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몸통 없는 감사, 반쪽짜리 책임론의 위험

[기자수첩]몸통 없는 감사, 반쪽짜리 책임론의 위험

권다희 기자
2016.06.19 15:08

"대우조선해양 감사결과 발표, 몸통은 없다."

지난주 감사원이 KDB산업은행(이하 산은) 등 국책은행의 비금융자회사 관리실태에 대한 보고서를 발표한 직후 산은 노동조합이 낸 성명서의 요지다. 정치권 낙하산 등에 대한 책임 규명은 빠진 채 재무분석시스템 등을 대우조선 관리 소홀의 핵심적인 대목으로 지목한 게 부적절하다는 주장이다.

십수년간 대우조선의 대주주였던 산은이 대우조선 관리를 소홀히 한데 대한 책임을 부인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대우조선이란 거대한 회사가 수조원대의 분식회계를 하고 수년간 방만 경영을 한 원인을 산은의 관리 소홀에서만 찾는 게 부적절하다는 주장에도 귀 기울일 대목은 있다.

특히 산은의 감사권이 힘을 쓰지 못했던 게 '낙하산' 논란을 빚은 대우조선 전임 최고경영자(CEO) 재임 기간이었다는 점에서 그렇다. 2008년 9월 당시 대우조선 사장은 직권으로 대우조선 내부 감사실을 일방적으로 폐지했다. 당시 감사실장은 산업은행 퇴직직원이었다. 2011년엔 산은이 국회 국정감사에서 대우조선에 대한 경영 관리를 철저히 하라는 지적을 받고 경영컨설팅을 실시해 47건의 조치사항을 대우조선에 통보했다. 당시 대우조선 내부 감사부서인 윤리팀은 대우조선 사장 직속 조직이었는데 산은의 컨설팅 결과를 통보받는데 그쳤다.

감사원도 "대우조선 감사기구 및 감사활동의 독립성이 심각히 훼손됐는데 그 후 감사위원회가 감사를 요구하거나 조사한 실적이 없는 등 내부통제시스템이 형식적으로 운영되고 있었다"고 지적했다. 그렇다면 산은의 감사 기능은 왜 제 기능을 다하지 못하고 형식적으로 운영됐을까.

감사원은 258쪽에 달하는 감사보고서에서 대우조선에 대한 경영관리를 잘못한 산은의 책임을 묻는 데 70쪽을 할애하고 대우조선 전 경영진의 부적절한 경영행태는 한문단만 지적했다.

책임론은 같은 잘못이 반복되지 않기 위한 수업료의 역할을 해야 의미가 있다. 이를 위해선 진짜 책임이 어디 있는지 정확하게 진단하는 게 중요하다. 근본적인 책임은 외면하고 겉에 드러난 손쉬운 책임만 묻는다면 제2, 제3의 대우조선 사태를 막을 수 없다. 산은이 왜 대주주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했는지 지금이라고 솔직한 문제 제기와 분석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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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다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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