 2년마다 선정하는 세계 50대 경영 사상가에 이름을 올렸으며 현재 미국에서 '아웃라이어'의 말콤 글래드웰과 함께 가장 영향력 있는 경영 작가로 손꼽히고 있다. 워싱턴 D.C.에서 부인과 세 자녀와 함께 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