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식적 질문 하나가 3000억 대출사기 잡아냈다

상식적 질문 하나가 3000억 대출사기 잡아냈다

박종진 기자
2014.02.13 0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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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클릭]'한건' 터트린 금감원, 철저한 검사로 본연의 임무 완수…"존재감 보였다"

금감원 서울 여의도 본원 전경/머니투데이 자료사진
금감원 서울 여의도 본원 전경/머니투데이 자료사진

"그냥 빌리면 되지 왜 SPC(특수목적법인)를 세웠을까?" 이 질문 하나가 잔액만 3000억원에 이르는 초대형 대출사기 사건을 밝혀냈습니다. 최근 연일 세간을 떠들썩하게 만드는 'KT ENS 거래업체 대출사기'는 말 그대로 금융감독원이 '한건'한 겁니다.

사건 적발 과정을 찬찬히 살펴보면 시작은 미미했으나 끝은 창대했습니다. 지난달 금감원 저축은행 상시감시시스템에 BS저축은행의 동일차주 한도 초과 정황이 포착됐습니다. 동일차주에게 자기자본 25%를 넘겨 대출해줄 수 없지만 무늬만 다른 복수의 SPC를 내세워 한도 이상의 대출을 받아간 겁니다. 저축은행 업계에서 동일차주 한도 초과는 '흔히' 있는 일입니다.

금감원은 서면검사부터 시작했습니다. 대출 관련 서류를 들여다봤습니다. 서류는 아무 문제가 없었습니다. 그런데 영세한 업체들이 굳이 SPC까지 세우는 '복잡'한 방법으로 대출받고 있었습니다. 이상합니다. 자금추적에 들어갔습니다. 서류상 용도가 거짓이 아니라면 SPC를 거쳐 KT ENS의 거래업체로 들어간 대출금은 삼성전자로 입금돼야 합니다. 삼성전자의 휴대폰을 사서 KT ENS에 납품하고 받는 매출채권이 담보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자금추적 결과는 달랐습니다. 삼성전자가 아니라 거래업체들의 관련 회사로 돈이 흘러갔습니다. 금감원은 대출금 사용내역을 요구했습니다. 이들은 보란 듯이 삼성전자에 돈을 줬다는 이체증을 제시했습니다. 위조 이체증입니다. 이 순간 금감원 검사국은 사기대출을 직감했습니다.

사건을 잡아낸 박영규 금감원 저축은행검사국 팀장은 "여러 개의 물음표, 즉 합리적 의심이 겹쳐지면서 사건의 전모가 드러났다"고 말했습니다.

금감원이 본연의 임무를 해냈습니다. 동양그룹 사태부터 카드사 정보유출 파문까지 근래 연이어 여론의 질타를 받아왔지만 이번에는 존재의 의미를 제대로 보여줬습니다.

담당 라인도 최정예 인력들입니다. 자금추적을 맡아 혁혁한 공을 세운 전경희 수석검사역은 36년차 베테랑으로 금감원 내에서는 '검사역의 교과서'로 불립니다.

흥미로운 건 전 수석은 바로 2010년 신한사태 당시 라응찬 전 회장의 실명법 위반을 입증한 핵심 검사역이었다는 점입니다. 그때 신한은행 검사를 지휘하던 검사반장이 다름 아닌 이번 대출사기 사건 담당인 류찬우 저축은행검사국장입니다. 예나 지금이나 환상의 궁합, 금감원 검사역의 칼날은 녹슬지 않은 셈입니다.

작년에 언론 최초로 금감원 검사 동행취재를 하면서 전 수석의 검사를 지켜본 적이 있습니다. 매섭게 추궁하되 상대에 대한 예의를 지키고, 철저히 따지되 불필요한 요구를 하지 않는 배려가 인상 깊었습니다.

정도(正道)를 지키면서 일에는 철저한 검사역의 모습과 그 성과를 보면서 금감원의 존재감을 생각합니다. 2011년 저축은행 사태부터 금감원은 4년째 바람 잘 날 없이 정치권과 언론 등에 두들겨 맞았습니다. 심지어 국적불명의 금융소비자보호원이란 조직으로 쪼개질 판입니다.

금감원이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선 제 역할을 다하는 길밖에 없습니다. 우리 금융 산업의 건전성을 위해, 소비자 보호를 위해, 필요한 때 알맞은 칼날을 휘둘러야 합니다. '한건'할 수 있는 칼잡이들은 금감원 내에 얼마든지 있습니다. 이번 사건이 금감원에 좋은 자극제가 되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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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진 기자

재계를 맡고 있습니다. 개인이 잘되고 기업이 잘되고 그래서 나라가 부강해지는 내일을 위해 밀알이 되는 기사를 쓰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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