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의 니치테크]올해부터 달라지는 금융제도
2013년 계사년(癸巳年) 새해가 밝았다. 한 해를 시작할 때는 으레 희망에 부풀어 이런저런 계획을 세우기 마련이다. 그중에서도 경제적인 목표는 누구나 한 두 가지쯤 정한다. 이만큼 저축하겠다, 혹은 얼마만큼 빚을 갚겠다는 식이다.
하지만 경제상황은 만만치 않다. 올해 글로벌 금융 불안과 경기 불확실성이 더 심해질 것이란 전망이 많다. 국내 경제도 환율 하락에 따른 수출경쟁력 저하, 내수시장 위축과 경제성장률 하락 등 어두운 예상이 적잖게 나온다. 있는 일자리를 지키고 기존 소득을 유지하는 일조차 쉽지 않을 수 있다.
환경이 어려울수록 뱀의 지혜가 필요한 법이다. 외부의 거대한 변화에 괜스레 불안해하거나 달콤한 고수익의 유혹에 흔들리는 것은 위험하다. 당장 내 생활과 연관 있는 부분부터 점검해보고 쓸데없는 지출을 막는 게 새해 성공 재테크의 첫걸음이다.
특히 바뀌는 각종 금융 관련 제도를 알아두면 도움이 된다. 새해부터 달라지는 금융제도만 꼼꼼히 따져 봐도 돈을 아끼는(혹은 버는) 지혜를 찾을 수 있다.
◇아직도 값싼 단독형 실손보험 상품 모르세요?
먼저 올해부터는 1년 미만 자동차보험 가입자라 하더라도 일정 요건을 충족하면 무사고 할인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새로 가입하는 자동차보험의 보험료를 할인받을 수 있는 것이다. 지금까지는 1년 미만 단기 자동차보험 가입자가 사고를 내면 보험료가 할증됐지만 사고를 내지 않는다고 보험료를 할인해주지는 않았다.
할인 요건은 무사고면서 과거 1년간 단기보험 가입기간이 6개월 이상일 경우다. 6개월 이상인지는 1년간 가입기간을 모두 합쳐서 따진다. 할인 규모는 1년 만기 자동차보험 할인 폭의 1/2이다.
금융감독원은 이번 제도 개선으로 연간 약 89만명(전체 단기보험 가입자의 25%)이 보험료 추가 할인 혜택을 받을 수 있을 것으로 추정한다.
또 새해부터는 '표준형 단독 실손의료보험'이 출시된다. 그동안 보험사들은 통상 실손의료보험을 사망보장이나 생존보장 등과 같이 묶어 팔면서 약 7만~10만원 수준으로 받아왔다. 실손의료보험만 별도로 가입하는 게 불가능했던 셈이다.
하지만 지난 1일부터 단독형 실손의료보험이 출시돼 소비자가 원한다면 불필요한 보장에 가입하지 않고 실손의료보험만 가입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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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손보험 부문만 떼 내면 보험료는 1만원대로 떨어진다. 이중 표준형 단독상품은 자기부담금을 20%로 늘려 보험료 부담을 더욱 낮췄다.
단독형 실손의료보험의 보험료 재산정(갱신) 주기는 기존 3년에서 1년으로 단축됐다. 매년 보험료를 갱신해 갑자기 보험료가 뛰는 걸 막았다. 변동폭이 큰 경우에는 금융당국에 사전신고해야 하는 만큼 갱신할 때 터무니없는 보험료를 보고 놀라지 않아도 될 것으로 보인다.
소비자는 회사별 보험료도 꼼꼼히 비교해볼 수 있다. 보험료는 생보협회 홈페이지(www.klia.or.kr)나 손보협회 홈페이지(www.knia.or.kr)의 상품공시실에서 회사별로 자세하게 비교 가능하다. 예컨대 남자 40세, 위험등급 1급, 입원의료비 5000만원, 통원의료비 30만원, 자기부담금 20% 상품에 가입할 때 회사별 보험료는 9138원에서 1만4680원까지 다양하다.
