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당장 전사적으로 비용을 줄일 수 있는 방안을 찾아보라는 지시가 떨어졌네요. 카드 상품이나 서비스는 추후 조정이 불가피하겠죠."
한 카드회사 고위 관계자는 최근 발표된 가맹점 수수료율 인하를 두고 불만을 토로했다. 정부와 새누리당은 내년 1월부터 영세·중소 가맹점의 신용카드 수수료율을 0.7%포인트 내리기로 했다. 기준금리 인하로 조달금리가 떨어진 만큼 수수료율을 더 내려야 한다는 게 이유다.
카드업계도 조달금리가 내려갔다는 점은 인정한다. 하지만 가맹점 수수료율가 조달금리만 가지고 결정되지는 않는다. 전표매입 정산비, 마케팅 비용, 일반 관리비 등을 종합해야 한다. 실제 여신금융협회와 금융당국은 태스크포스(TF)를 꾸리고 카드 수수료율의 원가에 해당하는 '적격비용'을 재산정하는 작업을 진행했다.
2012년 가맹점 수수료 체계를 전면 개편할 때 3년마다 적격비용을 재산정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그 결과 0.07%p 정도의 인하요인이 있다는 결론을 냈다. 최종 확정된 0.7%p 인하와 단순히 10배 가량의 차이가 난다. 금융당국이 결국 방침을 정한 상태에서 TF라는 요식행위만 거쳤다는 볼멘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정치권에 대한 불만도 여기저기서 터져 나온다. 내년 4월 국회의원 선거를 앞두고 표심을 염두해 둔 국회의원들은 여당과 야당 가릴 것 없이 수수료율을 낮추자는데 한 목소리를 냈다. 카드 수수료 부담으로 상대적으로 큰 중소·영세상인들의 표심에 어필하기 위해서다. 결국 '숫자'로 얘기해야 하는 금융에 '정치'가 개입한 것이다.
가맹점 수수료율 인하 발표를 앞두고 정치권과 금융당국은 잇따라 카드사 고위임원들을 불러모았다. 이 자리에서 카드업계에 전해진 말은 "대승적인 차원에서 이해해달라"는 것이었다. 한 참석자는 "마치 답은 정해져 있고 넌 대답만 하면 돼(답정너)"라는 식의 통보처럼 느껴졌다고 했다.
정치권과 정부가 합심해 가맹점 수수료를 강제적으로 내리는 것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상품 가격에 해당하는 수수료를 정부가 직접 제시할 수 있는 것인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는 목소리를 정부와 정치권은 새겨들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