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우리은행의 이유 있는 다급함

[기자수첩]우리은행의 이유 있는 다급함

권다희 기자
2015.12.15 14: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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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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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이상의 부실기업 지원은 불가하다. 자력으로 정상화가 불가능한 기업에 자금을 지원하는 건 민영화를 포기하자는 것이다.' 올해 내내 우리은행 본점에 붙어있던 성명서의 일부다. 작성자는 우리은행 노조다.

우리은행 안에선 "올해 들어 노조까지 민영화에 대한 절박함을 피력하기 시작했다. 예전과 달라진 분위기"라는 얘기가 나왔다. 이미 2010년부터 작년까지 4차례나 불발된 민영화다. 그럼에도 올해 유독 '절박함'이 커진 것이다.

우리은행 안팎에선 그 발단을 작년 지주사 해체에서 찾는 진단이 많다. 정부는 우리은행을 팔기 위해 지난해 우리금융을 해체했다. 하지만 정작 다른 자회사 8개는 모두 팔고 은행은 못 팔았다.

동시에, 올해 금융당국은 금융개혁의 핵심으로 겸업주의 강화를 내세웠다. 은행과 다른 업권의 복합점포 설립을 장려하고 금융지주사에 비이자수익 확대를 주문했다. 지주 해체 뒤 비은행 경쟁력이 요구되는 추세가 맞물려 버린 것이다.

실제로 우리투자증권을 매각한 지주 없는 우리은행은 올해 상품개발부터 판매까지 지주산하 은행들과의 경쟁에서 애로를 겪어야 했다. "민영화 되면 증권사부터 사야 한다"는 아쉬움 섞인 목소리도 자주 들렸다.

시장도 냉랭하다. 우리은행은 올해 부실기업 지원을 중단하는 등 '뒷문'을 단단히 걸어잠그고 3분기 순익을 80% 가량 늘렸지만 올해 4월 1만2000원 부근였던 우리은행 주가는 9000원대로 떨어졌다.

하지만 우리은행의 다급함이 커진 것과 대조적으로 정부의 '신중함'은 변함이 없다. 공적자금위원회는 올해 7월 지분을 쪼개파는 '과점주주 매각 방식'을 제안했지만 다섯번째 매각 추진은 아직 답보 상태다.

지분매입에 관심이 있다고 알려진 아부다비 국부펀드와 우리 정부 간 지분매각 협상 경과는 우리은행 매각을 주관하는 공자위에 조차도 공개되지 않고 있다.

'시간이 갈수록 우리은행의 경쟁력이 약화될 것'이란 진단이 맞다면, 민영화가 지체됨으로 인해 매번 민영화 발목을 잡았던 취득가와 시가 차이는 더 벌어지고, 그로 인해 민영화가 더 어려워지는 악순환은 강화된다.

우리은행 민영화란 과제엔 이제 시간이란 변수가 더해졌다. 우리은행의 다급함이 예전 같지 않은 이유이자 민영화 추진에 속도가 붙어야 한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는 배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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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다희 기자

안녕하세요. 산업1부 권다희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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