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밴 시장 구조 개선방안' 공청회에서 발표 예정…밴 수수료 체계 23년만에 개편

신용카드 밴(VAN·Value Added Network) 수수료 체계가 23년만에 개편된다.
경쟁을 통해 수수료를 결정하고, 협상력이 약한 영세·중소가맹점은 '공공 밴'을 이용해 밴 수수료 부담을 덜게 해준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카드사와 밴사 모두 '공공 밴' 설립에 회의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어 논란이 예상된다.
9일 금융권에 따르면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오는 11일 열리는 '밴 시장 구조 개선방안' 공청회에서 이 같은 내용을 담은 개선방안을 제시한다. KDI는 지난 2월부터 여신금융협회의 의뢰를 받아 밴 수수료 개편을 위한 연구용역을 진행해 왔다. 지난해 신용카드 가맹점 수수료 개편도 KDI의 연구용역 보고서를 토대로 이뤄진 바 있다. 금융위원회와 관련업계, 학계 전문가들도 공청회에 참석해 입장을 밝힐 예정이다.
KDI가 제시한 밴 수수료 개편의 핵심은 자율경쟁이다.
밴 사업자들은 지금까지 카드사와 가맹점 사이에서 발생하는 신용카드 결제의 승인대행과 전표매입 업무를 통해 수수료를 받았다. 수수료는 결제금액에 상관없이 평균 120원 가량이었다. 수수료 계약은 카드사와 밴사 사이에 이뤄졌으며 카드사가 밴사에 수수료를 지불하는 형태였다.
개편안에 따르면 앞으로 계약주체가 가맹점과 밴사로 변경된다. 가맹점들이 적정한 가격을 제시한 밴사를 선택할 수 있게 되는 구조다. KDI는 경쟁체제를 도입함으로써 밴 수수료를 낮출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자율경쟁이라는 점에서 현행 정액제를 버리고 결제금액의 일정비율을 수수료로 내는 정률제를 제시하는 밴사도 등장할 전망이다.
개편안이 제도화되면 대형가맹점은 상대적으로 유리한 입장에 놓인다. 실제로 대형가맹점은 지금까지 밴사들이 리베이트까지 제공할 정도로 '갑'의 역할을 했다. 자율경쟁 도입과 함께 밴사들은 대형가맹점에 경쟁적으로 낮은 수수료를 제시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영세·중소가맹점의 경우 이야기가 달라진다. 협상력이 낮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KDI는 공사 형태의 '공공 밴' 설립을 제안했다. 카드사들이 기금을 모아 공사를 설립하고 영세·중소가맹점들의 경우 '공공 밴'과 계약을 체결하는 형태다. '공공 밴'에 참여하는 밴사들도 중소 밴사들로 이뤄진다. '공공 밴'은 영세·중소가맹점에 결제액의 0.3% 수준으로 우대수수료를 제공한다.
시장가격보다 낮은 밴 수수료를 받는 '공공 밴'의 특성상 적자가 발생할 수밖에 없다. 이 경우 카드사들이 적자를 보전하게 된다. KDI는 이 같은 방안을 이번달 초 카드사와 밴사에 설명하는 자리도 가졌다.
지난해 신용카드 가맹점 수수료 개편도 KDI의 연구용역 보고서를 토대로 이뤄진 바 있다. 하지만 밴 업계 관계자는 "KDI의 개편안이 실효성이 있을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밴 수수료 인하가 가맹점 수수료 인하로 이어질지 살펴볼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