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물을 잘못 버려서 지나가는 귀부인이 입은 비싼 새 코트가 더럽혀졌다. 귀부인에게 어디까지 보상하는 게 사회 통념상 맞는 것일까? 1. 세탁비를 물어주면 된다. 2. 똑같은 새 옷을 사줘야 한다. 3. 세탁비를 물어주는 것에 더해 세탁하는 동안 입일 수 있는 똑같은 옷을 빌려 줘야 한다.
한 보험사 임원이 던진 질문이다. 대부분은 아마 '1번'이라고 답할 것이다. 임원은 "옷에 대해선 1번이라고 하면서, 자동차는 왜 1번이 아닌지 모르겠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자동차보험 렌트 제도에 대한 불만을 우회적으로 토로한 것이다.
표준약관에는 사고시 렌트할 수 있는 차량기준을 '동종차량 대여'로 규정했다. 만약 BMW 520d가 사고 났다면, 똑같은 차량을 렌트할 수 있다는 뜻이다. 이로 인해 외제차 렌트비는 국산차 대비 평균 3.3배 더 나갔다. 막대한 사회적 비용은 국산차에 전가돼 사회적인 갈등을 빚었다.
금융당국은 내년부터 표준약관을 개정해 렌트 차량기준을 '동급 차량의 최저 요금 지급'으로 바꿀 예정이다. 결과적으로 '모든 외제차는 모두 국산차로 렌트'해야 한다. BMW 520d는 배기량과 연식이 유사한 국산차 '쏘나타'를 렌트할 수 있다. 문제는 신형 외제차도 똑같은 기준이 적용된다는 점이다.
한 보험사 보상담당자는 "외제차 이용자는 대부분 대외 이미지, 사회적인 지위 과시효과를 중시한다는 점에서 신형 외제차를 국산차로 렌트하라고 하면 분명히 집단 반발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고객의 실제 손해를 배상'해야 하는 민법(750조) 손해배상 원칙에도 어긋날 소지가 다분한 건 사실이다. 소송까지 가면 보험사 패소 가능성이 제기된다. 2010년에도 똑같은 문제로 고민하다 결국 없던 일로 했던 것은 이 때문이었다.
외제차 점유율은 5.5%다. 두자릿수로 뛰는 것은 시간문제다. 지금 문제를 바로 잡지 않으면 더 큰 사회적 비용을 유발할 것이란 게 보험업계와 금융당국의 시각이다. 제도를 바꾸는 데 더 큰 저항이 있을 수 있다.
독일·영국·일본에서는 차량 렌트 시 '탈 것'이란 사용가치에 방점을 찍는다. 고가차량 운전자가 '똑같은 차'를 고집할수록 저가 운전자의 부담이 커지는 탓이다. 우리 사회도 사용가치 중심으로 인식 전환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