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금융 9명 이사들의 '마지막 책임'

KB금융 9명 이사들의 '마지막 책임'

김진형 기자
2014.10.05 14:18

[우리들이 보는 세상]

[편집자주] 뉴스현장에는 희로애락이 있습니다. 그 가운데 기사로 쓰기에 쉽지 않은 것도 있고, 곰곰이 생각해 봐야 할 일도 많습니다. ‘우리들이 보는 세상(우보세)’은 머니투데이 시니어 기자들이 속보 기사에서 자칫 놓치기 쉬운 ‘뉴스 속의 뉴스’, ‘뉴스 속의 스토리’를 전하는 코너 입니다.
김진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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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금융 이사회가 김영진 사외이사를 회장후보추천위원회 위원장으로 선임하는 것을 보고 '금융당국이 개입하지는 않았구나'라고 생각했다.

임영록 전 KB금융 회장의 해임안 표결에서 나온 반대표 2장 중 하나는 김 이사의 것이었다. 그는 KB금융 사태에 대해 '관치가 문제'라고 공개적으로 비판한 인물이다. 관치이기에 임 전 회장의 해임에 동의할 수 없다고 공언했고 실제로 그렇게 행동했다.

이경재 의장을 제외하고 가장 연장자이기도 했지만 당국과 가장 날을 세웠던 그가 회추위원장이 됐다는 것은 최소한 당국이 개입하지 않았다는 의미로 해석됐다. 오히려 당국의 눈치는 더 이상 보지 않겠다는 강력한 메시지였다.

금융당국도 지금 같은 상황에서 KB금융 회장 선출에 개입할 만큼 무모하지 않다. '누군가를 점찍어 놓고 임 전 회장을 몰아냈다'는 의혹이 없지 않지만 KB금융 사태를 내내 취재하면서 '짜고 친 고스톱'의 흔적은 찾기 어려웠다. 그렇다고 보기엔 금융당국의 손발이 너무 맞지 않았다.

큰 판이 벌어졌으니 그 자리를 꿰차고 싶어하는 '꾼'들이 보이기는 하지만 관(官)의 힘을 빌어서 그 자리에 오르려 한다면 상황판단 잘못하고 있다고 본다.

지금 KB금융 이사회는 속된 말로 '폭탄'이 될 수도 있다. 온갖 비난을 뒤집어쓰고 사퇴 압력을 받고 있는 그들에게 '권력자의 뜻'을 전달했다가는 입단속이 안될 가능성이 크다. '누군가의 뜻'이 관철되기 위해선 회추위 내에서 어떤 식으로든 드러날 것이기 때문이다.

이번에야 말로 KB금융이 외풍을 차단하고 독립적으로 회장을 선출할 수 있는 판이 깔렸다고 보는 이유다. 회추위도 과거보다 공개적인 방식으로 회장 선출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후보들을 공개해 외부의 검증에 노출시켰고 노동조합, 국민연금, 시민단체의 의견에도 귀를 열었다.

그리고 지난 2일 밤 1차 후보 명단이 공개됐다. 처음 명단을 접했을 때는 실제 맞는 명단인지 의심스러웠던 것이 사실이다.

후보 중에는 금융회사 경영은 해 본적 없는 사람도 있고, 다른 금융기관장에 욕심을 내고 있는 인물, 대선에서 정치적 활동을 펼쳤던 인물 등이 포함됐다. 경주에는 참여하지만 등번호는 가려 달라는 후보도 있다. 일부이지만 '회추위원들의 인기투표', '정말 제대로 검증을 거쳤나' 등의 혹평이 나오는 것은 이 때문이다.

어찌됐든 레이스는 시작됐다. 최소한 KB금융 이사들은 지금까지와는 다른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고 평가할 만하다. KB금융 이사들이 온갖 수모에도 자리를 지키고 있는 이유가 KB금융에 대한 '마지막 책임감' 때문이었음을 증명해 보이길 기대한다.

이경재, 김영진, 황건호, 이종천, 조재호, 고승의, 김영과, 김명직, 신성환, 이들 9명의 이사들은 한국 금융에 새로운 역사를 남길 기회를 얻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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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형 기자

안녕하세요. 금융부 김진형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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