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금융 제재 결과 뒤집어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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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형 기자
2014.08.24 15:09

[우리가 보는 세상]제재심의 독립성과 '경징계'의 무거움

[편집자주] 뉴스현장에는 희로애락이 있습니다. 그 가운데 기사로 쓰기에 쉽지 않은 것도 있고, 곰곰이 생각해 봐야 할 일도 많습니다. '우리들이 보는 세상(우보세)'은 머니투데이 시니어 기자들이 속보 기사에서 자칫 놓치기 쉬운 '뉴스 속의 뉴스', '뉴스 속의 스토리'를 전하는 코너 입니다.

두 달을 끌었던 KB금융 제재가 지난 21일 일단락됐다. 금융감독원은 임영록 KB금융 회장과 이건호 국민은행장에게 '중징계'인 문책적 경고를 통보했지만 제재심의위원회는 '경징계'인 주의적 경고를 결정했다. 죽느냐(중징계), 사느냐(경징계)의 코너에 물렸던 임 회장과 이 행장은 살아났다.

경징계로 결정되면서 반대로 중징계를 통보했던 금감원이 코너에 몰렸다. 정치권과 시민단체 쪽에선 '봐줬다'며 금감원을 비판하는 성명서를 잇따라 내놨다. 금융권에선 '금감원이 무리한 중징계 추진으로 KB금융과 금융권을 혼란에 빠뜨렸다'며 금감원의 제재 시스템을 손봐야 한다는 목소리가 터져 나오고 있다.

분명 금감원은 이번 KB금융에 대한 제재 과정을 복기해 봐야 한다. 금감원은 4건의 제재 안건을 일괄 상정하면서 KB금융을 사실상 두달 간 경영공백 상태에 빠뜨렸다. 제재 이유 중 하나였던 고객정보 유출은 '감사원 개입 논란'이 벌어지면서 추후 검토로 넘거져 결론을 내리지도 못했다. 제재심이 진행되는 동안엔 금감원과 금융위원회가 서로 다른 의견을 내놓는 등 금융당국 내에서도 손발이 맞지 않는 문제를 노출했다. 금융당국은 왜 이런 결과가 초래됐는지에 대해 반성하고 고칠 부분은 고쳐야 한다.

하지만 이번 KB금융 제재심 결정 이후 벌어지고 있는 일들을 뒤집어 볼 부분이 있다. 우선 '금감원의 중징계 통보'와 '제재심의 경징계 결정'은 역설적이지만 금감원의 제재심이 세간의 의심과 달리 독립적이라는 것을 증명했다. 금감원 내부의 자문기구여서 '금감원이 검찰과 판사를 다 해먹는다'고 지적하지만 재제심은 '금감원의 입김'에 휘둘리지 않았다. 제재심 관계자는 "금감원 내부에 '중징계가 안나오면 우리가 당한다'는 우려가 많은건 알고 있었지만 제재심 위원들의 의견은 'It's none of our business(그건 우리가 상관할 바 아니다)'였다"고 전했다.

물론 제재심은 금감원장의 자문기구일 뿐 최종 제재 여부 및 수위 결정은 금감원장에 달려 있다. 극단적으론 금감원장이 맘대로 할 수 있는 구조다. 하지만 금감원장이 아직까지 제재심의 의견을 무시하고 결론을 뒤집은 전례는 없다. 이번에도 최수현 금감원장은 제재심 결과를 그대로 수용할 것으로 예상된다.

'경(징계)'이냐 '중(징계)'이냐에 온통 관심이 쏠려 있는 징계 수위도 뒤집어 볼 부분이 있다. '경'징계였지만 임 회장과 이 행장은 '징계'를 받았다. 잘못이 있었다는 의미다. 자리에서 쫓아낼 정도로 '중'하지 않았다는 것일 뿐이다. 검찰이 징역형을 구형했는데 재판에선 집행유예 판결이 나왔다고 무죄는 아니다. 의식있는 최고경영자(CEO)라면 징계를 받았다는 자체에 무게감을 느껴야 옳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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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형 기자

안녕하세요. 금융부 김진형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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