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은산분리 완화가 늦어질수록 고객들이 인터넷전문은행에 바라는 혁신도 상당히 지체될 것입니다."
윤호영 카카오뱅크(이하 카뱅) 대표가 이달초 열린 출범 100일 간담회에서 한 말이다. 지난 8월 영업시작 2주일만에 5000억원의 유상증자를 실시할 때만 해도 은산분리 완화 시기에 여유로운 입장을 보였지만 3개월여 지나자 좀더 절실해진 모습이다.
윤 대표가 걱정하는 것은 은산분리 완화가 곧 인터넷전문은행의 생존과 직결되기 때문이다. 카뱅과 케이뱅크는 사실상 KT와 카카오가 주도해 설립한 은행으로 은산분리 완화 법안이 통과되면 대주주로 올라서 자본금을 확충할 계획이었다.
은산분리 완화 법안은 올 상반기까지만 해도 연내 통과될 것이란 희망이 있었지만 이제는 올해는 물론 내년에도 통과가 불투명한 상황이다. 국회 정무위 한 관계자는 "이달과 다음달에 안건으로 상정되기 어렵고 논의를 한다 해도 쉽게 결론을 내리지 못할 것"이라며 "여당 의원들이 여전히 강하게 반대하고 있어 안건 상정조차 언제 될지 가늠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은산분리 완화가 늦어질수록 당초 계획대로 KT와 카카오가 전면에 나서지 못한 채 기존 주주를 설득해 기존 지분율대로 증자해야 한다. 이미 케이뱅크는 1차 유상증자 때 실권주가 발생해 곤경에 처하기도 했다. 이 때문에 케이뱅크와 카뱅은 야심차게 준비한 비대면 주택담보대출과 전월세보증금 대출을 출시하고도 자본금을 걱정해야 하는 상황이다. 상품이 시장에서 좋은 반응을 얻는다 해도 대출해줄 자본금이 없으면 판매를 중단해야 하기 때문이다.
금융업계 한 관계자는 "주주사들이 뜻을 모아 인터넷전문은행 설립에 동참했지만 KT나 카카오만큼 자본금을 납입할 의지가 없고 자본 여력도 유증에 계속 참여하기 힘든 회사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국내에서 은산분리 완화가 지연되고 있는 사이 세계적으로 인터넷전문은행은 급속도로 성장하고 있다. 중국에서는 IT(정보기술)기업이 지배적인 투자자로 참여한 마이뱅크(Mybank), 위뱅크(Webank)가 자본금 8조원에 육박하는 은행으로 컸다. 일본은 소니와 야후, 전자상거래업체 라쿠텐, 미국은 구글과 페이스북 등이 인터넷전문은행 발전을 주도하고 나섰다.
여당 의원들이 우려하는 인터넷전문은행의 기업 사금고화 우려는 법안으로 사전적 방지가 가능하고 사후적으로 감독당국의 규제로도 막을 수 있다. 지금은 세계적 조류에 발맞춰 인터넷전문은행에 성장 발판을 마련해 줘야 할 때다.