가입하기 전에 이미 다른 실손의료보험에 가입됐는지 확인하는 것도 필요하다. 기존 실손의료보험은 특약형태로 판매돼 보험계약자가 가입여부를 미처 알지 못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실손의료보험은 소비자가 실제 부담하는 의료비만 보상하는 보험으로 2개 이상 가입(중복가입)했어도 보장한도(5000만원 등)내에서는 하나의 상품에 가입할 때와 같은 보험금만 지급한다. 본인의 실손의료보험 가입여부는 역시 생보협회 홈페이지나 손보협회 홈페이지에서 각각 확인할 수 있다.
물론 기존에 의료비의 100%를 보장하는 즉, 자기부담금이 없는 특약형 상품에 가입한 소비자도 새로 출시된 단독형 실손보험 상품으로 갈아탈 수 있다.
다만 소비자의 건강상태가 악화된 경우 보험회사가 가입심사를 통해 단독형 상품 보험가입을 거절할 수 있다. 따라서 소비자는 기존 실손의료보험 특약을 해지하기 전에 새로운 계약으로 가입할 수 있는지를 먼저 확인해야 한다.

◇기프트카드도 '꺾기'에 포함…대부중개수수료 상한제도 시행
은행권에서는 올해부터 기프트카드나 상품권도 소위 '꺾기'(구속행위) 규제 대상에 포함된다는 점이 눈에 띈다.
지난 1일부터 적용되는 금융당국의 은행업감독업무시행세칙에 따르면 선불카드(기프트카드), 선불전자지급수단, 상품권 등을 구속행위 규제 대상으로 명시한다. 지금까지는 예적금, 상호부금, 금전신탁, 공제, 양도성예금증서, 보험, 집합투자증권, 금융채, 환매조건부채권 등만 규제대상으로 규정돼 있었다.
이 때문에 선불카드 등 신종 유가증권이 규제대상인지가 불명확했다. 규제의 허점을 노려 일부 은행 영업점들은 대출만기를 연장하려는 중소기업 등에 명절이나 연말연시 선물용으로 기프트카드를 대량 구입하라는 요구를 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기프트카드는 2000년대 초 출시된 이래 10년 만에 급성장하며 은행의 판매경쟁이 가열되기도 했다.
하지만 앞으로는 이 같은 부당한 요구가 어려워질 전망이다. 소비자 입장에서도 선불카드 끼워 팔기가 엄연한 규정 위반이라는 점을 알아둘 필요가 있다.
또 새해에는 대부중개수수료 상한제도 시행된다. 대부업체와 금융회사가 지급하는 대부중개수수료를 대출금의 5% 범위 내에서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한도를 초과할 수 없도록 하는 제도다.
그동안 높은 중개수수료 부과, 다단계 대부중개행위 등이 대부업 시장에서 서민들이 높은 금리를 부담하게 하는 구조적 원인으로 지목돼왔다. 대부업체의 높은 이자율은 대출자를 끌어 모으는 사람들에게 주는 수수료가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탓이다.
제도 시행은 올해 6월12일부터다. 다만 시행령상 구체적인 한도는 올 상반기 중 시장상황 등을 감안해 결정할 예정이다.
만약 제도 시행이후 정해진 한도를 넘겨 대부중개수수료를 받은 대부중개업자나 대출모집인, 중개수수료를 준 대부업체 등은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질 수 있다.
이밖에 이달 15일부터 '전자단기사채 등의 발행 및 유통에 관한 법률'도 시행된다. 전자단기사채란 자본시장법에 따른 채무증권(사채권)으로서 전자적 방식으로 등록발행된 것이다.
지금까지는 기업의 단기자금 조달이 주로 기업어음을 통해 이뤄졌다. 하지만 기업어음은 자본시장법상 증권이면서 어음법상 '약속어음'이기도 해 실물발행을 해야만 하고 분할유통도 불가능했다. 유통시장이 발전하거나 시장 투명성을 높이는데 한계가 있다는 얘기다.
반면 전자단기사채는 우선 실물발행이 필요 없어 비용이 절감된다. 분실위험이나 증권발행을 위한 어떤 지리적 제약도 없다. 아울러 기업어음과 달리 1억원(법정 최소금액)까지 분할도 가능하다. 예탁원에 등록발행이 의무화돼 발행정보가 집중되고 관련 정보는 공시로 뜨기 때문에 투자자보호도 강화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