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내년 보험료 '역대급' 인상, 씁쓸한 이유

[기자수첩]내년 보험료 '역대급' 인상, 씁쓸한 이유

권화순 기자
2015.12.22 15:22

"가격규제 풀어줬는데 보험료 올릴 생각만 하면 여론의 역풍을 맞을 겁니다. 진정한 경쟁력을 키우기 위해 고민을 많이 해야죠."

지난 10월 금융위원회가 보험사도 놀랄만한 '역대급' 규제 완화를 단행했다. 보험가격 결정권을 시장에 넘기겠다는 게 핵심이었다. 당시 한 보험사 임원은 '내년 보험료 인상 도미노'를 걱정했는데, 불과 2개월 만에 우려는 현실로 변했다. '역대급' 규제완화 이후 '역대급'으로 보험료가 급등할 예정이다.

손해보험사들이 포문을 열었다. 내년 1월부터 전 손보사가 어린이보험, 암보험, 간병보험 등 장기보험료를 최대 30%까지 올린다. 보험사는 예정이율을 내려 보험료를 인상하는데 내년 예정이율을 최대 0.75%포인트까지 조정한 것이다.

연간 0.25%포인트 조정했던 예년에 비해 조정폭이 3배나 된다. 더구나 보험사들은 올해 초와 6월 두차례 보험료를 올린 터였다. 연간으로 따지면 가격자율화 이후 예정이율을 1%포인트 이상 조정한 셈. 결과적으로 새해 벽두부터 장기보험료가 예년보다 4배까지 급등하는 것이다.

가입자가 3400만명인 실손의료보험도 내년에 가격이 치솟는다. 보험사들이 보험료 책정의 참고자료로 쓰는 참조요율이 연령별로 7~15% 오르는데, 각 보험사가 여기에 사업비를 추가하면 가격인상 제한폭인 30% 가까이 폭등할 것으로 관측된다. 이 역시 지난 5년간의 인상폭과 맞먹는 '역대급'이다.

보험사들이 이렇게 보험료를 올리는 데는 나름의 이유가 있다. 장기적인 저금리로 투자수익률이 곤두박질쳤는데 당국의 '그림자규제'로 보험료를 제때 올리지 못한 탓이다. 보험 국제회계기준(IFRS4) 2단계 도입을 앞두고 보험영업이익을 끌어올려야 하는 절박함도 작용했을 것이다.

하지만 예정이율 조정(그것도 연간 2번)에 비례해 고정비에 가까운 사업비(수수료)를 떼가는게 과연 소비자에게 떳떳한지 돌아봐야 한다. 가격자율화로 금융당국이 과도한 사업비 책정에 제동도 못 건다. 보험료 인상에 '올인'하기보다 어떻게 경쟁력을 키울지 치열하게 고민하는 게 먼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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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화순 기자

안녕하세요. 금융부 권화순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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