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원이 다른 절세상품 관심 커, 35개 금융사 상품 준비...금융당국, 경쟁촉진 위해 과열경쟁 '관망'
오는 14일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 출시를 앞두고 금융권 경쟁이 뜨겁다. ISA가 '만능통장'이란 별칭을 얻으며 하나는 무조건 만들어야 하는 필수상품처럼 인식되고 있기 때문이다. 금융당국은 ISA에 펀드와 주가연계증권(ELS) 등 원금 손실 가능성이 있는 상품이 포함돼 불완전판매 우려가 있다고 보고 단속에 나서고 있다.
◇ISA가 주목받는 이유= 저금리 기조가 계속되면서 '절세'는 수익률을 높일 수 있는 가장 중요한 요소 중 하나로 부각됐다. 우선 ISA는 연소득으로 가입이 제한됐던 기존 절세상품과 달리 소득만 있으면 금융소득종합과세 대상을 제외하고 누구나 가입할 수 있다. 고소득자도 가입할 수 있는 절세상품이라 금융 소비자들 사이에서 관심이 높다.
ISA는 또 한 계좌에 예금, 펀드 등 다양한 금융상품을 담을 수 있는데 개별상품에 세제혜택을 주는 방식이 아니라 각 상품의 수익과 손실을 합산해 계좌 전체에 세제혜택을 준다. 가령 예금에서 300만원의 이자가 생겼고 펀드에서 100만원의 손실을 봤다면 200만원의 순수익만 과세 대상이 된다.
ISA 계좌를 5년간 유지하면 총수익 200만원까지 비과세되고 그 이상의 수익에 대해선 9.9% 세율이 분리과세된다. 연간 총급여 5000만원 이하 또는 사업소득 3500만원 이하인 경우 인출 제한 기간이 5년에서 3년으로 줄고 비과세 수익이 250만원까지 늘어난다. 만 15~29세의 청년층도 의무 가입 기간이 3년이다.
비과세뿐만 아니라 분리과세 혜택이 있어 많은 돈을 투자해 높은 수익을 올릴수록 절세효과가 크다. ISA 가입한도는 연간 2000만원까지 5년간 총 1억원이다. 정부가 ISA 외에 다른 절세상품은 폐지하겠다는 입장인 만큼 ISA는 절세를 고민하는 투자자들 사이에 필수로 인식되고 있다.
◇출시 전부터 '불능통장' 비판도= 전문가들 사이에선 ISA에 세제혜택을 위해 담을만한 상품이 거의 없다는 점이 지적되고 있다. 국내 주식형펀드는 수익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매매차익이 비과세되기 때문에 ISA에 편입해봐야 절세효과가 크지 않다. 해외 주식형펀드는 지난달 29일부터 매매차익은 물론 환차익까지 100% 비과세되는 전용 펀드가 등장해 ISA를 통해 투자하는 것이 오히려 불리하다.
여기에 국내외 채권형 펀드는 저금리 추세로 인해 수익률이 낮은데다 금리 상승시 손실 위험이 있고 주가연계증권(ELS)은 최근 홍콩 항셍중국기업지수(H지수) 폭락 사태로 불안감이 커진 상태다. 게다가 금융상품 가입시 거쳐야 하는 5단계 투자성향 평가에서 안정형과 안정추구형 고객으로 분류되면 금융회사가 제시하는 포트폴리오에 따라 투자하는 일임형 ISA의 경우 아예 ELS 등 파생상품 투자가 금지된다. 결국 절세효과를 위해 편입할 수 있는 상품은 예·적금과 안정적인 환매조건부채권(RP) 정도라는 얘기가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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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A 판매가 10일 앞으로 다가왔지만 아직 수수료조차 정해지지 않은 점도 문제다. 수익률에서 절세만큼 중요한 것이 수수료다. 특히 최근처럼 저금리에 주식시장 불안으로 수익을 내기 어려운 환경에서는 비용인 수수료를 줄이는게 중요하다. 하지만 어떤 금융회사도 ISA에 담을 상품과 수수료를 명확하게 제시하지 않고 있다. 수익률 이전에 금융상품 선택의 기본이 되는 수수료가 여전히 '깜깜이'인 상태에서 어느 금융회사에 ISA를 개설해야 할지 투자자들은 헷갈릴 수밖에 없다.
◇금융권 무조건 고객 확보하라..치열한 경쟁= 절세혜택을 감안할 때 금융권에선 ISA에 몰릴 자금이 최대 150조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금융위에 따르면 총 35개 은행과 증권사가 ISA 출시를 준비 중이다. 이중 33개사가 14일부터 일제히 판매를 시작한다.
금융사로선 일단 ISA 고객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 한 사람당 하나의 ISA 계좌만 개설할 수 있어 금융권에선 ISA 고객이 주고객이란 절박감이 크다. ISA 판매를 통한 수수료 수익도 금융사들이 눈독을 들이는 부분이다. 물론 치열한 경쟁 탓에 높은 수수료를 부과하기는 어렵겠지만 저금리 기조에서 수수료 수입 확대는 금융권의 최대 과제 중 하나다.
초기에 많은 고객을 유치하더라도 고객 유지는 또 다른 경쟁이다. 오는 5월부터는 ISA 계좌이동도 시작되기 때문이다. 수익률이 떨어지거나 경쟁사에 비해 수수료가 높을 경우 고객은 언제든지 떠날 수 있다. 고객에겐 유리하지만 반대로 금융사들은 치열한 경쟁을 펼칠 수밖에 없는 셈이다.
◇"경쟁해라..하지만 불완전판매는 엄단"= ISA 과당경쟁 지적이 이어지고 있지만 금융당국은 관망하고 있다. 사실상 의도적 관망이다. ISA가 국민들의 재산증대를 위해 기획됐지만 금융권의 경쟁을 촉진시키기 위한 측면도 강하기 때문이다. 임종룡 금융위원장의 "금융사의 마케팅 전략 등에 금융당국이 직접 관여하거나 금지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발언도 같은 맥락이다. 금융당국은 초기에 다소 과열되더라도 향후 수익률 기준으로 시장이 재편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금융당국이 우려하는 것은 불완전판매다. 과당경쟁 과정에서 ISA에 포함된 상품의 원금 손실 가능성을 제대로 설명하지 않고 판매하거나 고객의 투자성향과 달리 고위험 상품 가입을 유도하는 일이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다수의 민원이 발생할 경우 관리하지 못한 금융당국에 비난이 쏟아질 수밖에 없다.
금융위가 테스크포스(TF)를 구성하고 '불완전판매시 무관용 원칙을 적용하겠다'고 경고한 것은 이 때문이다. 금융감독원도 지난 2일과 3일 잇따라 증권사와 은행의 영업담당 임원들을 소집해 ISA 판매 과정에서의 유의사항을 전달했다.
금융위 관계자는 "ISA 출시 이후 불완전 판매 우려가 해소될 때까지 불시점검, 미스테리 쇼핑 등 현장 점검을 강도높게 시행할 것"이라며 "관련 법령이나 모범규준 준수여부 등에 대한 준법성 검사도 실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